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을 결정짓게 한 건 영아 언니의 황금향, 천혜향 제안도 있었지만, 제니 언니의 “내가 도와줄게”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 덕분이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떠나온 제주, 나의 첫 번째 스케줄은 뵙고 싶었던 행님의 ‘#문어빵빵’ 방문이었다. 렌터카 문제로 공항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해 아쉽게도 비양도가 보이는 일몰은 놓쳤지만,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가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한 레트로 감성의 공간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오락실에 온 듯한 기분. 가게 한쪽 벽면을 장식한 옛날 게임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좁다란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다락방 같은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나무로 마감된 천장과 은은한 조명이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창밖으로는 제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했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간편하게 할 수 있었다. 메뉴를 찬찬히 살펴보니 타코야끼, 야끼소바, 오코노미야끼 등 일본 현지 음식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딱새우 야끼소바와 치킨 가라아게는 꼭 먹어봐야 한다는 추천 글들이 많았다. 고민 끝에 타코야끼와 야끼소바, 그리고 시원한 생맥주를 주문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타코야끼가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한입 베어 무니, 큼지막한 문어가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문어빵빵이라는 이름처럼, 문어를 아낌없이 넣어주시는 사장님의 후한 인심이 느껴졌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소스가 타코야끼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곳 타코야끼는 흔히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문어가 잘게 다져진 것이 아니라, 4~5cm 정도의 큼지막한 크기로 들어가 있어 씹는 맛이 살아있었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운 반죽, 그리고 넉넉하게 뿌려진 가쓰오부시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뻥 조금 더 보태서 오사카에서 먹었던 타코야끼보다 훨씬 맛있었다.
다음으로 맛본 메뉴는 야끼소바였다. 탱글탱글한 면발에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가 듬뿍 들어있었다. 특히 딱새우가 통째로 들어가 있어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소스가 면발에 착 감겨 입맛을 돋우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맛이었다.

오코노미야끼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두께감을 자랑했다. 속재료의 촉촉함과 숙주의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달콤 짭짤한 소스와 마요네즈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타코야끼와 야끼소바, 오코노미야끼를 번갈아 가며 맛보는 사이, 시원한 생맥주가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톡 쏘는 탄산과 청량감이 더위를 싹 잊게 해줬다. 역시 타코야끼에는 맥주가 최고의 조합이다.
음식을 맛보는 동안 사장님과 레아 삼촌님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더욱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조곤조곤 말을 걸어주시고, 여행 팁도 알려주시는 친절함에 감동했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문어빵빵은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훌륭한 곳이었다. 붉은 벽돌 외관에 노란색 어닝이 눈에 띄는 이곳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가게 앞에는 빨간색 글씨로 ‘문어빵빵’이라고 쓰인 나무 간판이 걸려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면 빈티지한 소품들이 가득했다. 벽에는 오래된 영화 포스터와 LP판이 붙어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앙증맞은 피규어들이 놓여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손님들이 남긴 메시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겨울에는 가게 안에 석유 난로를 피워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한다. 난로 옆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타코야끼를 먹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훈훈했다.
벽 한켠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맛있게 먹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타코야끼는 갓 나왔을 때 바로 먹어야 가장 맛있고, 야끼소바는 김가루를 뿌려 먹으면 더욱 풍미가 좋다고 한다. 사장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문어빵빵은 한림여고 학생들의 단골집이라고 한다. 하굣길에 들러 타코야끼 한두 개를 사 먹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으니,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아쉽지만 다음 스케줄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문어빵빵에서의 즐거웠던 추억을 가슴에 안고.
제주에 와서 웬 타코야끼냐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문어빵빵은 단순한 타코야끼 가게가 아닌, 맛과 분위기, 그리고 정까지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제주 서쪽 한림 지역을 여행한다면, 문어빵빵에 꼭 들러 맛있는 타코야끼와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사장님의 친절함과 넉넉한 인심에 감동받을 것이다.
참고로, 문어빵빵은 카페 봄봄 왼쪽에 위치해 있다. 버스 정류장 바로 뒤에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객들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주차는 다소 어려울 수 있으니, 주변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다음에는 꼭 해가 지기 전에 방문해서, 비양도를 바라보며 타코야끼를 먹어야겠다. 그리고 명란 치즈 타코야끼도 꼭 먹어봐야지! 벌써부터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