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손맛이 깃든, 인천 곤드레밥 한상차림으로 만나는 구월동 향토 맛집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목적지는 송도, 그 활기 넘치는 현대적인 풍경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든든하게 배를 채워야 했다. 어머니는 화려한 레스토랑보다 소박하고 정갈한 한식을 더 좋아하시니까. 송도로 향하는 길목, 구월동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한정식집, ‘영월애곤드레’가 우리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since 1991이라는 문구가 어쩐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보니,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곤드레밥 한상차림’이라는 문구가 어머니의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했다. 베이커리 카페 ‘남촌회관’과 함께 운영되는 듯했다. 왠지 식사 후 커피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스했다. 완벽한 나들이 날씨였다.

영월애곤드레 간판
멀리서도 눈에 띄는 큼지막한 간판이 ‘영월애곤드레’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웨이팅이 있었다. 토요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 손님들이 꽤 많았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고,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여쭤보니, 직원분께서는 “그냥 오셔도 괜찮아요”라고만 하셨다. 40분이나 기다려야 했는데,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맛있는 곤드레밥을 먹을 생각에, 기다림도 즐거웠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에서 메뉴를 훑어봤다. 고등어구이정식, 돼지불고기정식, 새꼬막무침 등, 다채로운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곤드레밥은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은 좋았지만, 생선 굽는 냄새가 조금 거슬렸다.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은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서니, 넓고 깔끔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월애곤드레 외관
해가 질 무렵, ‘영월애곤드레’의 간판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고등어구이정식과 제주 간장게장 정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기본 찬들이 차려졌다.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이, 마치 집밥을 먹는 듯한 푸근함을 안겨줬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곤드레밥은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웠다. 각종 반찬은 셀프바에서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고등어구이 정식
놋그릇에 담겨 나온 곤드레밥과 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구이가 식욕을 자극한다.

가장 먼저 곤드레밥을 맛봤다. 콩가루가 살짝 뿌려진 곤드레밥은, 찰기가 엄청났다. 쫀득한 식감과 은은한 곤드레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어머니께서도 “정말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등어구이는, 비린내 없이 고소했다. 특히 쌉쌀한 도라지와 흑임자 소스를 곁들인 무채는, 흔한 반찬이지만 특별하게 느껴졌다. 꽁치와 함께 절인 무청 또한, 훌륭한 밥도둑이었다.

다양한 반찬이 준비된 셀프바
셀프바에는 신선하고 맛있는 반찬들이 가득 준비되어 있다.

셀프바에는 곤드레밥과 각종 반찬들이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잡채, 쌈 채소 등,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갓 지은 곤드레밥은, 언제든지 따뜻하게 즐길 수 있었다. 곤드레밥에 비벼 먹는 간장과 쌈장 또한, 시판 제품이 아닌 직접 만든 듯한 깊은 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식사 도중 파리가 계속 주변을 맴돌아, 밥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가게 사장님께 말씀드렸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한 셀프바에서 음식을 물건 다루듯 하는 직원분들의 모습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위생과 서비스 면에서는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계산대 옆에 누룽지와 식혜가 준비되어 있었다.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식혜는, 입가심으로 제격이었다. 어머니께서는 누룽지를 특히 좋아하셨다.

원래는 옆에 있는 남촌회관 베이커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지금은 대기실로 바뀌고 밀크커피와 코코아만 있다고 했다. 아쉬운 대로, 남촌회관에서 빵과 커피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영월애곤드레’는 맛과 가성비, 그리고 푸짐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곤드레밥은 언제 가도 갓 지은 밥이 나오고, 제육볶음에서는 기분 좋은 불맛이 느껴진다. 특히 황게장 정식에 나오는 간장은, 따로 끓여낸 듯한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다. 강남에서 파는 미슐랭 간장게장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맛있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다음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서비스와 위생 면에서 조금 더 개선되기를 바라본다.

매주 일요일 휴무 안내
‘영월애곤드레’는 매주 일요일에 휴무이니, 방문 시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머니께서는 “오랜만에 정말 맛있는 밥을 먹었다”며, 연신 칭찬하셨다. 어머니의 행복한 모습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았다. ‘영월애곤드레’, 그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이 깃든 공간으로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다음에는 꼭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겠다. 그리고 파리 대책도 마련되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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