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코끝을 간지럽히는 묘한 향신료의 향에 이끌려 염창역 근처를 배회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오묘한 향의 근원지를 찾아 헤매던 끝에 나는 작은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붉은색 글씨로 쓰여진 ‘홍마방’, 간판 아래에는 ‘마라국수 전문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치 오래된 홍콩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좁고 허름한 골목길에 자리 잡은 그곳은 첫눈에 나를 사로잡았다. 좁다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예상대로 향신료 향이 더욱 짙게 풍겨왔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작은 공간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혼밥을 즐기러 온 듯한 손님부터,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마라탕, 마라샹궈, 탄탄면, 꿔바로우 등 다채로운 메뉴들이 눈길을 끌었다. 고민 끝에, 나는 이 곳의 대표 메뉴인 마라탕과 탄탄면, 그리고 꿔바로우를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하나둘씩 음식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붉은 빛깔의 마라탕 국물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가장 먼저 마라탕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진하고 깊은 육수의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얼얼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혀를 감싸는 듯했지만, 과하지 않고 딱 기분 좋을 정도였다. 흔히 마라탕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특유의 강렬한 향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는데, 홍마방의 마라탕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적절히 조절된 듯했다. 매운맛을 잘 못 먹는 사람도 1단계부터 시작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사골국물처럼 뽀얀 국물은 깊고 진한 맛을 자랑했다.

마라탕 안에는 옥수수면, 쌀국수면, 중국 당면 등 다양한 면 종류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옥수수면을 골랐는데, 쫄깃하면서도 탱글한 식감이 마라탕 국물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면뿐만 아니라, 푸주, 숙주, 청경채, 버섯 등 다양한 채소와 두부, 유부 등 다채로운 재료들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두부는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을 더해줬다.
사진 속 마라탕을 보면, 뽀얀 국물 위로 붉은 기름이 층층이 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아래에는 옥수수면과 함께 납작한 면이 푸짐하게 담겨 있고, 살짝 익은 양고기가 넉넉하게 올려져 있다. 나는 평소에 양고기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홍마방의 마라탕에 들어간 양고기는 전혀 잡내가 나지 않고 부드러워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다음으로 맛본 음식은 탄탄면이었다. 홍마방의 탄탄면은 특이하게도 비벼 먹는 스타일이었다. 젓가락으로 면과 소스를 골고루 비벼 한 입 맛보니,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견과류의 고소함과 두반장의 구수한 맛이 어우러져 정말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풍미를 자아냈다.
어떤 이들은 홍콩에서 맛보았던 탄탄면보다 훨씬 맛있다고 극찬하기도 한다는데, 나 역시 그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차가운 면발은 더운 날씨에 지친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맛본 꿔바로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완벽한 겉바속쫀의 정석이었다. 큼지막한 꿔바로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한 입 베어 무니, 새콤달콤한 소스가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튀김옷은 바삭했고, 안의 돼지고기는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함께 제공되는 가위와 집게로 직접 잘라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좋았다. 어떤 곳에서는 꿔바로우를 미리 잘라서 내어주는데, 그러면 튀김옷이 눅눅해지기 쉽다. 하지만 홍마방에서는 내가 직접 잘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한 조각까지 바삭하게 즐길 수 있었다.
홍마방에서는 칭따오 맥주와 연태고량주도 판매하고 있었다. 꿔바로우와 함께 시원한 칭따오 맥주 한 잔을 곁들이니, 마치 홍콩 여행을 온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정말 착했다. 마라탕, 탄탄면, 꿔바로우 모두 가격 대비 양도 푸짐하고 맛도 훌륭했다.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이렇게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마방은 테이블이 7개 정도 있는 아담한 크기의 식당이다. 혼자 방문해도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었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도 혼자 와서 마라탕을 즐기는 손님들이 꽤 많았다. 1인 메뉴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점도 혼밥족들에게는 큰 장점으로 다가올 것 같다.
게다가 온누리 상품권 결제도 가능하다니, 더욱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겠다.
벽 한쪽에는 메뉴 사진들이 붙어있는데,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들도 하나씩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돼지고기 덮밥은 향긋한 향신료 향이 코를 찌르는 듯해서, 다음 방문 때 꼭 먹어봐야 할 메뉴로 찜해두었다.
홍마방은 동네 주민들뿐만 아니라,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은 염창역 맛집으로 유명하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어떤 사람들은 대기줄이 길어 포기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홍마방은 시장 근처에 위치해 있어, 마치 작은 중국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좁은 골목길, 낡은 간판, 그리고 식당 안을 가득 채운 향신료 향은 나를 순식간에 다른 세계로 데려다 놓았다. 비록 식당 내부는 좁고 테이블 간 간격도 좁은 편이지만, 오히려 그런 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즐기는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오픈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어서 더욱 믿음이 갔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위생 상태였다. 일부 식기류에서 기름때가 발견되기도 했고, 테이블 옆면에는 찌든 때가 묻어 있었다. 물론 음식 맛은 훌륭했지만, 위생적인 부분은 조금 더 신경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마방은 내게 잊지 못할 맛과 향을 선사해 준 곳이다. 마라탕 특유의 얼얼한 맛과 향, 쫀득한 꿔바로우, 그리고 고소한 탄탄면까지, 모든 메뉴가 훌륭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은 덤이었다. 비록 위생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맛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들도 맛보러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염창역 근처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홍마방에 방문하여 향긋한 향신료에 취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