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인 구미 땅을 밟았다. 서울 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를 찾아 나선 길, 문득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드나들던 ‘신 사랑방’ 식당이 떠올랐다. 그곳의 북어물찜은 내 기억 속 한 켠에 자리 잡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세월이 흘러 입맛도 변했을 텐데, 과연 그 맛은 그대로일까?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식당을 향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간판은 조금 낡았지만, 그 모습마저 정겹게 느껴졌다. 길가에 주차할 곳을 찾느라 잠시 헤맸지만, 맞은편 길가에 겨우 자리를 찾아 주차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전 좌식 테이블 대신 식탁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바뀐 것일까.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가 인상적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역시나 북어물찜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예전보다 가격이 조금 오른 듯했지만,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북어물찜 2인분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밑반찬이 하나둘씩 테이블에 놓였다. 멸치볶음, 김치, 콩나물무침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모습이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먹던 밥상과 비슷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북어물찜이 나왔다. 붉은 국물에 큼지막한 북어와 고구마, 무가 듬뿍 들어간 모습이 예전과 똑같았다.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버너에 불을 켜고, 국물이 끓기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향이 더욱 강렬해졌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니, 역시 이 맛이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맵지만 자꾸만 손이 가는 중독성 강한 맛이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맵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내 입맛이 변한 걸까.

야들야들한 북어 살을 발라 국물에 적셔 먹으니,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고구마가 별미였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고구마가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어릴 적에는 고구마를 잘 먹지 않았는데,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밥 한 공기를 추가하여 국물에 쓱쓱 비벼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무침과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고등어구이를 시켜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구이가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다음에는 꼭 고등어구이와 함께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바짝 구워져 나온다는 후기가 많아 더욱 기대가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얼큰한 국물 덕분에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해장으로 많이 먹었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지금도 여전히 해장으로 좋을 것 같았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에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소개된 맛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역시, 내 입맛은 틀리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온 덕분에 식객에도 소개될 정도의 맛집이 된 것이리라.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기밥이 별도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북어물찜의 맛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다음에는 꼭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북어물찜에 소주 한잔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칼한 국물에 술 한잔이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싹 날아갈 것 같다.
식당을 나서며, 다시 한번 간판을 올려다봤다. ‘신 사랑방’이라는 정겨운 이름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오랜만에 맛본 북어물찜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였다. 구미 맛집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만한 곳이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 입 안에는 여전히 북어물찜의 얼큰한 맛이 맴돌았다. 다음 구미 여행 때는 꼭 다시 방문해야지. 그때는 고등어구이와 함께 푸짐하게 즐겨봐야겠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와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다. 변함없는 맛으로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며, ‘신 사랑방’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가슴에 품고 서울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 능곡에도 유명한 북어탕 집이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내게는 ‘신 사랑방’의 북어물찜이 최고의 맛이었다. 그곳에는 맛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기억이 함께 녹아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음식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곳, 그곳이 바로 ‘신 사랑방’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완벽한 하루였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소중한 추억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하루였다.
다음에 또 구미에 오게 된다면, 주저 없이 ‘신 사랑방’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미뤄뒀던 사태찌개에도 도전해봐야겠다. 사태찌개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메뉴라고 하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진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힘을 내서 서울에서의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방문한 ‘신 사랑방’은 내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주었다.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어린 시절의 향수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곳이었다. 구미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맛집이다. 특히,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