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가 정취와 함께 즐기는 연천의 깊은 맛, 고려돌솥설렁탕에서 찾은 든든한 한 끼 식도락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날, 따뜻한 국물이 간절해 어디론가 홀린 듯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오랫동안 묵혀둔 맛집 리스트,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던 ‘고려돌솥설렁탕’이었다. 연천,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지는 곳.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드디어 식당 앞에 다다랐을 때, 넓은 주차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차 공간이 넉넉한 덕분에 편안하게 차를 세우고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 건물은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이었다. 커다란 간판에 쓰인 큼지막한 글씨에서 오랜 내공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스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테이블 사이로 은은하게 퍼지는 설렁탕 냄새는 텅 비었던 속을 더욱 자극했다.

고려돌솥설렁탕 식당 외부 전경
넓은 주차장을 자랑하는 고려돌솥설렁탕의 외관. 소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메뉴판을 보니 설렁탕 외에도 도가니탕, 해장국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돌솥설렁탕’. 일반 설렁탕에 천 원만 추가하면 갓 지은 돌솥밥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돌솥밥과 뽀얀 국물의 설렁탕이 눈 앞에 놓였다. 놋그릇에 담긴 정갈한 겉절이와 깍두기는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었다.

돌솥밥 뚜껑을 여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알이 눈에 들어왔다. 콩과 대추가 콕콕 박혀있는 모습은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셨던 밥을 떠올리게 했다. 밥 한 숟갈을 떠서 입에 넣으니, 갓 지은 밥 특유의 은은한 단맛과 찰기가 느껴졌다. 이어서 설렁탕 국물을 맛봤다. 뽀얀 국물은 깊고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깔끔했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인 보약 같은 느낌이었다.

돌솥밥과 설렁탕 한 상 차림
돌솥에서 갓 지은 윤기 흐르는 밥과 뽀얀 설렁탕 국물의 조화.

본격적으로 설렁탕을 즐기기 위해 테이블에 놓인 다진 양념을 풀었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니 뽀얀 국물이 순식간에 얼큰한 빛깔로 변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으니,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 집 다진 양념, 정말 예사롭지 않다. 슴슴한 듯 깊은 설렁탕 국물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법과 같은 존재였다.

설렁탕에는 소면과 양지 고기가 넉넉하게 들어있었다. 부드러운 소면을 후루룩 건져 먹고, 야들야들한 양지 고기를 깍두기와 함께 먹으니 그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특히, 이곳 깍두기는 직접 담근 김치로,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겉절이 역시 갓 버무린 듯 신선하고, 적당히 매콤해서 자꾸만 손이 갔다.

테이블에 놓인 깍두기, 겉절이 등 반찬
설렁탕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깍두기와 겉절이.

어느 정도 밥과 설렁탕을 먹은 후, 돌솥에 남은 밥으로 숭늉을 만들어 먹었다. 뜨거운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 잠시 기다리니, 구수한 숭늉이 완성되었다. 숭늉 한 숟갈을 떠서 김치와 함께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뜨끈한 숭늉은 추위로 얼었던 몸을 녹여주는 듯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식당 곳곳에 놓인 화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작은 식물원에 온 듯, 푸릇푸릇한 식물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더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옆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혼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함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메뉴 안내
설렁탕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메뉴판 옆에는 앙증맞은 장식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계산을 하면서 여쭤보니, 이곳은 21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연천의 맛집이라고 한다. 사장님은 매일 아침 직접 가마솥에 육수를 끓여 설렁탕을 만드신다고 했다. 김치 역시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와 무로 담근다고 하니, 그 정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지, 김치에서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진다 했더니, 역시나 이유가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설렁탕 한 그릇 덕분에 몸도 마음도 든든해진 기분이었다. 고려돌솥설렁탕,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정과 추억이 깃든 따뜻한 공간이었다. 포천 신북온천에 들렀다가 저녁 식사 코스로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천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들러 도가니탕과 모듬수육에도 도전해봐야겠다.

돌솥밥과 설렁탕
돌솥밥 안에는 콩, 대추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있어 밥맛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뱃속과는 반대로 차가운 바깥 공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연천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고려돌솥설렁탕에서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즐겨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모듬 수육
다음 방문에는 꼭 맛보고 싶은 모듬 수육. 부드러운 고기와 신선한 채소의 조화가 기대된다.
돌솥밥
돌솥밥의 클로즈업. 밥알 하나하나에 윤기가 흐른다.
다대기를 푼 설렁탕
다대기를 넣어 얼큰하게 즐기는 설렁탕.
고려돌솥설렁탕 내부
깔끔하고 쾌적한 식당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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