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 시원한 물회가 간절해졌다. 어디에서 물회를 먹어야 제대로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며칠 동안 폭풍 검색을 한 끝에, 레이더망에 걸린 곳은 바로 영덕막회였다. 왠지 이름에서부터 ‘찐’ 맛집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드디어 그 유명한 물회를 맛보게 되는구나!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허름하지만 정겨운 분위기의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영덕막회’라는 투박한 글씨가 쓰여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에서, 이곳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나타났다.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는 작은 횟집이었는데, 저녁 시간에는 막회에 술 한잔 기울이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고 한다. 나는 점심시간에 방문해서 비교적 한산했지만, 이미 몇몇 테이블에서는 식사를 즐기고 있는 손님들이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막회, 물회, 가자미구이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물회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물회 중(中)자를 주문했다. 밥과 국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말에, 나는 국수를 선택했다.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밑반찬이 나왔다. 콩나물무침과 오징어채, 그리고 특이하게도 계란후라이를 튀기듯이 해서 내어주셨다. 콩나물무침은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오징어채는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튀기듯이 구운 계란후라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정말 맛있었다. 이런 소소한 반찬 하나하나에서, 이 집의 내공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미지에서 보았던 그 튀긴 계란후라이가 실제로 내 눈 앞에 있다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물회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물회는,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비주얼을 자랑했다. 두툼하게 썰린 회와 채 썬 오이, 배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고, 그 위에는 새콤달콤한 양념장이 듬뿍 뿌려져 있었다. 이미지로 봤을 때도 양이 엄청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 양이 더욱 어마어마했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보니, 탱글탱글한 국수 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수 면에도 양념이 잘 배어 있어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얼른 국수 한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으니,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쫄깃한 국수와 아삭한 채소, 그리고 싱싱한 회의 조화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회는 씹을수록 고소했고, 오이와 배는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을 더해주었다. 양념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있어서,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았다. 특히, 회가 정말 신선했는데, 매일 영덕에서 공수해온다고 한다. 역시, 산지 직송이라 그런지 싱싱함이 남달랐다.

나는 원래 물회를 즐겨 먹는 편이 아니었는데, 영덕막회의 물회를 맛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렇게 맛있는 물회는 처음이었다. 솔직히, 물회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가 보면, 너무 달거나 너무 맵거나 해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영덕막회의 물회는, 딱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다. 억지로 MSG를 넣은 듯한 맛이 아니라,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었다.
물회를 먹다가, 밥이 생각나서 공기밥을 추가로 주문했다. 남은 물회에 밥을 말아서 먹으니, 또 다른 맛이었다. 차가운 물회 육수에 따뜻한 밥이 어우러지면서, 입 안에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밥알 하나하나에 양념이 배어 있어서, 정말 꿀맛이었다.
정신없이 물회를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정말 배가 불렀지만, 너무 맛있어서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물회 중(中)자는 성인 남성이 먹기에도 충분한 양이었다. 여성분이라면 소(小)자를 시켜도 충분할 것 같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인자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나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아주머니께서는 “저희 집 물회는 매일 아침 영덕에서 올라오는 싱싱한 회로 만들어서 그래요.”라고 말씀하셨다. 역시, 좋은 재료가 맛의 비결이었구나.
영덕막회는 위생적인 부분에서 조금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나는 맛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물론, 깔끔한 식당에서 먹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허름한 노포에서Authentic한 맛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치 고향집 할머니가 무심하게 썰어준 듯한 물회 맛이랄까.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물회와 함께 굴전도 꼭 먹어봐야겠다. 겨울철 별미인 굴전은, 굴이 듬뿍 들어가서 정말 맛있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에 방문해서 막회에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덕막회는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고 방문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푸짐한 양과 신선한 재료,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물회는, 나를 단골손님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혹시라도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원한다면, 다른 곳을 추천한다. 하지만, 진정한 맛을 추구하는 미식가라면, 영덕막회에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영덕막회에서 먹었던 물회 맛을 잊을 수 없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싱싱함,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 그리고 푸짐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물회였다. 앞으로 물회는 무조건 영덕막회에서 먹어야겠다.

가성비 넘치는 가격에 신선한 막회와 물회를 맛볼 수 있는 곳, 영덕막회.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나에게, 영덕막회는 보석 같은 맛집이었다. 다음에 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서울 지역명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물회를 맛볼 수 있다니, 정말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