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숨은 보석, 남포동에서 맛보는 추억의 가야밀면 여행 맛집

부산 여행의 설렘을 가득 안고 찾아간 남포동, 그 복잡한 광복로 패션 거리를 지나 구석진 골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바로 ‘할매가야밀면’. 부산에 왔으니 밀면은 꼭 먹어봐야 한다는 사명감과, 숨겨진 맛집을 찾아냈다는 뿌듯함이 뒤섞여 발걸음은 더욱 경쾌해졌다.

골목 어귀에 다다르자, 낡은 간판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붉은 글씨로 큼지막하게 쓰인 ‘할매가야밀면’이라는 상호는, 마치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간판 아래 작게 적힌 ‘かやみるめん’이라는 일본어 표기가, 이 곳이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장소임을 짐작하게 했다.

할매가야밀면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할매가야밀면의 간판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한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따뜻한 육수가 담긴 주전자가 나왔다. 찻잔에 육수를 따라 한 모금 마시니, 은은한 한약재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멸치 육수 같기도 하고, 우동 국물 같기도 한 오묘한 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 육수는, 차가운 밀면을 먹기 전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4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문구가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뜨끈한 육수를 마시니, 왠지 모르게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물밀면과 비빔밀면이 주력 메뉴인 듯했다. 가격은 8천 원으로,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꽤나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비빔밀면의 매콤달콤한 양념 맛이 궁금해 비빔밀면을 주문했다. 친구는 물밀면을 시켰는데, 어떤 맛일지 궁금해 슬쩍 뺏어 먹어보기로 했다. 곧이어 왕만두도 하나 추가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밀면이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밀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물밀면
살얼음 동동 뜬 시원한 물밀면

물밀면 위에는 채 썬 오이와 닭고기 고명, 그리고 노란색 계란 지단이 예쁘게 올려져 있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는 보기만 해도 더위가 싹 가시는 듯했다.

비빔밀면은 쫄깃한 면발 위에 매콤한 양념장이 듬뿍 올려져 나왔다.

비빔밀면
매콤달콤한 양념이 돋보이는 비빔밀면

비빔밀면에는 특이하게도 가오리회가 함께 나왔다. 쫄깃한 가오리회는 매콤한 양념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면을 비비기 전, 가오리회 한 점을 먼저 맛봤다. 꼬들꼬들한 식감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 향이,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양념 위에는 땅콩 가루가 뿌려져 있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야무지게 비벼 한 입 크게 맛봤다. 쫄깃한 면발은 탄력이 넘쳤고, 매콤달콤한 양념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맵찔이인 나에게는 살짝 매콤하게 느껴졌지만, 맛있게 매운 정도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면발은 밀면이라고 하기보다는 쫄면에 가까운 쫄깃함이었다. 함께 나온 무 절임은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친구의 물밀면도 한 젓가락 뺏어 먹어봤다. 시원한 육수는 짭짤하면서도 깔끔한 맛이었다. 면발은 비빔밀면과 마찬가지로 쫄깃했고, 육수와 잘 어우러졌다. 물밀면은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무난하게 즐기기 좋은 맛이었다.

밀면과 함께 나온 왕만두는 큼지막한 크기를 자랑했다.

왕만두
촉촉하고 큼지막한 왕만두

만두피는 얇고 쫄깃했고, 속은 돼지고기와 부추, 당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입 베어 무니, 육즙이 흘러나왔다. 만두는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밀면과 함께 먹으니 든든하고 맛있었다. 다만, 돼지 특유의 냄새가 살짝 느껴지는 점은 아쉬웠다.

정신없이 밀면을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매콤한 양념 때문에 입술은 얼얼했지만, 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졌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입구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할매가야밀면’은 화려하거나 트렌디한 맛은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추억의 맛이었다. 굳이 최고의 맛집이라고 칭하기는 어렵겠지만, 남포동에 방문한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양의 밀면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다음에는 물밀면에 도전해봐야겠다.

메뉴
벽에 붙어있는 메뉴 사진

가게 내부는 넓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벽에는 메뉴 사진과 가격이 보기 좋게 붙어 있었다. 직원분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빠르게 나오는 편이었다. 다만, 손님이 워낙 많다 보니 물티슈나 앞접시를 요청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가게 위치는 남포동 이니스프리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다. 찾기가 쉽지 않으니, 지도 앱을 켜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주차는 따로 지원되지 않으니,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비빔밀면 근접샷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면발의 조화

다시 부산에 방문하게 된다면, ‘할매가야밀면’에 들러 시원한 밀면 한 그릇을 다시 맛보고 싶다. 그땐 꼭 물밀면 곱빼기를 시켜서 배부르게 먹어야지. 부산 남포동에서 맛보는 추억의 밀면 여행, 잊지 못할 맛있는 경험이었다.

수제비
따뜻한 수제비 한 그릇

혹시 밀면이 입에 맞지 않는다면, 수제비를 시켜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에 쫄깃한 수제비는, 밀면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비 오는 날 뜨끈한 수제비 한 그릇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물밀면 고명
물밀면 위에 올려진 닭고기 고명

물밀면에는 닭고기 고명이 올라가는데, 닭 특유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고기가 섞여 있을 수 있다. 닭고기 향에 민감하다면, 미리 빼고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밀면 전체샷
시원한 물밀면 한 그릇

부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남포동 ‘할매가야밀면’에서 시원한 밀면 한 그릇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양을 즐길 수 있으며, 오랜 전통이 느껴지는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최고의 맛집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추억을 되새기며 가볍게 즐기기에 좋은 곳이라는 점을 기억해두자.

만두 근접샷
윤기가 흐르는 만두

만두는 고기가 없는 부추 당면 만두였다. 고기만두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가끔은 최고의 맛집보다, 추억이 담긴 소박한 맛이 더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할매가야밀면’은 내게 그런 곳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겨운 분위기와 푸짐한 인심, 그리고 변함없는 맛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부산 남포동에서 맛보는 추억의 밀면 한 그릇,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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