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아버지 손을 잡고 드넓은 평야를 가로지르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 끝에 자리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삼거리장어’라는 정갈한 글씨가 새겨진 간판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을 선사했다. 완주에서 장어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이곳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시간과 추억이 깃든 특별한 공간이었다.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미리 전화를 걸어 자리를 확보했다. 왠지 모르게, 좋은 맛은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더욱 깊어지는 법이니까. 주차 공간이 다소 협소하다는 이야기에 주변을 몇 바퀴 돌았지만, 이 정도 수고는 맛있는 장어를 맛보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장어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장어구이 1인분이 29,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이 눈에 띄었다. 국내산 민물장어를 사용한다는 문구에서 신뢰감이 느껴졌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장어구이 2인분을 주문했다. 주문이 들어가자마자, 주방에서는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장어를 손질하는 소리, 뜨겁게 달궈진 숯불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어구이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넓은 접시 가득, 먹기 좋게 잘라진 장어들이 윤기를 뽐내고 있었다. 촘촘하게 박힌 깨알 같은 깨들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장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뜨거운 김이 손끝에 느껴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입안에 넣는 순간, 놀라운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였다. 장어 특유의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치 후쿠오카에서 먹었던 장어보다 더 맛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함께 제공된 밑반찬들도 훌륭했다. 깔끔하게 담겨 나온 생강채, 마늘, 고추는 장어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 줬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쌈장은 깊은 맛을 자랑하며 장어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었다. 깻잎 위에 장어 한 점, 생강채, 마늘, 쌈장을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입 안에서 모든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장어구이와 함께 주문한 장어탕도 빼놓을 수 없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장어탕은 깊고 진한 향을 풍겼다. 숟가락으로 한 술 떠서 맛보니,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느끼함을 싹 잡아주며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줬다. 밥 한 공기를 말아서 깍두기와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장어를 먹으러 온 부모님의 모습에서 행복이 느껴졌다. 연인끼리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삼거리장어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완주 맛집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삼거리장어는 더욱 운치 있는 모습으로 빛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장어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완주에서 찾은 최고의 장어 맛집, 삼거리장어. 좋은 가격에 맛있는 장어를 맛볼 수 있는 곳, 깔끔한 밑반찬과 친절한 서비스가 돋보이는 곳, 무엇보다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미리 넉넉하게 예약해서, 주차 걱정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겨야겠다.

삼거리장어는 단순한 ‘맛집’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하다. 그곳은 완주라는 지역의 따뜻한 정과 맛있는 음식이 어우러진, 잊을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다음에 완주를 방문할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삼거리장어를 다시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또 어떤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