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과음했던가. 아침부터 속이 쓰리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영 꽝이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지인에게 SOS를 쳤다. “야, 속초 쪽에 장어탕 끝내주게 하는 집 있다는데, 거기로 해장하러 가자!” 지인의 말에 솔깃해 곧장 차를 몰아 속초로 향했다. 푸른 동해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니, 그나마 조금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드디어 도착한 곳은 ‘물**통장어’라는 간판을 내건 아담한 식당이었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전용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건물 외관은 생각보다 깔끔했고, 파란색 어닝이 시원한 느낌을 더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넓고 쾌적한 홀에는 이미 몇몇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대표 메뉴는 역시 ‘우거지통장어탕’인 듯했다. 2만원이라는 가격이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맛에 대한 강한 믿음이 생겼다. 우리는 고민할 것도 없이 우거지통장어탕 두 그릇을 주문했다. 벽에 걸린 메뉴판에는 식사류 외에도 장어구이, 장어볶음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다음에는 꼭 장어 요리에 소주 한잔 기울여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콩나물 무침, 김치, 깍두기, 깻잎 장아찌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깍두기를 몇 점이나 집어 먹었는지 모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거지통장어탕이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채로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장어와 우거지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고추가 얹어져,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코를 찌르는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숙취로 엉망이 된 정신을 번뜩 들게 했다.

국물부터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봤다. 와… 이거 진짜다! 진하고 깊은 장어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보통 장어탕 하면 떠오르는 느끼함이나 비린 맛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속을 확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숙주 대신 우거지가 들어가, 더욱 깊고 구수한 맛을 내는 것 같았다.
두툼한 장어 살도 아낌없이 들어 있었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부드럽게 찢어지는 장어 살은, 입에 넣으니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푹 익은 우거지는 또 얼마나 맛있던지. 장어와 우거지를 함께 먹으니, 그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밥 한 공기를 말아서, 깍두기 하나 얹어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국물을 떠먹을수록,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어제 마신 술이 땀과 함께 빠져나가는 듯, 속이 점점 편안해졌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며, 뚝배기 바닥이 보일 때까지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정말이지, 지금까지 먹어본 장어탕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사장님 아드님으로 보이는 젊은 직원분이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센스 있는 서비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맛과 양,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기에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차만 없었다면, 소주 한잔 곁들여 먹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에는 꼭 택시를 타고 와서, 장어 요리에 술 한잔 기울여야겠다. 속초 장사항에 위치한 ‘물**통장어’. 진하고 깊은 장어탕으로 숙취 해소는 물론, 잊지 못할 미식 경험까지 선사하는 곳이다. 속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