철원 땅의 정겨운 맛, 기와집에서 만나는 낭만적인 쌈밥 맛집 기행

고석정의 눈부신 꽃밭을 거닐다 문득, 철원의 숨겨진 맛집을 찾아 떠나고 싶다는 강렬한 이끌림에 사로잡혔다. 싱그러운 봄바람이 실어온 꽃향기에 취해, 나는 홀린 듯 ‘기와집’으로 향했다. 낡은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을 느꼈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정겹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고양이 가족이었다. 나무 벤치에 앉아 졸고 있는 녀석, 햇살 아래 몸을 뉘인 채 낮잠을 즐기는 녀석, 제 몸집만한 어미 고양이에게 애교를 부리는 아기 고양이들까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고양이들의 평화로운 모습은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닌, 따뜻한 정이 넘치는 공간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고양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
식당 한켠에 마련된 고양이들의 보금자리. 따스한 햇살 아래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기와집은 이미 철원에서는 꽤나 유명한 맛집인지,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토요일 오후 2시가 채 되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웨이팅은 필수였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조차 지루하지 않았다. 식당 마당에 놓인 투박한 나무 의자에 앉아,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구경하며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내 차례가 다가왔다.

드디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나무로 지어진 기와집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은은한 나무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다소 좁은 점은 아쉬웠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 벽 한쪽에는 블루리본 마크가 2년 연속으로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역시, 괜히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에 빠졌다. 쌈밥 전문점답게 다양한 쌈밥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콤 제육쌈밥, 불고기 쌈밥, 소고기 쌈밥… 하나하나 다 맛보고 싶었지만, 결국 불낙전골과 매콤 제육쌈밥을 선택했다. 특히 철원 특산물인 오대쌀로 지은 돌솥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푸짐한 한 상 차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돌솥밥과 신선한 쌈 채소,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특히 계란찜은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었다. 쌈 채소는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라고 했다. 어쩐지, 마트에서 파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싱싱함이 느껴졌다.

돌솥밥과 쌈 채소, 밑반찬이 가득한 쌈밥 한 상 차림
갓 지은 돌솥밥의 윤기와 텃밭에서 갓 따온 신선한 쌈 채소가 식욕을 자극한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돌솥밥을 맛볼 차례. 뚜껑을 여는 순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반짝였다. 밥알을 입에 넣는 순간, 찰진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역시, 철원 오대쌀은 명불허전이었다.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매콤 제육쌈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이었다. 돼지고기를 매콤한 양념에 볶아낸 제육볶음은,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쌈 채소에 밥과 제육볶음을 듬뿍 올려 한 입 가득 싸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신선한 쌈 채소의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제육볶음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매콤함이었다.

불낙전골 또한 훌륭했다.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고, 불고기도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육수는 진하고 깊은 맛이 났다. 특히 겉절이는 오랜만에 먹는 맛이라 자꾸 손이 갔다. 찰기가 넘치는 철원쌀밥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매콤 제육쌈밥과 불낙전골 한 상 차림
매콤한 제육볶음과 신선한 쌈 채소의 조화, 푸짐한 불낙전골까지 완벽한 한 상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해졌다. 하지만 돌솥에 남은 누룽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으니, 구수하고 따뜻한 맛이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듯했다. 쌀 맛집답게, 누룽지 또한 훌륭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벽에는 싸인과 함께 “밥이 진짜 맛있어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가격은 쌈밥 기준으로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음식의 질과 양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한다.

식당을 나서기 전, 다시 한번 고양이들에게 눈길이 갔다. 아까보다 더 많은 고양이들이 마당을 뛰어놀고 있었다. 2년 연속 블루리본을 받은 맛집이라는 명성도, 밥맛이 좋다는 소문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정겹고 따뜻한 분위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말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대기 시간도 길었고 음식 나오는 시간도 꽤 걸렸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다소 혼잡스러운 느낌도 있었다. 위생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다소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기와집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철원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기와집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기와집 외관. 정겨운 분위기가 발길을 사로잡는다.

철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기와집에 들러 든든한 쌈밥 한 끼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여, 매콤 제육쌈밥과 불낙전골 외에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그땐 꼭, 웨이팅 시간을 피해서 방문해야겠다.

기와집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기와집은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빛나고 있었다. 철원에서의 짧지만 행복했던 맛집 기행. 기와집에서의 따뜻한 기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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