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깊이가 녹아든 영등포 대한옥, 노포에서 맛보는 특별한 설렁탕 기행

어둑한 저녁, 약속 장소인 영등포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향했다. 스마트폰 지도를 켜고 10분 정도 걸으니, 주변은 온통 기계 공구 상가였다. 웅장한 기계 소리 대신 적막만이 감돌았다. 이런 곳에 맛집이 있다고? 의아함이 들 때쯤, 푸른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허름한 건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 바로 오늘 저녁을 책임질 대한옥이었다.

입구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낡은 건물 안으로 조심스레 발을 들였다. 좁은 복도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었고, 혼밥을 즐기는 손님부터 꼬리찜에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모습이었다. 2인 테이블은 없었지만, 혼자 온 손님들도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벽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테이블은 다소 낡았지만,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대한옥 외부
오래된 건물, 공구 상가들 사이에 자리 잡은 대한옥의 외관

메뉴판을 보니 설렁탕과 꼬리곰탕이 주 메뉴였다. 꼬리수육도 유명하다고 해서 고민하다가, 오늘은 설렁탕을 맛보기로 했다. 일반 설렁탕과 특 설렁탕이 있었는데, 특에는 고기와 소면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2천 원 차이라길래, 고기를 좋아하는 나는 특 설렁탕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직원분이 김치와 깍두기를 가져다주셨다.

깍두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져 있었는데, 아삭한 식감은 좋았지만 깊은 감칠맛은 살짝 아쉬웠다. 반면 김치는 묵직한 양념이 잘 배어 있어, 설렁탕과 완벽한 조화를 이룰 것 같았다.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어 맛보니,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진한 양념과 은은한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설렁탕이 나오기도 전에 김치 맛에 반해버렸다.

대한옥 입구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대한옥 입구

잠시 후, 드디어 설렁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뚝배기 안에는 고기 고명이 넉넉하게 들어 있었고, 소면도 보였다.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깊고 진한 육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간은 거의 되어 있지 않아, 소금과 후추로 취향에 맞게 간을 해야 했다. 나는 소금만 살짝 넣어 맛을 봤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고기 고명은 4~5점 정도 들어 있었다.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느껴졌다. 고기를 찍어 먹을 소스가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김치와 함께 먹으니, 아쉬움은 금세 사라졌다.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설렁탕
뽀얀 국물과 푸짐한 고명이 인상적인 설렁탕
설렁탕과 깍두기, 김치
설렁탕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김치와 깍두기

나는 순식간에 설렁탕 한 그릇을 비워냈다.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는 생각보다 젊은 직원분들이 계셨다. 인사를 하고 계산을 마친 후, 가게를 나섰다.

대한옥은 겉모습은 허름하지만, 깊은 맛과 정겨운 분위기가 있는 곳이었다. 깔끔한 인테리어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노포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저녁에는 꼬리찜에 술 한잔 기울이는 손님들이 많다고 하니, 다음에는 꼬리찜을 맛보러 와야겠다.

며칠 후, 친구들과 함께 대한옥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꼬리수육을 맛보기로 했다. 꼬리수육은 소(小) 자와 대(大) 자가 있었는데, 우리는 4명이라 대 자를 주문했다. 잠시 후, 꼬리수육이 나왔다. 접시 가득 담긴 꼬리수육 위로, 부추무침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꼬리수육의 짭짤한 간장 소스와 부추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꼬리수육
푸짐한 부추무침이 곁들여진 꼬리수육

젓가락으로 꼬리수육을 집어 맛봤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꼬리 특유의 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고, 짭짤한 간장 소스가 꼬리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었다. 부추무침과 함께 먹으니, 향긋함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친구들도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꼬리수육을 먹었다.

꼬리수육과 깍두기
꼬리수육과 함께 즐기는 깍두기

꼬리수육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국수 사리가 생각났다. 직원분께 국수 사리를 추가 주문했다. 잠시 후, 삶은 국수가 나왔다. 국수를 꼬리수육 양념에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국수에 잘 배어, 꼬리수육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들도 국수 사리를 추가하길 잘했다며 만족해했다.

대한옥에서는 꼬리수육을 주문하면 설렁탕 국물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뽀얀 설렁탕 국물은 꼬리수육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꼬리수육을 먹다가 느끼함이 느껴질 때쯤, 설렁탕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면 입안이 깔끔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설렁탕 국물을 몇 번이나 리필해서 마셨다.

설렁탕 국물
꼬리수육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설렁탕 국물

대한옥에서 꼬리수육과 설렁탕을 배불리 먹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낡은 건물, 허름한 테이블, 시끌벅적한 분위기.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나는 대한옥이 왜 오랫동안 사랑받는 맛집인지 알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 푸짐한 양, 저렴한 가격,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 이 모든 것이 대한옥의 매력이었다.

대한옥은 영등포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서울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다. 꼬리수육과 설렁탕은 물론, 김치와 깍두기까지 맛있는 곳이다. 영등포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메뉴판
대한옥 메뉴판 (2024년 5월 기준)

총평

대한옥은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 맛집이다. 꼬리수육과 설렁탕이 유명하며,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낡은 건물, 허름한 테이블,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노포 특유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꼬리수육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며, 짭짤한 간장 소스와 부추무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설렁탕은 깊고 진한 육향이 느껴지며, 김치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영등포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 저녁 시간에는 웨이팅이 길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 꼬리수육을 주문하면 설렁탕 국물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 국수 사리를 추가하여 꼬리수육 양념에 비벼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 주차는 불가하므로,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대한옥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이번에는 꼬리곰탕을 맛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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