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삼겹살 생각에 무작정 범계역으로 향했다. 왁자지껄한 거리, 쏟아지는 불빛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고집132’였다. 흔한 고깃집과는 다른, 어둠이 감도는 세련된 분위기가 발길을 붙잡았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설렘을 안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바깥의 번잡함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은은한 조명이 테이블을 비추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넓은 매장 덕분에 회식이나 모임 장소로도 제격일 듯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숙성 삼겹살, 쫄깃살, 도끼갈비… 다채로운 돼지고기 부위들이 나를 유혹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한라산 세트’. 토닉워터와 한라산의 조합이라니, 술을 즐기는 나에게는 최고의 선택일 듯했다. 잠시 고민 끝에, 2인 세트 메뉴와 함께 한라산 세트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워나갔다. 붉은 빛깔의 명란젓, 톡 쏘는 겨자 소스가 곁들여진 양파 슬라이스, 매콤한 깍두기, 쌈무, 깻잎 장아찌…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명란젓은 이곳만의 특색 있는 밑반찬이라고 했다. 삼겹살과의 조합이 어떨지 기대감이 증폭됐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 숙성 삼겹살과 쫄깃살이 등장했다. 선홍빛을 뽐내는 고기의 자태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큼지막하게 썰린 고기는 신선함이 느껴졌다. 숙성된 돼지고기라 그런지, 육질이 더욱 촘촘하고 탄력 있어 보였다.
불판이 달궈지자,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올려주셨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곳은 직원분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시스템이라, 편안하게 식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전문가의 손길로 구워지는 고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어갔다.
어느 정도 고기가 익자, 직원분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불판 위에 가지런히 정렬해 주셨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의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젓가락을 들고 가장 먼저 숙성 삼겹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표면에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첫 입은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육즙,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은은하게 느껴지는 숙성향… 삼박자를 고루 갖춘 완벽한 맛이었다. 특히 명란젓을 올려 먹으니, 짭짤한 감칠맛이 더해져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다시마와 묵은지를 곁들여 먹으니, 색다른 조합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쫄깃살 역시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이름처럼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었고,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쌈무에 싸서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깻잎 장아찌에 싸서 먹으니, 향긋한 풍미가 더해져 입맛을 돋우었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슬슬 술 생각이 간절해졌다. 드디어 한라산 세트를 개봉할 시간. 토닉워터 두 병과 레몬 슬라이스가 함께 나왔다. 한라산과 토닉워터의 조합은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황금 비율로 섞은 한라산 토닉은 청량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삼겹살과의 궁합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고기와 술을 즐기는 사이, 테이블 한쪽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꽃게 된장찌개였다. 꽃게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된장찌개는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꽃게의 시원한 맛과 된장의 구수한 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다만 가격이 다소 높게 느껴진다는 점은 아쉬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러 가는 길, 벽면에 붙어 있는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도끼갈비, 망치갈비 등 독특한 이름의 메뉴들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특히 망치갈비는 이 집의 인기 메뉴라고 했다. 다음 방문 때는 꼭 망치갈비를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고집132에서의 식사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고급스러운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훌륭한 맛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곳이었다. 특히 숙성 삼겹살과 명란젓의 조합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범계역에서 삼겹살이 생각날 때면, 주저 없이 고집132를 찾을 것 같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고기 자체의 퀄리티가 가격 대비 뛰어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물론 맛있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더 좋은 품질의 고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실내에 연기가 가득하다는 점도 아쉬웠다.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주차장 입구를 찾기가 다소 어렵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건물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뚜레주르 옆길로 들어가야 한다는 안내가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132는 범계역에서 삼겹살을 즐기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특별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돼지고기를 맛보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다음에는 꼭 망치갈비를 먹어보고 후기를 남겨야겠다. 범계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지역명이 주는 편견을 깨고 고집132에 방문하여 특별한 미식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돌아오는 길, 은은하게 풍기는 숯불 향과 입안에 남은 삼겹살의 풍미가 오랫동안 맴돌았다. 어둠 속에서 발견한 범계의 숨은 보석, 고집132.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