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파주에서 맛보는 일산교자의 따스한 칼국수 한 그릇으로 추억을 맛보다

오랜만에 파주로 향하는 길, 26개월 된 조카의 웃음소리가 차 안 가득 울려 퍼졌다. 목적지는 ‘테마파크 주주’, 다양한 동물들과 교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앙증맞은 동물들의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해 질 녘이 되어서야 우리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파주 맛집을 찾아 나섰다. 지난번 파주 방문 때도 칼국수를 먹었었는데, 어쩐지 그 기억이 아련하게 떠올라 또다시 칼국수를 선택하게 된 건 운명이었을까. 이번에는 35년 전통의 ‘일산교자’였다.

어둑해진 하늘 아래, 붉은 벽돌과 검은색 지붕이 조화를 이루는 일산교자의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가득했지만, 어렵지 않게 빈자리를 찾아 주차할 수 있었다. 예전 ‘일산칼국수’라는 상호로 오랫동안 영업해온 곳이라고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테이블은 좌식으로 되어 있어 편안함을 더했다. 메뉴는 닭칼국수와 바지락칼국수, 그리고 교자와 파전으로 단촐했다. 칼국수 맛집의 정석같은 메뉴 구성에 오히려 기대감이 높아졌다. 우리는 바지락칼국수 3인분과 왕만두 하나를 주문했다. 혹시 양이 많을까 싶어 1인분을 줄이려 했지만, 칼국수에 대한 기대감을 차마 꺾을 수 없었다.

“주말 점심시간에는 기본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후기들을 익히 보았기에 어느 정도 대기를 예상했지만, 다행히 평일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금방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와 왕만두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푸짐한 양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일산교자의 왕만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일산교자의 왕만두

왕만두는 뽀얀 자태를 뽐내며 먹음직스러운 모습이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촉촉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만두피는 얇고 쫄깃했으며, 속은 신선한 채소와 고기로 가득 차 있었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칼국수와 곁들여 먹기에 부족함이 없는 맛이었다.

드디어 바지락칼국수를 맛볼 차례. 뽀얀 국물 위로 싱싱한 바지락과 파, 애호박이 넉넉하게 올라가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명동교자처럼 아주 진한 육수는 아니었지만,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니, 굵고 쫄깃한 면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면발은 찰진 느낌보다는 투박한 느낌이 강했는데, 오히려 씹는 맛이 있어 좋았다.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면발이 약간 퍼져서 나온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수타면이라 그런지 면발이 더욱 쫄깃하게 느껴졌다.

일산교자의 시원하고 깔끔한 바지락 칼국수
일산교자의 시원하고 깔끔한 바지락 칼국수

바지락칼국수에는 황태 육수를 기본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국물에서 은은한 황태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바지락은 크기가 작았지만, 신선하고 쫄깃했다. 바지락 양도 넉넉해서, 면과 함께 즐기기에 충분했다.

함께 나온 김치는 겉절이 스타일이었다. 젓갈 향이 강하지 않고,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칼국수와 잘 어울렸다. 갓 담근 김치 특유의 아삭한 식감도 좋았다. 칼국수와 김치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칼국수 한 젓가락에 김치 한 조각을 올려 먹으니, 입안에서 행복이 터지는 듯했다. 다만, 김치가 다소 맵다는 후기도 있으니,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들은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칼국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매콤한 겉절이 김치
칼국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매콤한 겉절이 김치

나는 워낙 닭칼국수를 좋아해서 다음에는 닭칼국수를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닭칼국수에는 닭고명이 풍성하게 올라가고, 국물도 담백하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얼큰한 닭칼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일산교자는 가격도 착하다. 칼국수는 8천 원, 만두는 1만 원으로 요즘 물가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양도 푸짐해서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 많다. 3인 가족이 칼국수 2인분과 만두 하나를 시켜도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양이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9월 1일자로 가격이 천 원 인상되었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가게 옆에는 쉼터도 마련되어 있어,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도 쉼터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니, 행복감이 밀려왔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후기에서는 직원의 친절도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직원들이 친절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바쁜 시간대라 그런지, 주문을 받거나 서빙을 할 때 다소 무뚝뚝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위생 문제였다. 테이블 밑이나 바닥에 음식물이 흘러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내가 앉은 테이블 옆 벽에도 고춧가루가 묻어 있었다. 물론 바쁜 식당에서 완벽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 더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수리도 필요해 보였다.

일산교자는 15년 넘게 단골인 사람도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맛집이다. 하지만, 맛, 면의 퍼짐 정도, 김치의 맛 등이 늘 똑같지는 않다는 후기도 있었다. 어떤 날은 최고의 맛을 경험하지만, 또 어떤 날은 실망스러운 맛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맛있었던 기억 때문에 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 단골들의 이야기다.

최근에는 주인이 바뀐 것인지, 맛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면이나 육수, 김치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일산교자를 찾고 있으며, 나 역시 다음 방문을 기약하고 있다.

총평: 일산교자는 파주에서 맛있는 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쫄깃한 면발, 매콤한 김치의 조화는 훌륭하다. 양도 푸짐하고 가격도 착해서 가성비도 좋다. 직원들의 친절도나 위생 상태는 다소 아쉽지만, 맛있는 음식으로 모든 것이 용서된다. 파주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일산교자에 들러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일산교자 외부 전경
일산교자 외부 전경
닭칼국수
닭칼국수
일산교자 간판
일산교자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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