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으로 향하는 차창 밖 풍경은 마치 오래된 수묵화처럼 고즈넉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마음마저 차분해지는 기분. 목적지는 안동에서도 숨겨진 맛집, 골목길 깊숙한 곳에 자리한 ‘산천식당’이었다. 안동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하나였는데, 간고등어와 청국장의 조화가 예술이라는 소문을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맛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렘과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좁다란 골목 어귀에 다다르자, 코를 찌르는 듯한 고소한 냄새가 발길을 붙잡았다. 틀림없다, 간고등어 굽는 냄새다! 마치 잃어버린 고향을 찾은 듯한 기분에 휩싸여 이끌리듯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낡은 벽돌 건물 사이로 보이는 ‘산천식당’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오전 열 시 반쯤 도착했는데도 이미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나올 때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테이블은 4인용이 대부분이었고, 정겨운 분위기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 포근했다. 벽 한쪽에는 개그우먼 이영자 씨의 사진이 걸려 있어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메뉴판을 보니 간고등어 구이와 청국장, 된장찌개가 주력 메뉴인 듯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간고등어+청국장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따뜻한 숭늉이 먼저 나왔다. 쌀쌀한 날씨에 속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숭늉 한 모금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에피타이저였다.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순식간에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간고등어 구이와 뚝배기에 담긴 구수한 청국장, 그리고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치 풍성한 가을 들판을 옮겨 놓은 듯한 푸짐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간고등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져 나왔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올리니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한 입 베어 무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껍질 부분은 과자처럼 바삭해서 먹는 재미를 더했다. 안동에서 먹었던 그 어떤 갈비보다 맛있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라니, 그 맛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청국장은 쿰쿰한 냄새는 덜하고, 구수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잘 끓인 집밥 같은 깊은 맛이 느껴졌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두부와 함께 먹으니 더욱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밥에 쓱쓱 비벼 먹으니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비워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콩가루에 버무린 나물, 꼬들꼬들한 노각 무침, 짭짤한 고추 장아찌 등 다채로운 맛과 식감을 자랑하는 반찬들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특히 참기름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비빔 나물은 밥에 듬뿍 넣어 고추장과 함께 비벼 먹으니 그 맛이 환상적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입맛을 돋우는 절묘한 간 맞춤에 감탄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밥 두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배가 불렀지만,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남은 간고등어 한 점까지 야무지게 먹어 치웠다. 접시에는 뼈만 앙상하게 남았을 뿐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비로소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마다 빈 그릇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은 이곳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연신 “맛있다”를 연발하며 식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나 역시 그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산천식당의 음식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 할머니가 차려주시던 따뜻한 밥상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쿰쿰한 청국장 냄새, 고소한 간고등어 굽는 냄새, 그리고 정갈한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정감은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을 되살려주는 듯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친절한 직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는 나의 인사에, 환한 미소로 답해주시는 모습에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산천식당을 나서는 길, 여전히 골목 안에는 고소한 간고등어 굽는 냄새가 가득했다. 마치 나를 다시 불러들이는 듯한 그 냄새에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었다. 안동에 다시 온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두루치기도 꼭 먹어봐야지.

산천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따뜻한 추억과 정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안동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서 잊지 못할 맛있는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골목길 숨은 보석 같은 이곳에서, 당신도 분명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Tip:
*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주변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거나, 점심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면 웨이팅을 줄일 수 있다.
* 간고등어 구이와 청국장 외에도 된장찌개, 두루치기도 인기 메뉴이다.
* 반찬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산천식당에서의 식사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과 따뜻한 정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산천식당. 안동을 다시 찾는다면, 망설임 없이 이곳으로 향할 것이다. 그 땐 또 어떤 새로운 맛과 추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