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청량한 바람이 그리워 훌쩍 떠난 태백 여행.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도착한 그곳은,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 맡았던 흙냄새와 풀 내음이 가득한 곳이었다. 잊고 지냈던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풍경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먼저 든든하게 배를 채우기 위해 현지인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한 고깃집, ‘차림표’로 향했다.
이른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테이블 위 연탄불이 뿜어내는 열기가 후끈하게 느껴졌다. 후드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흡사 70~80년대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은빛 닥트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했다.

메뉴판을 보니 갈비살과 등심이 대표 메뉴인 듯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갈비살과 등심을 하나씩 주문했다. 잠시 후, 붉은 빛깔의 연탄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화로가 테이블 중앙에 놓였다. 마치 뜨겁게 달아오른 쇳덩이처럼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연탄을 보니, 어릴 적 연탄불에 구워 먹던 고구마가 떠올랐다.
곧이어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놋그릇에 담긴 김치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하얀 면발 위에 검은 김 가루가 흩뿌려진 소면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쌈 채소와 곁들여 먹을 짱아찌, 마늘, 쌈장, 잘 익은 김치까지 푸짐하게 차려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갈비살과 등심이 등장했다. 선홍빛 육색을 뽐내는 고기는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자, ‘치익’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뜨거운 연탄불 덕분에 고기는 순식간에 익어갔다.
잘 익은 갈비살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등심 역시 입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연탄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더욱 깊은 맛을 냈다. 기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함이 배가 되었고, 쌈 채소에 싸 먹으니 신선함이 더해졌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이 움직였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구수한 된장찌개가 나왔다. 강원도 꺼먹장으로 끓였다는 된장찌개는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구수한 맛은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들었다.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김치 한 점 올려 먹으니,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시원한 물냉면을 서비스로 내어주셨다.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는 더위를 싹 가시게 해줬다. 쫄깃한 면발과 아삭한 오이의 조화는 입안을 개운하게 마무리해줬다.
‘차림표’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연탄불에 구워 먹는 고기의 맛, 구수한 된장찌개의 향, 그리고 푸근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태백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차림표’는 반드시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차림표’의 연탄불 향은 잊히지 않았다. 며칠 동안 그 맛을 잊지 못해 앓았을 정도다. 태백은 멀지만, 언젠가 다시 그곳에 가서 ‘차림표’의 고기를 맛보며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도 ‘차림표’의 사진을 꺼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