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강대 앞에 발걸음 했다. 낡은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곳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은 쌈밥집이었다. 왠지 모르게 정겨운 외관, 검은색 벽돌 담벼락에 기대어 선 간판에는 ‘마포 쌈밥 식당’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손님을 반긴다. 쨍한 햇살 아래, 낡은 간판이 어쩐지 더 운치 있게 느껴졌다.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간 시간이었음에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혼자 온 학생, 직장 동료와 함께 온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쌈밥을 즐기는 모습이 활기찼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옆 테이블의 이야기 소리가 웅성거렸지만, 그마저도 정겹게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메뉴는 단 하나, 돼지불고기 쌈밥. 자리에 앉자마자 인원수대로 주문이 들어갔다. 잠시 후, 기다렸던 쌈밥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커다란 접시에 수북하게 담긴 돼지불고기를 보는 순간, мимо носом у меня пахнуло жареным мясом! 불향이 코를 찌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불고기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쌈 채소는 싱싱한 상추로 가득했다. 쌈 채소의 품질이 살짝 아쉽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내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갈했다. 콩나물 무침, 김치, 쌈무 등 소박하지만 쌈밥과 잘 어울리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뜨끈한 국물이 곁들여져 나오는 점이 좋았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셀프 계란 후라이’였다. 테이블 한켠에 마련된 프라이팬과 계란을 이용해 직접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계란 냄새가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완숙, 반숙 취향에 따라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단, 계란은 1인당 1개만 무료로 제공된다. 추가로 먹고 싶다면 500원을 내면 된다.
본격적으로 쌈을 싸 먹기 시작했다. 상추 위에 윤기 흐르는 돼지불고기를 듬뿍 올리고, 쌈장과 마늘을 더해 크게 한 입. 입안 가득 퍼지는 불향과 돼지고기의 풍미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돼지고기 깊숙이 배어 있어 정말 꿀맛이었다. 신선한 상추의 아삭함과 쫄깃한 돼지불고기의 식감이 어우러져 입 안이 즐거웠다.
불고기를 밥에 얹어 비빔밥처럼 즐겨도 좋다. 고추장을 살짝 넣고 슥슥 비벼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특히, 셀프로 구운 계란 후라이를 얹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푸짐한 양 덕분에 쌈으로도 먹고, 비빔밥으로도 먹으니 정말 배부르고 만족스러웠다.
반찬과 쌈 채소는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하다. 푸짐한 인심 덕분에 부담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푸짐한 쌈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식당의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특별할 것 없다. 세련된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고, 테이블 간 간격도 좁은 편이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고 맛있는 쌈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모든 단점을 상쇄시킨다. 가성비 최고의 맛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혼밥하기에도 부담 없는 곳이다. 실제로 혼자 와서 조용히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다. 혼자 여행 온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서강대 앞, 추억이 깃든 작은 쌈밥집에서 맛있는 식사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 또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서강대 근처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마포 쌈밥 식당’을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