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맞아, 늦잠을 실컷 자고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김포. 평소 눈여겨봐 두었던 쌀밥 정식 맛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벼르고 벼르던 끝에 드디어 방문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 맛집 탐방 역시 타이밍이 중요한 법. 주말에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웨이팅 지옥을 피하고자, 평일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 방문하는 전략을 세웠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설레는 마음으로 핸들을 잡았다. 김포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저 멀리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김포 금쌀밥집 지미재”. 드디어 도착이다! 예상대로 주차장은 꽤나 넓었지만, 이미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평일에도 늦으면 웨이팅을 피할 수 없나 보다. 다행히 주차 안내를 도와주시는 분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어렵지 않게 주차를 마칠 수 있었다. 주차장 한 켠에는 대기자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식당 입구에는 캐치테이블 기기가 놓여 있었다. 요즘은 워낙 흔한 풍경이지만, 맛집임을 인증하는 듯한 느낌에 괜스레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대기번호를 받고 카톡 알림을 설정해 둔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외관은 평범한 식당이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에서 정갈함이 느껴졌다.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내부 역시 넓고 쾌적해 보였다. 천장에는 레일 조명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앞을 서성이며 메뉴를 살펴보았다. 메뉴는 단촐했다. 한상정식과 추가 메뉴인 한우 고추장 구이, 들깨 솥밥이 전부였다. 메뉴판에 적힌 “김포 금쌀밥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김포쌀은 예로부터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니, 밥맛은 당연히 보장되겠지.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메뉴판이 다시 한번 놓였다. 고민할 것도 없이 한상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상차림이 눈 앞에 펼쳐졌다. 마치 임금님 수라상을 받는 듯한 푸짐한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커다란 쟁반에 가득 담긴 10가지가 넘는 반찬들과 갓 지은 솥밥, 따뜻한 들깨탕과 미역국까지. 정말이지 ‘상다리가 휘어진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윤기가 좔좔 흐르는 솥밥이었다. 뚜껑을 여는 순간, 코를 찌르는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탱글탱글했고,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졌다. 역시 김포쌀은 다르구나!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간이 세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건강한 맛이었다. 특히 고등어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보쌈 역시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워서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황태구이는 매콤달콤한 양념이 밥맛을 돋우었고, 콩비지찌개는 고소하고 담백해서 자꾸만 손이 갔다. 취나물, 비름나물, 가지볶음 등 제철 나물들은 신선하고 향긋했으며, 김치전은 바삭하고 매콤해서 입맛을 돋우었다.

들깨탕은 걸쭉하고 고소했으며, 미역국은 시원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속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모든 반찬을 골고루 맛보았다. 워낙 푸짐한 양이라 배가 불렀지만, 맛있는 음식 앞에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메인 메뉴인 고등어구이와 보쌈, 황태구이는 리필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반찬들도 얼마든지 리필할 수 있다. 푸짐한 인심 덕분에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나는 특히 맛있었던 고등어구이를 한 번 더 리필해서 먹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고등어구이는 정말 밥도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숭늉이 담긴 숭늉 주전자를 가져다 주셨다. 솥에 남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숭늉은 구수하고 따뜻해서 입가심으로 제격이었다. 뜨끈한 숭늉을 마시니 속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지막까지 완벽한 식사였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21,000원으로 인상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예전에는 17,000원이었던 모양이다. 가격이 오른 것은 아쉽지만,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여전히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 퀄리티의 한정식을 이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메리트다.
식당 한 켠에는 커피 머신이 놓여 있었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었다. 다만 커피는 다른 곳에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커피 대신,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창밖을 바라보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지미재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친절한 서비스와 쾌적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마치 고향집에 방문하여 푸짐한 밥상을 받는 듯한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김포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맛집이다.
다만, 웨이팅은 각오해야 한다. 주말에는 특히 더 심하다고 하니, 오픈 시간 전에 미리 방문하거나, 평일 점심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김포 쌀밥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든든하게 채워진 배만큼이나 마음도 풍족해진 기분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액셀을 밟았다. 오늘, 나는 김포에서 잊지 못할 가성비 맛집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