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 후 발걸음은 자연스레 사당역과 이수역 사이, 아르테스웨딩홀 뒤편 골목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마음이 끌리는 곳, 바로 이수의 작은 이자카야 ‘호요’였다. 평소 웨이팅이 꽤 있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서둘러 캐치테이블 앱을 켜 웨이팅을 걸어두었다. 퇴근 시간의 번잡함 속에서도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부풀어 올랐다.
골목 어귀에 다다르니, 아늑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호요’의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특유의 정갈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입구 옆에 놓인 대기자 명단 작성 기계는 이곳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잠시 주변을 서성이며 기다리니,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활기찬 직원들의 “이랏샤이마세!”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일본풍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바 테이블 앞쪽에는 철판이 설치되어 있어,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재미도 있었다. 혼술을 즐기기에도, 친구 또는 연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심지어 작은 모임을 갖기에도 괜찮아 보였다. 다만, 테이블 간 간격이 조금 좁은 탓에 손님들이 많아지면 다소 소란스러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다양한 종류의 하이볼이었다. 이곳이 ‘하이볼 명가’라는 명성을 얻게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위스키 종류와 시럽, 토닉워터 등을 조합하여 취향에 맞는 하이볼을 직접 커스터마이징할 수도 있다고 하니,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일 듯했다. 나는 고민 끝에,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호요 하이볼’을 주문했다.
기본 안주로는 땅콩 소스를 곁들인 순두부가 나왔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순두부를 조금씩 음미하며 메뉴를 신중하게 골랐다. 워낙 맛있는 메뉴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직원분께 추천 메뉴를 부탁드리니, 교토풍 오코노미야끼와 살치살 스테이크를 추천해주셨다.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는 오코노미야끼와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살치살 스테이크라니,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호요 하이볼’이 나왔다. 투명한 잔 속에 담긴 황금빛 액체는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졌다. 한 모금 마시니, 은은한 위스키 향과 달콤한 시럽, 톡 쏘는 탄산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과하지 않은 단맛과 적당한 탄산 덕분에 술을 잘 못 마시는 나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왜 이곳이 하이볼 맛집으로 유명한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잠시 후, 드디어 메인 메뉴인 교토풍 오코노미야끼가 등장했다. 뜨거운 철판 위에 올려진 오코노미야끼는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식욕을 자극했다. 윤기가 흐르는 갈색 소스와 마요네즈, 가쓰오부시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반숙 계란이 톡 터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오코노미야끼를 살짝 가르니, 촉촉한 반죽과 양배추, 돼지고기, 해산물 등 다양한 재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입 맛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소스와 고소한 마요네즈, 톡톡 터지는 가쓰오부시가 어우러져 입 안에서 풍성한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특히, 반숙 계란 노른자를 터뜨려 오코노미야끼와 함께 먹으니, 더욱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느끼할 틈 없이,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생강 초절임과의 조화도 훌륭했다.

오코노미야끼를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살치살 스테이크가 등장했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올려진 스테이크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곁들여진 아스파라거스와 각종 채소들은 먹음직스러운 색감을 자랑했다. 스테이크는 이미 먹기 좋게 썰어져 나왔고, 겉은 바삭하게 익혀졌지만 속은 촉촉한 레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스테이크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씹을수록 터져 나오는 육즙은 정말 풍부했고, 은은하게 퍼지는 소고기 특유의 풍미는 정말 훌륭했다. 곁들여진 아스파라거스와 채소들은 스테이크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신선한 맛을 더해주었다. 특히, 와사비를 살짝 올려 먹으니, 알싸한 맛이 스테이크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 주었다. 다만, 스테이크의 간이 조금 센 편이라, 짭짤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마지막으로 쿠시카츠를 추가 주문했다. 바삭하게 튀겨진 쿠시카츠는 짭짤한 소스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직원분들은 여전히 밝은 미소로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라고 인사를 건넸다.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호요’는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하이볼과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는 오코노미야끼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물론, 웨이팅이 길다는 점과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수 또는 사당 근처에서 맛있는 이자카야를 찾는다면, ‘호요’를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총평:
* 맛: 훌륭함. 특히, 오코노미야끼와 살치살 스테이크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
* 가격: 다소 비싼 편.
* 분위기: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 데이트 또는 모임 장소로 적합.
* 서비스: 직원들이 매우 친절함.
* 재방문 의사: 매우 높음.
팁:
* 웨이팅이 길 수 있으니, 캐치테이블 앱으로 미리 예약하는 것을 추천.
* 다양한 종류의 하이볼을 맛보는 것을 추천.
* 오코노미야끼와 살치살 스테이크는 꼭 주문해볼 것.
돌아오는 길, 은은하게 취기가 오른 채 밤거리를 걸으니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오늘, 나는 이수 맛집 ‘호요’에서 잊지 못할 맛과 낭만을 경험했다. 다음에는 누구와 함께 이곳을 찾을까, 벌써부터 설레는 상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