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자연스레 강남역을 향했다. 오늘 저녁은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깊은 국물이 간절했다. 며칠 전부터 눈여겨 봐뒀던, 미쉐린 빕구르망에 빛나는 라멘집, ‘오레노라멘’이 떠올랐다. 혼자서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라는 정보에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깔끔하고 밝은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은은하게 감도는 따뜻한 조명 아래, 오픈 키친에서는 분주하게 라멘을 만드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셰프들의 손길은 마치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듯 섬세하고 정성스러워 보였다. 혼자 왔음에도 전혀 어색함 없이,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혼밥족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메뉴판은 생각보다 간결했다. 닭 육수 베이스의 ‘토리빠이탄’ 라멘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6년 연속 미쉐린 빕구르망에 선정될 정도면 그 맛은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 고민할 필요 없이, 대표 메뉴인 토리빠이탄 라멘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테이블 위에는 김치와 초생강이 담긴 작은 접시가 놓였다. 라멘의 느끼함을 잡아줄 훌륭한 조연들이었다. 나무 테이블의 따뜻한 질감과 곁들여진 반찬들의 조화가 시각적으로도 편안함을 주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리빠이탄 라멘이 내 앞에 놓였다.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었다.뽀얀 닭 육수 위에 수비드 닭가슴살, 반숙 계란, 그리고 채 썬 파가 정갈하게 올려져 있었다. 검은색 나무이버섯은 마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포인트였다. 라멘 그릇을 가득 채운 풍성한 비주얼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었다.

먼저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진하면서도 깊은 닭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오히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인 삼계탕을 먹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뽀얀 국물 위로 떠오른 기름 방울들이 윤기를 더하며 식욕을 자극했다.
수비드 닭가슴살은 정말 부드러웠다. 퍽퍽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은은한 닭고기 향이 닭 육수와 어우러져 더욱 깊은 풍미를 선사했다. 젓가락으로 면과 함께 집어 올리니, 뽀얀 면발 사이로 촉촉한 닭가슴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숙 계란은 완벽했다.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리자, 노른자가 톡 터져 흘러나왔다. 고소하고 녹진한 노른자가 닭 육수와 어우러져 더욱 풍부한 맛을 만들어냈다. 면과 함께 먹으니 그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반숙 계란의 촉촉함과 면의 쫄깃함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며 행복감을 선사했다.
면발은 탱글탱글하고 쫄깃했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릴 때마다 탄력이 느껴졌다. 면 자체의 맛도 훌륭했지만, 닭 육수와의 조화가 더욱 돋보였다. 면을 후루룩 삼킬 때마다 닭 육수의 깊은 풍미가 함께 느껴져 정말 맛있었다.

라멘을 먹는 중간중간 김치와 초생강을 곁들이니 입안이 개운해졌다. 특히, 오독오독 씹히는 초생강의 식감이 라멘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김치의 아삭함과 매콤함 또한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오레노라멘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면과 육수 리필이 무료라는 점이다. 라멘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직원분께 면 추가를 부탁드렸다. 잠시 후, 따뜻한 면이 다시 한 그릇 제공되었다. 면을 추가하니, 처음 먹는 것처럼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이번에는 매콤 육수를 추가하여 색다른 맛을 즐겨보기로 했다. 매콤 육수를 넣으니, 닭 육수의 깊은 풍미에 매콤함이 더해져 더욱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땀이 살짝 배어나오는 듯했지만, 멈출 수 없는 중독적인 맛이었다.

결국, 면과 국물까지 모두 깨끗하게 비워냈다.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미쉐린 빕구르망에 선정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단순한 라멘 한 그릇이 아니라, 정성과 노력이 담긴 요리를 맛본 기분이었다.
오레노라멘 강남점은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나처럼 혼자 온 손님들이 꽤 많았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라멘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나도 편안하게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면서, 다음에는 맥주와 함께 라멘을 즐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한 닭 육수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릴 것 같았다.
강남역에서 혼밥할 곳을 찾는다면, 오레노라멘을 강력 추천한다. 6년 연속 미쉐린 빕구르망에 선정된 라멘 맛집에서, 따뜻하고 깊은 풍미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