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천근만근, 며칠째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게 감기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날이었다. 이럴 땐 왠지 뜨끈한 국물에 몸을 푹 담그고 기운을 북돋아 줘야 할 것 같았다. 문득 예전에 구로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자주 갔던 삼계탕집이 떠올랐다. 그때는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잊지 않고 몸보신을 하러 갔었는데… 지금은 경기도에 살지만, 그 맛이 자꾸만 아른거려 큰맘 먹고 구로까지 향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그곳은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약재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내어주시는 따뜻한 물은, 맹물이 아닌 몸에 좋은 약차였다. 은은하게 퍼지는 약초 향을 음미하며,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역시, 이 집만의 특별함은 바로 이 약차에 있는 것 같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삼계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뽀얀 김을 뿜어내는 삼계탕은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큼지막한 닭 한 마리가 뚝배기 안에 얌전히 누워있고, 그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다. 국물은 맑고 진해 보였다. 뽀얀 국물 위로 떠오른 기름 방울들이 윤기를 더했고, 뚝배기 너머로 전해지는 뜨거운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 포근하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젓가락으로 닭을 살짝 건드려보니, 살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뼈와 쉽게 분리되었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닭고기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제일 먼저 닭다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뜨거웠지만 호호 불어가며 한 입 베어 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담백하고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닭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육질은 마치 갓 삶아낸 듯 야들야들하고 촉촉했다.

닭 가슴살은 퍽퍽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마치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듯 부드러웠다. 닭 껍질은 쫄깃하면서도 고소했고, 살코기와 함께 먹으니 그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뜨거운 국물에 밥 한 숟가락을 말아 닭고기와 함께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진한 닭 육수의 풍미가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입 안에서 깊은 감칠맛을 냈다.

이 집 삼계탕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곁들여 나오는 밑반찬들이다. 김치, 마늘쫑, 깍두기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반찬들은 삼계탕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잘 익은 김치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 김치는, 삼계탕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마늘쫑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묘하게 중독적이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도 좋았고, 삼계탕과 함께 먹으니 입 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새콤하면서도 시원했다. 삼계탕 국물에 살짝 적셔 먹으니, 그 맛이 더욱 깊어졌다. 밑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장님의 친절함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 집의 매력이다.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사장님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와 푸근한 인심을 느끼는 듯한 기분이었다.
정신없이 삼계탕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던 건, 그만큼 삼계탕이 맛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솟아나는 듯했다.

가끔은 이렇게 시간을 내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삶의 큰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특히 몸이 허할 때는, 따뜻한 삼계탕 한 그릇이 그 어떤 보약보다 효과가 있는 듯하다. 구로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역시 이 집 삼계탕은, 내 인생 최고의 몸보신 음식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다음에 몸이 으슬으슬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나는 또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인심이 그리워질 때, 망설임 없이 구로행 버스에 몸을 실을 것이다. 그만큼 이 집 삼계탕은, 내게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소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든든하게 채워진 배만큼이나 마음도 풍족해진 느낌이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오늘 하루, 나는 맛있는 삼계탕 덕분에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구로에서 찾은 이 맛집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특별한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