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산 자락 아래 숨겨진 울산 율리 국수 맛집, 그 정겨운 풍경 속으로

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냈다.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눈이 일찍 떠졌다. 창밖을 보니 하늘은 맑고,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날은 집에만 있을 수 없지. 가볍게 옷을 갈아입고,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문수산. 등산을 즐기는 건 아니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될 것 같았다.

문수산 초입에 다다르니, 평일인데도 등산객들이 꽤 많았다. 저마다 밝은 표정으로 산을 오르는 모습이 활기차 보였다. 나도 그 틈에 섞여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숲길을 걸으니, 도시에서는 맡을 수 없는 흙냄새와 풀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문수산에는 맛집이 하나 숨어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 등산로 입구 근처에 있는 ‘문수산국수집’. 이미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라고 했다. 멸치육수가 진한 잔치국수와 바삭한 전이 특히 인기라고.

문수산국수집의 외관
문수산 자락 아래 자리 잡은 문수산국수집

산에서 내려와 ‘문수산국수집’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깔끔한 외관이 눈에 띄었다. 기와지붕과 흰 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뻗은 처마의 곡선이 아름다웠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넓은 홀에는 테이블이 가득 차 있었고, 활기찬 대화 소리가 가득했다. 창밖으로는 초록빛 나무들이 펼쳐져 있어, 마치 숲 속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멸치육수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다행히 웨이팅이 길지 않아, 금방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잔치국수, 비빔국수, 콩국수 등 다양한 국수 종류와 함께 부추전, 감자채전, 두부김치 등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메뉴들이 있었다. 고민 끝에 잔치국수와 감자채전을 주문했다. 등산 후 마시는 막걸리 한 잔도 간절했지만, 아쉽게도 운전을 해야 했기에 다음을 기약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기본 반찬이 나왔다.

두부김치
고소한 두부와 매콤한 김치의 조화, 두부김치

잘 익은 김치와 무생채가 정갈하게 담겨 나왔는데, 보기만 해도 입맛이 다셔졌다. 특히 무생채는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잔치국수가 나왔다. 커다란 그릇에 소담하게 담긴 국수를 보니, 양이 꽤 많아 보였다. 뽀얀 국물 위에는 김 가루와 깨소금이 듬뿍 뿌려져 있었고, 애호박과 당근, 계란 지단이 색감을 더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멸치육수가 진해 보였다.

잔치국수
멸치육수의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잔치국수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보니, 탱글탱글한 면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른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캬-! 멸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깊고 시원한 맛이 느껴졌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딱 알맞은 간이었다. 등산으로 지쳐있던 몸에 활력이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후루룩- 후루룩- 면치기를 시작했다. 쫄깃한 면발은 끊어짐 없이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면발에 배어있는 멸치육수의 풍미가 정말 좋았다. 고명으로 올려진 애호박과 당근은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을 더했고, 계란 지단은 부드러운 맛으로 입안을 감쌌다. 김치와 무생채를 곁들여 먹으니,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잔치국수를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감자채전이 나왔다. 커다란 접시를 가득 채운 감자채전은, 겉은 노릇노릇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얇게 채 썬 감자를 촘촘히 붙여 만든 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라고 했다.

감자채전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감자채전

젓가락으로 감자채전을 찢어 간장 소스에 콕 찍어 입에 넣으니, 바삭!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감자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겉은 과자처럼 바삭했지만, 속은 촉촉하고 쫀득했다. 얇게 채 썬 감자 덕분에 식감이 더욱 살아있었다. 짭짤한 간장 소스와 매콤한 케첩이 감자채전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마치 감자튀김을 고급스럽게 만들어 놓은 듯한 맛이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았다.

잔치국수와 감자채전을 번갈아 가며 먹으니, 어느새 배가 불러왔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멸치육수의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잔치국수와 바삭하고 쫀득한 감자채전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보니, 괜스레 뿌듯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는 만족감이 밀려왔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주셨다. 덕분에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문수산국수집’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멸치육수가 진한 잔치국수와 겉바속촉 감자채전은, 꼭 다시 먹고 싶은 맛이었다. 음식 맛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문수산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문수산국수집’에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등산 후 땀 흘린 뒤 먹는 잔치국수 한 그릇은, 정말 꿀맛일 것이다. 물론,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맛있는 국수와 전을 맛보기 위해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특히 비 오는 날, 따뜻한 국물에 막걸리 한잔 기울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미나리전
향긋한 미나리의 풍미가 가득한 미나리전

다음에는 부추전과 두부김치, 그리고 콩국수도 맛봐야겠다. 아, 그리고 막걸리도 꼭! 문수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설렌다. 율리에서 만난 이 소박하지만 특별한 맛집은,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다시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의 울산 여행을 마무리한다.

비빔국수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는 비빔국수
메뉴판
다양한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비빔국수 근접샷
신선한 채소가 듬뿍 올려진 비빔국수
잔치국수 근접샷
진한 멸치육수가 잘 배어있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면발
탱글탱글한 면발이 살아있는 비빔국수
비빔국수 한 젓가락
한 젓가락 크게 떠서 맛보면 행복이 가득
문수산국수집 실내
깔끔하고 쾌적한 실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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