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반차를 쓰고, 늦잠을 자는 대신 굳이 서둘러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광주, 그중에서도 좁다란 골목길 사이에 숨어있다는 완도식당이었다. 사실 요즘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식당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낡고 허름한 노포에 꽂히는 날이 있다. 어쩌면 어린 시절 할머니 손을 잡고 갔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느 국밥집의 따뜻한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완도식당,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푸근함이 왠지 모르게 나를 이끌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도착한 곳은, 예상대로 낡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골목길이었다. ‘이런 곳에 정말 맛집이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잠시, 낡은 간판에 희미하게 적힌 “완도식당” 네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드르륵, 낡은 미닫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따뜻한 김이 훅 끼쳐왔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혼자 온 손님, 친구와 함께 온 손님, 그리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구석진 자리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훑어봤다. 메뉴는 돼지국밥, 순대국밥, 수육 등, 딱 국밥집에서 볼 수 있는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있는 듯한 수육 백반을 주문했다. 그것도 고기와 내장을 섞어서! 왠지 이 집, 내장도 맛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주문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쏟아졌다. 깍두기, 김치, 양파, 고추, 쌈장…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묵은지가 눈에 띄었다. 묵은지라고 해서 당연히 새콤한 맛을 예상했는데, 웬걸? 새콤함은 거의 없고 짠맛이 강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먹다 보니 묘하게 수육과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육 백반이 나왔다. 뽀얀 육수에 부추가 듬뿍 올라간 국밥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수육 한 접시가 함께 나왔다.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푸짐한 양에, 입이 떡 벌어졌다. 수육은 얇게 썰린 것이 아니라, 제법 두툼하게 썰려있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순대도 넉넉하게 담겨 나왔다. 이미지 속 순대는 겉은 짙은 갈색을 띠고 속은 찹쌀과 야채로 꽉 차 보였다.
가장 먼저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음… 솔직히 말하면, 첫 맛은 조금 아쉬웠다. 후추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후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내 입맛에는 조금 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걱정은 금물, 수육의 퀄리티가 모든 것을 용서해줬다.

수육은 정말 최고였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수육이었다. 두께가 제법 두꺼웠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돼지 특유의 잡내도 전혀 나지 않았다. 같이 나온 새우젓에 살짝 찍어 먹으니,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특히 돼지 막창과 비슷한 식감이라는 새끼보가 인상적이었다. 쫄깃하면서도 기름진 맛이, 정말 꿀맛이었다.
나는 쉴 새 없이 수저를 움직였다. 뽀얀 쌀밥 위에 수육 한 점을 올려 먹고, 묵은지를 곁들여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솔직히 짠맛이 강했던 묵은지가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수육과 함께 먹으니 그 짠맛이 오히려 수육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게다가 쫄깃한 순대까지 곁들이니, 정말 최고의 조합이었다.

솔직히 국물은 조금 아쉬웠지만, 수육과 밑반찬이 너무 맛있어서, 국물까지 싹싹 비웠다. 배가 너무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남은 수육 한 점까지 입에 넣고 나서야, 겨우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일어섰다. 계산대 옆에는 오래된 선풍기가 윙윙 돌아가고 있었고, 벽에는 손으로 쓴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요즘처럼 디지털 메뉴판이 흔한 시대에, 손으로 쓴 메뉴판을 보니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메뉴판에는 수육백반 외에도 다양한 국밥 메뉴들이 적혀 있었다. 다음에는 돼지국밥이나 선지국밥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나서기 전, 다시 한번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낡은 테이블과 의자, 빛바랜 벽지, 그리고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웃음소리… 완도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서 밥을 먹는 듯한, 푸근하고 정겨운 느낌이었다.
완도식당을 나서서, 다시 골목길을 걸었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걷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완도식당은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따뜻한 추억과 향수를 선물해준 곳이었다. 다음에 광주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한번 들러야겠다. 그땐 꼭 소주 한 잔과 함께 수육을 즐겨야지.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다른 방문객의 후기를 살펴보니, 돼지 특유의 냄새가 느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냄새가 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서비스가 친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딱히 불친절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어쩌면 바쁜 시간대를 피해서 방문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완도식당은 완벽한 맛집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낡고 허름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푸짐한 인심, 그리고 맛있는 음식은, 완도식당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화려하고 세련된 맛집에 질렸다면, 가끔은 완도식당처럼 소박하고 정겨운 맛집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광주 맛집 탐방은 언제나 옳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완도식당에서의 기억을 곱씹었다. 어쩌면 완도식당은 내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인지도 모르겠다. 팍팍한 도시 생활에 지친 나에게,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와 휴식을 선물해준 곳. 완도식당,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그때는 꼭 사장님과 소주 한 잔 기울이며, 광주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