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서촌 나들이에 나섰다. 좁다란 골목길을 걷다 보니, 마치 비밀스러운 정원으로 향하는 듯한 작은 문이 눈에 띄었다. 그곳은 바로 오늘의 목적지, 서촌의 숨겨진 프랑스 맛집 ‘+33’이었다. 간판 대신 ‘+33 Bistrot Français’라고 쓰인 아담한 표지판이 세련됨을 더했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오후,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은은한 조명 아래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위에는 싱그러운 꽃들이 놓여 있었고, 창밖으로는 푸릇한 식물들이 가득한 작은 정원이 보였다. 마치 프랑스의 어느 작은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은 편안함을 더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메뉴를 천천히 살펴보니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프랑스 요리들이 눈에 띄었다. 메뉴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이 느껴졌다. 고민 끝에 뇨끼와 오리 스테이크, 그리고 비스크 딱새우 파스타를 주문했다. 식사가 나오기 전, 테이블에 놓인 물병과 와인잔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가장 먼저 나온 요리는 뇨끼였다. 접시 가득 담긴 뇨끼 위에는 버섯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한 입 맛보니, 겉은 살짝 구워져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면서도 크리미하게 녹아내리는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특히 버섯에서 느껴지는 깊은 감칠맛은 뇨끼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감자와 버섯 퓨레, 버섯 구이를 한입에 넣으니 부드러움, 바삭함, 쫄깃함, 그리고 감칠맛까지 모든 맛이 입안에서 폭발하는 듯했다. 왜 이 곳이 블루리본서베이에 등록되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맛이었다.

다음으로 맛본 요리는 오리 스테이크였다. 겉은 바삭하게 구워져 있었고, 속은 마치 안심스테이크처럼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겉바속촉의 정석이라고 할까. 씹을수록 느껴지는 오리고기 특유의 풍미는 입안을 가득 채웠다. 곁들여 나온 소스와 함께 먹으니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비스크 딱새우 파스타가 나왔다. 파스타 위에는 신선한 채소가 듬뿍 올려져 있어 보기에도 좋았다. 면은 쫄깃했고, 딱새우의 풍미가 깊게 느껴졌다. 다만 개인적으로 해산물 향을 강하게 느끼는 편이 아니라서 토마토 등 다른 사이드 재료들은 많이 먹지 못했다. 하지만 면 자체는 정말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로 감자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감자로 만든 티라미수라니, 어떤 맛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잠시 후, 따뜻한 감자 티라미수가 나왔다. 크럼블 위에 감자 무스가 올려져 있고, 코코아 파우더가 뿌려져 있었다. 한 입 맛보니, 세상에서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자 무스의 맛과 바삭한 크럼블의 식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뒤끝맛으로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 또한 인상적이었다. 따뜻한 티라미수라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디저트였다. 차가운 디저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달콤한 메뉴가 추가되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33’에서는 모든 음식이 아주 정성스럽게 만들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음식을 맛보는 동안, 마치 프랑스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음식을 ‘빨리빨리’ 먹는 곳이 아니라, 천천히 음미하며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프랑스 음식을 즐기고 싶다면, 서촌의 ‘+33’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도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33’은 가성비가 훌륭한 곳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곳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프랑스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는 점, 아름다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을 만드는 데 진심인 셰프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33’의 외관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나는 ‘+33’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그 풍경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 나는 ‘+33’에서 맛보았던 음식들과 그곳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곧 다시 이곳을 찾아, 아직 맛보지 못한 다른 메뉴들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촌에서 특별한 프랑스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33’을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