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약속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친구가 그토록 극찬하던 남영동의 한 고깃집, 초원이 바로 그곳이었다. 낡은 간판에서 풍겨져 나오는 세월의 흔적과 정겨운 분위기는 마치 오래된 맛집의 향기를 뿜어내는 듯했다. 5시쯤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진정한 맛집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 법인가 보다. 친구 덕분에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평소에는 대기가 꽤 있는 듯했다. 예약은 필수인 듯!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한우 등심 주물럭, 부챗살 주물럭, 특상 우설…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이 가득했다. 친구에게 주문을 일임하고 잠시 기다리니, 곧이어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샐러드부터 시작해서, 겉절이, 장아찌, 갓김치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게장과 알타리무는,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듯한 깔끔함이 인상적이었다. 곁들임 반찬은 모두 직접 만드신다고 하는데, 그 정성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 특상 우설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내가 먹어왔던 얇은 우설과는 차원이 다른, 두툼한 스테이크 같은 비주얼에 입이 떡 벌어졌다. 마치 큼지막한 안심 스테이크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붉은 살결은 신선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이렇게 두꺼운 우설은 본 적이 없었는데, 과연 어떤 맛일까 기대감이 증폭됐다.
숯불이 들어오고, 뜨겁게 달궈진 석쇠 위에 두툼한 우설이 올려졌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직원분께서 직접 우설을 구워주시면서,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겉면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갈 때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시는데, 그 단면의 촉촉함이 눈으로도 느껴졌다.

드디어 첫 입!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육즙과, 쫄깃하면서도 아삭아삭한 독특한 식감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지금까지 먹어왔던 우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맛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전혀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서, 마치 고급 스테이크를 먹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함께 제공된 특제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우설을 맛보는 동안, 또 다른 메뉴인 한우 등심 주물럭도 숯불 위에서 맛있게 익어갔다. 얇게 썰린 등심은 숯불 향을 가득 머금어,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마블링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황홀했다. 등심은 표고버섯을 다져 넣은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니,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은은한 표고버섯 향이 등심의 고소한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려 주는 듯했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식사 메뉴로 마늘 국수와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마늘 국수는 은은한 마늘 향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듯했고, 된장찌개는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된장찌개는, 두부, 버섯, 애호박 등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 끓여내, 푸짐한 건더기를 건져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마지막으로, 초원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볶음밥을 주문했다. 뜨거운 철판 위에 올려진 볶음밥 위에는, 반숙 계란 프라이가 앙증맞게 올려져 있었다. 볶음밥을 한 입 먹으니,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반숙 계란 프라이를 톡 터뜨려 볶음밥과 함께 먹으니, 부드러운 노른자가 매콤한 양념을 중화시켜주면서,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온몸에 밴 숯불 냄새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옷에 냄새가 많이 배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동안에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초원은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최고 품질의 고기와 정성 가득한 서비스를 생각하면,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초원의 내부는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1층은 바 형태의 테이블로 이루어져 있었고, 2층은 원형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었다. 1층의 돌판 테이블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초록색을 포인트로 한 인테리어는 쾌적한 느낌을 주었다. 테이블마다 환풍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지만, 워낙 손님이 많아서 연기가 잘 빠지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초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였다. 고기를 구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는지, 어떤 메뉴가 인기 있는지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에서, 진심으로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정신없는 분위기 속에서도, 모든 직원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초원은 몽탄의 세컨 브랜드라고 하는데, 몽탄 못지않은 훌륭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등심 주물럭, 우설, 볶음밥 등 모든 메뉴가 만족스러웠고, 특히 두툼한 우설은 지금까지 먹어봤던 우설 중 단연 최고였다. 몽탄 사장님의 경영 마인드가 초원에도 그대로 녹아있는 듯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 환기가 잘 안 돼서 옷에 냄새가 많이 밴다는 점, 그리고 웨이팅이 길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초원은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설을 좋아한다면, 초원의 두툼한 우설은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부모님도 분명 초원의 맛과 분위기에 만족하실 거라고 확신한다. 그 때는 좀 더 여유롭게 평일 런치에 방문해서, 다양한 메뉴를 맛봐야겠다. 특히, 양무침과 마늘국수는 꼭 다시 먹어봐야지.

초원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남영동 골목길을 걸으며, 서울의 밤을 만끽했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빛나는 작은 가게들의 불빛은, 마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남영동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추억을 되새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다음에 또 서울에 오게 된다면, 남영동에 들러 초원에서 맛있는 우설을 먹고, 골목길을 거닐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돌아오는 길, 문득 초원의 상호가 왜 ‘초원’일까 궁금해졌다. 푸른 초원 위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소들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초원은 단순히 맛있는 고기를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행복과 추억을 선사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