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던 어느 날, 낡은 카메라를 둘러메고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오래된 골목길 사이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부산역에 내리자 짭짤한 바다 내음과 활기 넘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들었다. 복잡한 인파를 헤치고 중앙동 골목길로 접어들자,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낮은 건물들, 좁은 골목길, 그리고 그 사이사이 자리 잡은 작은 가게들이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겐짱카레’ 본점이었다.
보라색 간판에 겐짱 캐릭터가 그려진 아담한 가게는, 첫눈에 왠지 모를 끌림이 느껴졌다. since 2005라는 문구가 괜히 믿음직스럽게 다가왔다. 가게 문을 열자, “이랏샤이마세!” 경쾌한 일본어 인사가 나를 맞이했다. 일본인 사장님과 직원분이 정겹게 맞아주시는 모습에, 마치 일본의 작은 식당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게 내부는 테이블 4개 정도의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은은하게 퍼지는 카레 향은 나의 후각을 자극하며,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좁은 공간 곳곳에는 일본어로 적힌 포스터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어,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더했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다양한 종류의 카레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본 겐짱카레부터 고로케 카레, 돈까스 카레, 새우 카레 등 다채로운 선택지가 있었다.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결국 야키카레에 소시지 토핑을 추가하고, 곁들임 메뉴로 고로케를 주문했다. 야키카레는 오븐에 구워져 나오기 때문에 1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테이블 위에는 아사히 맥주 광고판이 놓여 있었고, 벽에는 일본어로 된 메뉴판과 그림들이 붙어 있었다. 마치 일본의 작은 동네 식당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야키카레가 나왔다. 붉은색 사각 그릇에 담겨 나온 야키카레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카레 위에는 층층이 쌓인 치즈가 노릇하게 구워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반숙 계란이 톡 터질 듯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큼지막한 소시지가 얹어져 있어,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완성했다.

따끈한 야키카레 한 스푼을 떠서 입안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부드러운 카레와 고소한 치즈, 그리고 톡 터지는 반숙 계란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카레는 양파를 많이 넣고 오래 끓인 듯,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은은한 단맛과 함께 살짝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질릴 틈 없이 계속해서 입맛을 당겼다. 특히, 듬뿍 들어간 치즈는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를 더하며, 카레의 맛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소시지 역시 짭짤하면서도 육즙이 가득해, 카레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함께 주문한 고로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한 입 베어 물자, 입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운 감자의 풍미는, 달콤하면서도 고소했다. 묘하게 가라아게 반죽 느낌이 나는 듯한 튀김옷은, 바삭함을 더하며 고로케의 맛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켰다.

야키카레와 고로케를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솔직히 말하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음식들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괜찮다. 겐짱카레는 밥과 카레가 리필이 가능하다는 사실! 사장님께 밥과 카레를 조금 더 부탁드리자, 푸짐하게 다시 채워주셨다. 인심 좋은 사장님의 넉넉한 서비스에 감동하며, 다시 한번 숟가락을 들었다.
식사를 하면서 문득, 겐짱카레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겐짱카레는 원래 일본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분이 인수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겐짱카레의 맛은 예전과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변치 않는 맛을 지켜온 겐짱카레의 노력이 존경스러웠다. 가게 내부는 좁고 낡은 느낌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원도심의 정취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좁은 공간에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은, 마치 일본의 작은 식당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겐짱카레의 카레는, 흔히 맛볼 수 있는 일본식 카레와는 조금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짙고 달콤하면서도, 묘하게 시큼한 맛이 느껴졌다. 또한, 은은하게 퍼지는 된장 향은 카레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 카레에는 양파와 다짐육이 듬뿍 들어가 있었는데, 특히 양파의 존재감이 강렬했다. 카라멜라이징을 많이 하지 않은 듯, 신선한 양파의 향과 아삭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다짐육은 크기가 제각각이었지만, 씹는 맛을 더하며 카레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기 전,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이시캇타데스!” 짧은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자,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겐짱카레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일본 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가게를 나서는 발걸음은, 왠지 모르게 가볍고 경쾌했다.
돌아오는 길, 겐짱카레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행복감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좁고 허름한 공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다. 겐짱카레는 단순히 카레를 파는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파는 공간이었다. 부산 중앙동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겐짱카레에 들러보길 바란다. 분명,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Tip: 겐짱카레는 매주 일요일이 정기 휴무이며, 주차는 중앙동 공영주차장 또는 노상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단체로 방문할 경우,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으며, 더 넓은 자리를 원한다면 2호점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겐짱카레는 맛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7천 원짜리 기본 고로케 카레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토핑이 추가된 스페셜 메뉴까지,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맛있는 카레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밥과 카레가 리필 가능하다는 점은, 배고픈 여행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다. 나 역시, 밥과 카레를 리필해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가게 내부는 협소하지만, 2층에도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1층이 만석일 경우, 2층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다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다소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계단 중간에는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겐짱카레는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에도 혼자 와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혼자 여행을 하거나, 혼자 식사를 해야 할 경우, 겐짱카레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겐짱카레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일본인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친절함에 감동했다. 사장님은 한국어를 잘 못하시지만, 항상 밝은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해주셨다. 직원분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손님들의 불편함을 세심하게 배려해주셨다. 덕분에,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겐짱카레는 단순한 맛집을 넘어,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다음에 부산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겐짱카레에 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때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보고, 사장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겐짱카레는 나에게, 부산 여행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골목을 나서는 순간, 다시금 부산의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졌다. 겐짱카레에서 얻은 따뜻한 기운 덕분인지,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이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것. 부산 중앙동에서의 겐짱카레 방문은, 나에게 그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부산 맛집 기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여정을 향해,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