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 향 가득한 망원동 사루카메, 잊을 수 없는 라멘 맛집 기행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은은하게 풍겨오는 해산물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망원동 깊숙한 곳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곳, 사루카메. 간판조차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라멘집이었지만, 그곳에서 맛본 한 그릇은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으로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작은 가게 안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 한쪽에는 커다란 스피커가 놓여 있었는데, 꽤나 큰 음량으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덕분에 옆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훑어봤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바지락 라멘. 돈코츠 라멘과는 전혀 다른, 맑고 시원한 해물 육수가 특징이라고 했다. 차슈 덮밥 세트도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바지락 라멘과 차슈 덮밥 세트를 주문했다.

바지락 라멘
보기만 해도 시원한 바지락 라멘의 자태.

드디어 기다리던 바지락 라멘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바지락, 차슈, 해초, 반숙 계란이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비주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선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가쓰오부시 육수 특유의 쿰쿰함이나 시큼함 없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시원한 바다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치 바지락 칼국수를 고급스럽게 재해석한 듯한 느낌이었다.

면은 탱글탱글하고 쫄깃했다. 국물과 잘 어우러져 후루룩 넘어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라멘 위에 올려진 차슈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흔히 생각하는 뻑뻑한 차슈가 아니라, 마치 수비드한 듯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한 훈연 향이 풍미를 더했다.

바지락은 신선하고 쫄깃했다. 다만, 라멘의 주연이라기보다는 조연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바지락 자체의 맛보다는 육수를 내는 데 더 큰 역할을 하는 듯했다.

라멘을 먹는 동안, 가게 안은 손님들로 더욱 붐볐다. 작은 공간이라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정겹게 느껴졌다. 다들 말없이 라멘을 먹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음식 맛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지락 라멘과 밥
라멘과 함께 제공되는 앙증맞은 밥 한 공기.

라멘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작은 공기에 담긴 밥이 나왔다. 육수에 밥을 말아 먹으니, 또 다른 풍미가 느껴졌다. 육수의 깊은 맛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단맛이 강한 육수가 아니라 밥과 정말 잘 어울렸다.

다음으로 차슈 덮밥을 맛볼 차례. 직원분이 토치로 차슈를 직접 구워주는 퍼포먼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불 맛이 입혀진 차슈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차슈 덮밥 위에는 온천 계란이 올려져 있었다. 노른자를 톡 터뜨려 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고소하면서도 풍부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차슈 덮밥 토치
눈 앞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토치 퍼포먼스.

차슈는 깍둑썰기 되어 있어 씹는 맛이 좋았다. 불 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차슈는 짭짤하면서도 달콤했다. 밥 위에 차슈와 계란을 듬뿍 올려 한 입에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차슈 덮밥은 라멘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라멘을 빨리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장에서 안내하는 식사 권장 매뉴얼에도 20분 이내로 라멘을 먹어야 맛있다고 적혀 있었다. 실제로 차슈를 추가하느라 잠시 기다린 뒤 다시 먹었을 때는 처음만큼의 감동은 덜했다. 면이 불어버린 탓도 있겠지만, 첫 입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했던 탓도 있는 듯했다.

테이블 세팅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 위, 라멘을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

가게는 작지만, 음식 맛은 정말 훌륭했다. 다른 반찬 없이 오직 메인 음식에만 집중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맛본 라멘은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망원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사루카메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다.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입안에 남은 잔향을 음미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이번에 맛보지 못했던 메뉴들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원동 맛집 사루카메, 내 인생 최고의 라멘집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푸짐한 라멘 한 상
차슈와 바지락, 계란까지 푸짐한 한 상.
차슈 덮밥
토치로 불 맛을 입힌 차슈 덮밥.
스피커
음악 소리가 꽤 큰 편이다.
차슈 보관
차슈가 신선하게 보관되고 있다.
가까이서 본 라멘
신선한 바지락이 듬뿍 올라간 라멘.
차슈 덮밥 굽는 모습
토치로 굽는 차슈는 정말 먹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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