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낡은 흑백사진 속 할머니는 늘 커다란 솥 앞에서 분주하셨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솥 안에는 뽀얀 닭과 갖가지 몸에 좋은 재료들이 가득했고, 그 냄새는 온 동네에 퍼져 나갔다. 그 시절, 할머니의 백숙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보약과 같았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해 찾아간 청송의 작은 식당, 그곳에서 나는 다시 한번 따뜻한 추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청송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초록빛 풍경은 눈을 시원하게 정화시켜 주었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흙냄새는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드디어 목적지인 안동식당에 도착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박하고 정겨운 모습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과 낡은 건물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테이블에는 이미 몇몇 손님들이 백숙을 즐기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닭백숙 외에도 닭불고기, 옻닭 등 다양한 닭 요리들이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이곳의 대표 메뉴인 닭백숙 스페셜을 주문했다. 닭 가슴살은 불고기로 나오고, 백숙은 통마리로 나온다는 설명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주문을 마치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놓였다.
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정성은 마치 할머니가 직접 차려주신 밥상 같았다. 쌉쌀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짱아찌, 고소한 참기름 향이 가득한 나물, 그리고 김치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훌륭했다. 특히, 찹쌀을 달기약수에 쪄낸 푸르스름한 찰밥은 쫀득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닭백숙이 등장했다. 커다란 뚝배기 안에는 뽀얀 국물과 함께 큼지막한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담겨 있었다. 닭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토종닭 특유의 고소한 향만이 은은하게 풍겨져 나왔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이곳 닭백숙의 비법은 바로 달기약수였다. 청송 달기약수는 철분 함량이 높아 백숙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실제로, 국물에서는 은은한 탄산 맛과 함께 톡 쏘는 청량감이 느껴졌다. 마치 보약을 마시는 듯한 기분이었다.
닭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뼈와 살이 쉽게 분리될 정도였다. 닭 가슴살은 퍽퍽하지 않고 촉촉했으며, 닭다리는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닭고기를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더욱 풍부하게 느껴졌다.
닭백숙 스페셜에 함께 나오는 닭불고기도 별미였다. 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닭 가슴살은 매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맵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입맛을 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닭불고기를 깻잎에 싸서 먹으니, 향긋한 깻잎 향과 함께 닭고기의 풍미가 더욱 살아났다.

어느덧 닭고기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찹쌀밥을 닭백숙 국물에 말아 먹었다. 진한 국물이 찹쌀에 스며들어 더욱 깊은 맛을 냈다. 밥 위에 짱아찌, 나물, 김치를 얹어 먹으니, 입안에서 다채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정말 꿀맛이었다.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몸이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며칠 앓던 감기가 씻은 듯이 나은 기분이었다. 역시, 백숙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보약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려고 하자, 주인 할머니께서 직접 달기약수물을 따라 주셨다.
톡 쏘는 탄산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다. 할머니는 35년 동안 이 자리에서 안동식당을 운영해 오셨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과 친절함으로 손님들을 맞이해 오셨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존경심이 절로 들었다.
식당 벽에는 재미있는 문구들이 적힌 종이들이 붙어 있었다. “짝 없이 혼자 사는 사람도 딱하지만, 짝을 두고도 정 없이 사는 사람은 더 딱하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아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 등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글귀들이 인상적이었다.

안동식당을 나서며, 주인 할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할머니는 환한 미소로 나를 배웅해 주셨다. 마치 친할머니 댁에 다녀온 듯 따뜻하고 푸근한 기분이었다. 청송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안동식당에 들러 할머니의 닭백숙을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동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정을 되새기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만약 당신이 몸과 마음이 지쳐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청송 안동식당에 방문하여 달기약수로 끓여낸 닭백숙 한 그릇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당신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 줄 것이다.
식당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푸르른 녹음이 가득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잠시 산책을 즐겼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청송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돌아오는 길, 솔기온천에 들러 피로를 풀었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니,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는 듯했다. 온천욕을 마치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청송 여행은 정말 힐링 그 자체였다.
집으로 돌아와, 안동식당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꺼내 보았다. 사진 속 닭백숙은 여전히 맛있어 보였다. 조만간 다시 한번 청송에 방문하여 안동식당의 닭백숙을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