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길,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한 조각이 문득 떠올랐다. 꼬불꼬불 이어진 시골길을 따라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연천 궁평리, 작고 소박한 국수집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아담한 건물, “비빔국수, 열무국수, 잔치국수”라고 정직하게 쓰인 간판이 마치 고향집에 온 듯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갓길에 겨우 차를 대고 내리니, 낡은 대기석과 옹기종기 놓인 화분들이 정겨움을 더했다. 10시 30분이라는 이른 시간부터 문을 여는 이곳은,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연천의 숨은 맛집이라고 한다. 평소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서둘러 왔음에도, 역시나 기다리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온통 푸른 논밭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вдалеке에는 얕은 야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에 마음이 평온해졌다. 문득, ‘아, 내가 정말 여행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예전에는 좌식 테이블만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절반 정도가 의자식 테이블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좌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따뜻한 온돌 바닥에 앉으니, 긴장했던 몸이 스르륵 녹는 듯했다.
메뉴는 단촐했다. 비빔국수, 잔치국수, 그리고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열무물국수. 나는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비빔국수를 곱빼기로 주문했다. 곱빼기 가격은 2,000원이 추가되는데, 양이 1.7~8배 정도 더 나온다고 하니, 양이 많은 나에게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벽에는 “저희 업소는 직접 농사지은 고춧가루만 사용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직접 재배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믿음이 갔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빔국수가 나왔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비빔국수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붉은 양념장 위에는 잘 익은 열무김치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깨소금이 솔솔 뿌려져 있었다. 면발은 탱글탱글했고, 양념장의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저어 한 입 가득 입에 넣으니, 환상적인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장은 정말 일품이었다. 면발은 어찌나 쫄깃한지, 씹는 맛이 정말 좋았다. 특히, 함께 올려진 열무김치는 비빔국수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려 주었다. 적당히 익은 열무김치의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은, 매콤한 비빔국수와 정말 잘 어울렸다.

비빔국수를 먹는 중간중간, 따뜻한 잔치국수 육수를 마시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멸치로 우려낸 육수는 전혀 비린 맛없이 구수하고 깊은 맛을 냈다.

나는 정신없이 비빔국수를 흡입했다. 곱빼기였지만, 워낙 맛있어서 금세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솔직히 말하면, 한 그릇 더 먹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어섰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주인 아주머니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그 따뜻한 미소에 다시 한번 마음이 훈훈해졌다.
궁평국수를 나서면서, 나는 다시 한번 연천에 오기를 마음먹었다. 다음에는 꼭 열무물국수와 잔치국수도 먹어봐야지. 그리고, 궁평국수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도 더 만끽해야지.

연천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복잡한 도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하고, 사람들의 마음은 여유롭다. 나는 연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을 통해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이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고 싶다면, 연천으로 식도락 여행을 떠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연천에 간다면, 꼭 궁평국수에 들러 인생 비빔국수를 맛보길 바란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행 팁:
* 궁평국수는 주말이나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 맵기 조절이 가능하니,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주문할 때 맵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 양이 많은 사람은 곱빼기를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 궁평국수 주변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곳들이 많으니,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 재료 소진 시 일찍 문을 닫을 수 있으니, 늦은 시간에는 미리 전화해보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찾아가는 길:
* 주소: 경기 연천군 청산면 궁평로 19
* (지번) 경기 연천군 청산면 궁평리 590-2
나는 오늘도 궁평국수의 비빔국수를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 맛은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고, 다시 연천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간절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