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읍내 장터에 가면, 으레 칼국수 한 그릇씩 먹고는 했다. 투박한 면발에 뜨끈한 국물,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풍경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있다. 광주에서 칼국수 맛집으로 이름난 ‘월빙’에 방문하게 된 건, 어쩌면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향수를 다시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주차는 쉽지 않았다. 주변 도로변을 몇 바퀴나 돌았을까, 다행히 빈자리를 발견하고 얼른 차를 세웠다. 주차는 다소 불편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볼 생각에 이 정도 수고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메뉴판을 보니 칼국수 종류도 다양했지만, 왠지 오늘은 서리태 콩국수가 끌렸다. 콩국수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봤다. 벽에는 ‘모든 재료 국내산’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갔다.
드디어 기다리던 콩국수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콩국수는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뽀얀 콩 국물 위로 살포시 올라간 오이채가 식감을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한 입 맛보니, 면발이 정말 쫄깃쫄깃했다. 찰흑미를 기본으로 반죽했다더니, 일반 면과는 확실히 다른 식감이었다. 콩 국물은 서리태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정말 진하고 맛있었다. 걸쭉하면서도 부드러운 콩 국물이 목 넘김도 좋았다.
콩국수와 함께 나온 깍두기와 열무김치는 또 다른 별미였다. 특히 깍두기는 아삭하면서도 적당히 익어 콩국수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먹는 동안에도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다. 혼자 온 손님도 있었고, 친구와 함께 온 손님도 있었다. 다들 콩국수나 칼국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었다.

다음에는 얼큰이 칼국수나 들깨수제비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얼큰이 칼국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는 손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월빙은 주 메뉴인 칼국수뿐만 아니라 팥칼국수도 유명하다고 한다. 특히 팥물이 이물감 없이 부드럽다는 평이 많다. 옛날 칼국수 역시 담백한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고 하니, 다음 방문 때는 꼭 칼국수를 먹어봐야겠다.

서리태 콩국수를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았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일하시는 분들이 모두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이런 친절함도 월빙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문을 나서면서,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쫄깃한 면발과 진한 콩 국물, 그리고 정갈한 김치까지, 분명 부모님도 좋아하실 것 같았다. 광주에서 맛있는 칼국수나 콩국수를 찾는다면, 주저 없이 ‘월빙’을 추천하고 싶다. 다만, 주차는 조금 감수해야 한다는 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분위기 덕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광주 맛집 월빙, 다음에는 어떤 메뉴를 먹어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음 방문에는 꼭 바지락칼국수가 메뉴에 추가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가져본다. 광주 지역에서 잊지 못할 칼국수의 지역명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월빙’은 분명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