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 김천에 내려간 날, 왠지 모르게 코끝을 간지럽히는, 어린 시절 학교 앞 분식집에서 풍겨오던 그리운 냄새가 있었다. 낡은 골목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다 보니, 시간이 멈춘 듯한 외관의 ‘파전분식’이라는 작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파란색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간판, 빛바랜 메뉴판, 그리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은 마치 80년대 영화 세트장 같았다. 요즘 흔하게 보이는 세련된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공기와 함께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넓었고, 낡은 테이블과 의자가 정겹게 놓여 있었다. 벽에는 손으로 직접 쓴 메뉴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는데, 김밥, 떡볶이, 순대, 라면 등 추억의 분식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옅은 톤의 붉은빛이 감도는 벽은 군데군데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고, 벽에 걸린 낡은 시계는 멈춰진 듯 움직이지 않았다. 텔레비전에서는 정겨운 트로트 가요가 흘러나오고, 테이블 위에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낙서들이 가득했다.
나는 혼자였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정독했다. 김밥, 쫄면, 떡볶이 등등… 고민 끝에 순대볶음(6,000원)을 주문했다. 혼자 먹기에 조금 많은 양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모르게 푸짐하게 먹고 싶었다.
주문을 마치자, 인자한 미소를 지닌 할머니께서 능숙한 솜씨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셨다. 냄비에 순대와 각종 채소를 넣고, 매콤한 양념장을 듬뿍 넣어 볶는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요리 쇼를 보는 듯했다. 순대볶음이 익어가는 동안, 고소하고 매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식욕을 돋우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대볶음이 나왔다. 커다란 접시에 푸짐하게 담긴 순대볶음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쫄깃한 순대와 아삭한 채소, 그리고 매콤달콤한 양념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특히, 순대볶음에는 당면과 떡볶이 떡도 함께 들어 있어서 더욱 푸짐하게 즐길 수 있었다.
젓가락으로 순대볶음을 한 입 먹어보니, 어릴 적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쫄깃한 순대와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퍼지는 행복감! 특히, 할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양념장은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너무 맵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딱 알맞은 매콤달콤함은 순대볶음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순대볶음을 먹는 동안, 할머니께서는 연신 “맛있게 드세요”라며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셨다. 할머니의 친절함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혼자 왔지만, 마치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분식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대신,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가요가 정겹게 느껴졌다. 순대볶음을 먹으면서, 어린 시절 추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던 기억, 용돈을 아껴 쫀드기를 사 먹던 기억,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 분식집에서 신나게 떠들던 기억까지… 파전분식은 단순한 분식집이 아닌, 추억을 되살아나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순대볶음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할머니께서는 밥 한 공기를 서비스로 주셨다. “밥 볶아 먹으면 맛있어”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매콤한 양념과 고소한 밥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만들어냈다.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서야 겨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정말 오랜만에 과식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기분 좋은 포만감에 왠지 모르게 행복해졌다.
계산을 하려고 하자, 할머니께서는 “맛있게 드셨어요?”라며 다시 한번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할머니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씀하셨다.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졌다.

파전분식을 나서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화려하고 세련된 맛집은 아니었지만,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와 인심 좋은 할머니의 따뜻함이 있는 곳이었다. 어쩌면, 파전분식은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추억과 정을 함께 나누는 특별한 공간인지도 모른다.
다음에 김천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파전분식을 찾아야겠다. 그때는 친구들과 함께 와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맛있는 분식을 즐겨야겠다. 그리고, 할머니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다시 한번 인사를 드려야겠다.
파전분식은, 내게 단순한 분식집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고,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공간이다. 혹시 김천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파전분식에 들러보길 바란다. 화려한 맛은 아닐지라도, 따뜻한 정과 추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 인심 좋은 할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곳, 김천 평화동의 숨은 보석 같은 맛집, 바로 파전분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