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고향, 의성. 엠스클럽 의성에서 라운딩 약속이 있었지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둘러 도착한 탓에 시간이 넉넉했다. 문득 어릴 적 시외버스를 기다리며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후루룩 마시던 추억이 떠올랐다. 도리원시외버스터미널,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따스해지는 곳. 그곳에 자리한 작은 국밥집은 변함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망설임 없이 차를 돌려 터미널로 향했다.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국밥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그래, 바로 이 풍경이었지. 주차는 가게 앞에 서너 대 정도 댈 수 있는 공간이 전부였지만, 다행히 자리가 있어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겨운 사투리가 섞인 활기찬 목소리가 나를 맞이했다.

메뉴판은 간결했다. 돼지국밥, 순대국밥, 내장국밥 등 국밥 종류와 모듬수육이 전부. 나는 늘 먹던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가격은 여전히 착했다. 뽀얀 국물이 담긴 국밥이 나오기 전, 테이블에는 정갈한 밑반찬들이 놓였다. 붉은 빛깔의 김치, 아삭한 깍두기, 싱싱한 부추, 그리고 국밥에 넣어 먹을 다진 고추와 새우젓까지. 특히, 직접 담근 듯한 김치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국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얹어져 있었고, 그 아래로는 넉넉한 양의 돼지고기가 숨어 있었다. 국물부터 한 숟갈 떠 맛보았다. 깊고 진한 사골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끓인 듯한 깊은 맛이었다.
나는 곧바로 숟가락을 들어 국밥 속 고기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살코기와 쫄깃한 비계가 적절히 섞여 있어 식감도 훌륭했다. 특히, 돼지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더욱 만족스러웠다. 돼지국밥 특유의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기의 양이 조금 적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내겐 딱 적당한 양이었다.

본격적으로 국밥을 즐기기 위해, 나는 준비된 밑반찬들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먼저, 싱싱한 부추를 듬뿍 넣어 향긋함을 더했다. 그리고 다진 고추를 살짝 넣어 매콤한 맛을 가미했다. 마지막으로,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니, 비로소 나만의 완벽한 돼지국밥이 완성되었다.

나는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뽀얀 국물에 적셔진 밥알은 부드럽게 녹아들었고, 쫄깃한 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했다. 아삭한 깍두기를 곁들이니, 입안은 더욱 풍성해졌다. 특히, 적당히 익은 김치는 국밥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밥을 먹는 동안,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의성 사투리가 오가는 정겨운 대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다들 국밥 한 그릇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 친구와 함께 온 손님, 가족 단위 손님 등 다양한 사람들이 국밥을 즐기고 있었다. 이 곳은 정말 의성 사람들의 소울푸드와 같은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뜨끈한 국물이 온몸을 감싸는 듯한 기분이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마치 어릴 적 추억 속으로 돌아간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다음에 또 오이소!”
나는 그 인사에 “네, 또 올게요!”라고 답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도리원시외버스터미널 앞 작은 국밥집.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내 고향 의성의 따뜻한 정과 추억이 깃든 소중한 공간이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의성 엠스클럽 라운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다시 이 국밥집에 들러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맛볼 것을 다짐했다. 그때는 수육에 소주 한잔 곁들여도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방문객들은 단골손님과 외지인을 차별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지역 토박이 형님과 방문했을 때는 모듬수육 주문 시 삼겹살이 곁들여 나왔지만, 혼자 방문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1인 방문 시 수육(소) 1접시와 국밥까지 먹어야 배부르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혼자 방문했기에 그 차이를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혹시 방문하게 된다면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국밥집을 의성 맛집으로 자신 있게 추천한다.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인심,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추억을 되살려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의성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저녁 오프 시간이 7시로 다소 이른 편이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돌아오는 길, 나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세월은 흘렀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도리원시외버스터미널 앞 작은 국밥집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고향 의성의 따뜻한 상징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맛본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