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한 연기가 코를 간질이는 늦봄의 어느 날, 잊고 지냈던 매콤한 쭈꾸미의 유혹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며칠 전부터 SNS를 뜨겁게 달구던 은평구의 한 쭈꾸미 전문점이 떠올랐다. ‘불향이 예술’이라느니, ‘인생 쭈꾸미’라는 극찬 일색의 후기들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퇴근하자마자 곧장 녹번역으로 향했다. 은평구청 바로 앞에 위치한 그곳, 드디어 ‘은평 쭈꾸미’와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가게 문을 열자,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쾌적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벽 한쪽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흔적이 가득한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그 사진들을 구경하는 동안, 맛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쭈꾸미 단일 메뉴가 아닌, 쭈꾸미에 다양한 사리를 더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쭈꾸미, 관자, 새우의 조합이라니. 고민 끝에 ‘직화 쭈새우관자차돌’ 소자를 주문하고, 삼겹살을 추가했다. 매운맛은 3단계로 조절 가능하다는 말에, 불닭볶음면 마니아인 나는 망설임 없이 ‘매운맛’을 선택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하나둘씩 차려졌다. 쭈꾸미와 환상 궁합을 자랑하는 깻잎, 시원한 미역국, 콩나물, 무생채 등 푸짐한 구성이었다. 특히, 쭈꾸미의 매운맛을 달래줄 시원한 북어미역국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가 등장했다. 붉은 양념을 머금은 쭈꾸미, 탱글탱글한 새우, 큼지막한 관자, 그리고 차돌박이와 삼겹살까지. 화려한 비주얼에 압도당했다. 특히, 쭈꾸미 위에 소복하게 쌓인 파채는 신선함을 더했다. 테이블 중앙에 놓인 버너에 불을 켜고, 쭈꾸미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쭈꾸미가 어느 정도 익자, 사장님께서 직접 먹기 좋게 잘라주셨다. 첫 입은 쭈꾸미 본연의 맛을 느껴보기 위해 깻잎 없이 그냥 먹어봤다. 쫄깃한 식감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불향, 그리고 매콤하면서도 깊은 양념 맛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과연, 왜 사람들이 ‘인생 쭈꾸미’라고 극찬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매운맛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매콤함이었지만,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있었다.

이번에는 깻잎에 쭈꾸미, 콩나물, 무생채를 함께 싸서 먹어봤다. 깻잎의 향긋함이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면서, 아삭한 콩나물과 무생채의 식감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쭈꾸미, 새우, 관자, 차돌박이, 삼겹살을 번갈아 가며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탱글탱글한 새우와 쫄깃한 관자는 쭈꾸미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차돌박이와 삼겹살은 고소한 기름기를 더해,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줬다.
사이드 메뉴로 추가한 치즈 사리는 신의 한 수였다. 매콤한 쭈꾸미를 쭉 늘어나는 치즈에 찍어 먹으니, 매운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치즈의 고소함과 쭈꾸미의 매콤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입안을 즐겁게 했다. 계란 크러스트 역시 훌륭한 선택이었다. 부드러운 계란은 매운맛을 달래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느덧 쭈꾸미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볶음밥을 주문했다. 쭈꾸미 양념에 밥과 김치를 넣고 볶아주는 볶음밥은 정말 최고의 마무리였다. 매콤한 양념이 밥알 하나하나에 고루 배어 있어,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특히, 깻잎을 잘게 썰어 넣어 향긋함을 더한 볶음밥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말을 건네셨다. 쭈꾸미는 입에 맞았는지, 매운 정도는 괜찮았는지 꼼꼼하게 물어보셨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은평 쭈꾸미에서는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조미료 맛보다는 건강한 감칠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속이 불편하지 않고 깔끔하게 매운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은평 쭈꾸미’,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쭈꾸미 퀄리티는 물론, 친절한 서비스와 쾌적한 공간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매콤한 음식이 땡길 때, 혹은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할 때, 앞으로 ‘은평 쭈꾸미’를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쭈꾸미에 소주 한잔 기울여야겠다. 녹번동 맛집으로 인정! 은평에서 쭈꾸미가 생각날 땐 무조건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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