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설레는 순간 중 하나는 역시 맛집을 찾아보는 시간이다. 뻔한 관광지 음식에 질릴 때쯤, 현지인들이 숨겨둔 보석 같은 곳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 이번 여행에서는 그런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줄 서귀포 맛집, 삼강식당 본점을 찾았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정말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주변은 평범한 주택가였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소박한 외관의 삼강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 그리고 “본점”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진 간판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48년 전통이라는 문구가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어컨이 어찌나 빵빵한지, 시원하다 못해 살짝 춥게 느껴질 정도였다. 늦은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꽤 많았다. 특히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보였는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어르신들을 모시고 온 가족 등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메뉴는 단 하나, 오리 한 마리 (68,000원). 샤브샤브, 백숙, 그리고 죽 또는 조배기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2명이서 방문해도 오리 한 마리를 시켜야 한다는 점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워낙 푸짐하게 나온다는 후기를 봤기에 기대를 안고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밑반찬들이 하나 둘씩 차려지기 시작했다. 김치, 미역 초무침, 무생채, 어묵볶음, 옥수수콘 마요네즈 등 정갈한 반찬들이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특히, 오리고기를 찍어 먹는 고추 파간장 절임은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메인 요리인 오리 샤브샤브가 등장했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배추, 쑥갓, 팽이버섯 등 신선한 채소가 가득 담겨 있었고, 그 위에는 얇게 슬라이스된 오리 가슴살이 덮여 있었다. 뽀얀 육수가 끓기 시작하자, 채소의 은은한 향이 올라왔다. 젓가락으로 오리 가슴살을 집어 육수에 살짝 담갔다가 건져 먹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 부드러웠다. 지방이 적은 부위라 그런지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좋았다. 특히, 배추의 달콤함과 오리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함께 나온 소스에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한 맛이라,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끓일수록 육수가 진해지면서 깊은 맛이 더해졌다. 야채와 오리고기를 계속해서 넣고 끓여 먹으니,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샤브샤브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리 백숙이 나왔다. 푹 익혀진 오리 뼈에 붙은 살코기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젓가락으로 살코기를 발라 먹으니,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다. 닭백숙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오리 특유의 향이 살짝 느껴지긴 했지만,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향이 오리 백숙의 풍미를 더해주는 듯했다.
마지막 코스는 죽 또는 조배기(수제비)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고민 끝에 죽을 선택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냄비에 남은 육수에 밥과 김가루, 잘게 썬 채소를 넣고 끓여 만든 오리 죽은,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하고,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죽은,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숟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오리 육수의 깊은 맛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했다. 죽을 먹는 동안, 왜 이곳이 오리 죽 맛집으로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양이 워낙 푸짐해서 죽을 남길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은 음식은 포장도 가능하다고 한다. 미리 알았더라면 포장해 왔을 텐데. 다음에는 꼭 포장해서 집에서도 그 맛을 다시 느껴봐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직원분들도 모두 친절하고,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당을 나서면서, 정말 제주에서 잊지 못할 맛집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특별한 분위기는 없었지만, 정겨운 분위기와 푸짐한 인심,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맛이 모든 것을 압도했다. 제주 여행 중, 자극적인 관광지 음식에 질렸다면, 꼭 삼강식당 본점에 방문해서 오리 샤브샤브와 오리 죽을 맛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가족들과 삼강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들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특히, 부모님께서 너무 좋아하셔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다음 제주 여행 때도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숙소로 향했다. 제주 서귀포에서 만난 오리 샤브샤브, 그 특별한 맛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