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직장인들의 소울푸드, “곱”에서 느끼는 황홀경: 웨이팅도 감수한 최고의 곱창 맛집

어스름한 저녁, 퇴근을 재촉하는 동료들과 함께 향한 곳은 마포의 한 곱창집이었다. 15년 차 마포 토박이들 사이에서도 ‘웨이팅은 과학’이라는 이곳은, 이미 여러 방송과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타 굳이 내가 소개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날 맛본 곱창의 감동은 나를 키보드 앞에 앉힐 수밖에 없었다.

가게 앞으로 다가서자, 붉은 빛깔 간판 위에 큼지막하게 쓰인 ‘곱’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로고는, 이 집 곱창 맛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했다. 가게 입구에는 ‘수요미식회’와 ‘줄 서는 식당’에 소개되었다는 자랑스러운 배너들이 붙어 있었다. 이미 맛은 보장된 셈이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가게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초조해하고 있을 때, 직원분이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을 건네주셨다. 추운 날씨에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세심한 배려에 감동하며, 드디어 우리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입성한 가게 내부는 활기가 넘쳤다. 천장에는 낡은 듯하면서도 멋스러운 조명들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것은 아쉬웠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모둠구이(국내산 한우 100g당 10,000원)와 수제 마늘곱창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두 가지 모두 맛보기로 결정했다. 잠시 후, 기본 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콩나물무침, 김치찌개, 그리고 이 집의 자랑이라는 대파김치까지. 특히 월화농장에서 직접 재배했다는 대파김치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비주얼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둠구이가 등장했다. 곱창, 대창, 막창, 염통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직원분들이 직접 구워주시는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젓가락만 들고 기다릴 수 있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곱창을 바라보며, 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캬, 이 맛이지!

잘 익은 곱창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기름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질기거나 냄새 없이 부드러운 식감은, 왜 이곳이 마포 곱창 맛집으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시켜 주었다. 특히 이 집의 숨은 공신은 바로 대파김치였다. 알싸하면서도 매콤한 대파김치를 곱창 위에 얹어 먹으니, 느끼함은 싹 사라지고 입안은 더욱 풍성해졌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곱창을 젓가락으로 들어올리는 모습
윤기가 좔좔 흐르는 곱창을 젓가락으로 들어올리는 모습

곱창 기름에 튀겨지듯 익어가는 감자와 떡도 별미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감자는, 곱창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쫄깃한 떡은 씹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모둠구이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수제 마늘곱창 2인분을 추가했다. 마늘의 향긋함이 더해진 곱창은, 또 다른 차원의 맛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어느덧 배는 불러왔지만, 볶음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직원분에게 볶음밥 2인분을 주문하자, 남은 곱창 기름에 김치와 밥을 볶아 맛깔스러운 볶음밥을 만들어주셨다. 볶음밥 위에 김가루와 계란후라이를 얹으니, 완벽한 마무리였다. 톡톡 터지는 밥알과 고소한 김가루, 그리고 부드러운 계란의 조화는, 배부른 와중에도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휴대폰 충전기와 머리끈, 탈취제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손님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비록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였지만, 맛있는 곱창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모든 것이 용서되는 곳이었다.

수요미식회와 줄서는 식당에 소개되었다는 인증서
수요미식회와 줄서는 식당에 소개되었다는 인증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다음에는 꼭 김치말이국수와 불닭볶음면까지 맛봐야지. 곱창 마니아라면, 마포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단, 웨이팅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맛보는 곱창의 맛은, 그 모든 수고를 잊게 해줄 만큼 훌륭하다는 것을 보장한다.

돌아오는 길, 문득 곱창에 대한 몇몇 사람들의 평가가 떠올랐다. 곱창이 너무 잘게 잘라져 나온다거나, 양이 적다거나,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들도 분명 있었다. 예전에 비해 특색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하지만, 나는 곱에서 맛본 곱창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곱창의 양은 다소 아쉬웠지만, 볶음밥과 함께 먹으니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지만, 퀄리티 좋은 한우 곱창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곱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변함없는 맛이었다. 10년 전부터 “그때 그 맛”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곱창에 대한 장인 정신을 느끼게 해주었다. 트렌디한 맛집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한결같은 맛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곱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곱을 단순한 곱창집이 아닌, 마포 사람들의 추억과 애환이 담긴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곱창을 구워 먹으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곳.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곱창을 안주 삼아,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는 곳. 곱은, 그런 따뜻하고 정겨운 공간이다.

모듬 곱창 구이 한상 차림
모듬 곱창 구이 한상 차림

오늘도 곱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곱창을 맛보기 위해 줄을 서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곱창의 맛뿐만 아니라, 곱이 가진 따뜻한 분위기와 추억을 함께 느끼고 돌아갈 것이다. 나 역시, 조만간 다시 곱을 찾아, 그날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봐야겠다. 그때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포 곱 간판
마포 곱 간판
곱 간판 근접샷
곱 간판 근접샷
지글지글 익어가는 곱창 모듬
지글지글 익어가는 곱창 모듬
곱창 기름에 구워지는 감자
곱창 기름에 구워지는 감자
기본반찬
기본반찬
곱창과 맥주
곱창과 맥주
윤기좔좔 곱창
윤기좔좔 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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