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온 대전, 빽빽한 빌딩 숲을 벗어나 잠시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대전역 동광장, 그곳은 번잡한 도시의 소음과는 거리가 먼,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한적한 분위기를 풍겼다.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이 동네에 숨어있는 삼계탕 전문점. 블로그 후기를 꼼꼼히 찾아보며 애써 대전 맛집을 향한 기대를 품었다.
가게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가 훅 끼쳐왔다. 낡은 듯 정감 있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 풍경이 마치 외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포근함을 안겨주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라 그런지, 홀은 비교적 한산했다. 테이블 한 켠에는 이미 기본 찬들이 소담하게 차려져 있었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백김치, 매콤하게 익은 깍두기, 그리고 쌈장과 함께 놓인 아삭한 오이 고추. 삼계탕이 나오기 전,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한 찬들이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다양한 종류의 삼계탕이 눈에 들어왔다. 흑미전복삼계탕, 녹두삼계탕… 고민 끝에, 몸보신에 좋다는 흑미전복삼계탕을 주문했다. 왠지 오늘은 흑미의 깊은 풍미와 전복의 쫄깃함이 간절하게 느껴졌다. 주문 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린 후에야 드디어 뚝배기에 담긴 삼계탕이 내 앞에 놓였다.
검은 빛깔의 국물이 낯설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전복 두 마리가 흑미밥을 품은 닭과 함께 뜨거운 김을 내뿜고 있었다. 흑미의 은은한 단맛과 인삼의 향긋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자, 깊고 진한 맛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한약재의 조화가 묘하게 입맛을 당겼다.

닭고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젓가락만 대도 살이 스르륵 발라졌다. 흑미밥과 함께 닭고기를 입에 넣으니,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쫄깃한 전복은 씹을수록 바다의 풍미를 더했다. 뜨거운 뚝배기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천천히 음미하며 삼계탕을 즐겼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이, 제대로 몸보신하는 기분이었다.
삼계탕을 먹는 중간중간, 깍두기를 곁들이니 느끼함도 싹 가셨다. 적당히 익은 깍두기의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맛은 삼계탕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쌈장에 찍어 먹는 오이 고추도 별미였다. 신선한 오이의 향긋함과 아삭함이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다른 손님들의 후기처럼, 이곳의 낙지볶음과 갈치조림은 꽤 매운 편이라고 한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가게의 청결도는 살짝 아쉬웠다. 테이블 곳곳에 묻어 있는 얼룩이나, 끈적거리는 바닥은 조금 신경 쓰였다.
최근에는 블로그 맛집 광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나 역시도 반신반의하며 이곳을 찾았지만, 흑미전복삼계탕 한 그릇은 꽤 만족스러웠다. 다만, 다른 메뉴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듯했다. 특히, 단맛이 강하다는 후기가 눈에 띄었다. 어떤 손님은 설탕을 들이부은 듯한 단맛에 실망했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일 수도 있겠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든든함과 함께 나른함이 밀려왔다. 대전역 앞, 복잡한 거리 풍경이 한층 더 생기 있게 느껴졌다.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 이것이 바로 대전에서 찾은 진정한 맛집의 힘이 아닐까. 다음에는 녹두삼계탕에도 도전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