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성큼 다가온 여름의 문턱, 바다 내음이 그리워 무작정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해운대,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곳.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겠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해운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집 탐방에 나섰다. 오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해리단길에 숨겨진 텐동 전문점, ‘타이가 텐푸라’다.
해리단길 특유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따라 걷다 보니, 멀리서도 눈에 띄는 깔끔한 외관의 ‘타이가 텐푸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벽돌 건물의 모던한 외관과, 은은하게 빛나는 주황색 노렌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깔끔한 오픈 키친은 왠지 모를 신뢰감을 주었다. 마치 일본의 작은 텐동집에 온 듯한 느낌.

하지만 맛집의 명성답게 웨이팅은 필수였다. 테이블링 앱으로 대기 현황을 확인하니, 내 앞에 7팀이나 있었다. 예상 대기 시간은 40분. 기다림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이 시간이 설렘을 더해주는 듯했다. 주변 해운대 전통시장을 어슬렁거리며 튀김과 떡볶이의 향긋한 유혹을 간신히 뿌리치고, 다시 ‘타이가 텐푸라’ 앞으로 향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바 테이블 형식으로 되어 있어 혼밥하기에도 좋을 듯했다. 일본 특유의 정갈함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행히 옷장이 마련되어 있어 겉옷에 튀김 냄새가 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기 전,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먼저 해야 했다. 메뉴는 기본인 ‘타이가 텐동’부터, 새우, 아나고, 토리 텐동 등 다양한 튀김을 맛볼 수 있는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타이가 텐동’을 주문했다. 9,5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 또한 마음에 들었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브로콜리 스프가 먼저 나왔다. 부드럽고 고소한 스프는 기다림에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듯했다. 스프를 음미하며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타이가 텐동’이 눈 앞에 펼쳐졌다.

높게 쌓아 올려진 튀김들의 황홀한 비주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큼지막한 새우 두 마리를 필두로, 가지, 느타리버섯, 꽈리고추, 단호박 등 다채로운 튀김들이 밥 위에 얹혀 있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해 보였고, 윤기가 흐르는 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가장 먼저 새우튀김을 맛보았다.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탱글탱글한 새우 살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얇은 튀김옷은 느끼함 없이 깔끔했고, 새우 본연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었다. 이어서 느타리버섯 튀김을 맛보았다. 버섯 특유의 향긋함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꽈리고추 튀김은 살짝 매콤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튀겨진 채소에서 터져 나오는 즙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튀김의 조화였다. 튀김을 어느 정도 먹은 후에는, 반숙 계란을 톡 터뜨려 밥과 함께 비벼 먹었다. 고소한 노른자가 짭짤한 간장 소스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다. 밥과 국은 리필이 가능하다고 하니, 양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일 듯하다.

테이블마다 비치된 양배추 유자 절임, 단무지 무침, 김치는 텐동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양배추 유자 절임은 상큼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튀김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타이가 텐푸라’에서는 텐동과 함께 시원한 생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튀김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것은 물론, 풍성한 맛과 향이 텐동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타이가 텐푸라’ 앞에서 줄을 서 있었다. 긴 웨이팅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분명했다. 튀김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과,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테이블링 시스템이 대기 순번이 줄어드는 것을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해, 예상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야 한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또한,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키오스크 주문 후 다시 밖에서 대기해야 하는 시스템도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가 텐푸라’는 해운대에서 텐동을 맛보고 싶다면 꼭 방문해야 할 해운대 맛집임에 틀림없다. 바삭한 튀김과 따뜻한 밥,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다음번 부산 여행 때도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땐 아나고 텐동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여봐야겠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타이가 텐푸라’에서 맛보았던 텐동의 여운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황금빛 튀김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해운대의 풍경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타이가 텐푸라는 단순한 텐동 맛집이 아닌, 맛있는 추억을 튀겨주는 공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