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5일장의 뜨거운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오후, 땀방울을 훔치며 시장 골목을 빠져나왔다. 활기 넘치는 풍경은 좋았지만, 왠지 모르게 관광객을 상대로 한 듯한 식당들의 호객 행위에 살짝 지쳐있었다. 그러다 눈에 띈 ‘정선회관’이라는 간판. 깔끔해 보이는 외관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시장의 번잡함과는 전혀 다른, 차분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했고,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6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세련된 인테리어였다. 마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까멜리아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향토적인 음식들이 가득했다. 곤드레밥, 녹두전, 막국수… 하나하나 다 맛보고 싶은 마음에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시원한 물막국수와 고소한 녹두오코노미야끼를 주문했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로봇이 서빙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겨운 분위기 속에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곧이어, 정갈한 밑반찬이 테이블에 놓였다. 특히, 깍두기와 무 장아찌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고 아삭했고, 무 장아찌는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보기에도 좋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물막국수가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막국수는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뽀얀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 위로 김 가루와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채 썬 오이와 무, 그리고 삶은 계란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을 보면 그 푸짐함과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확인할 수 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육수와 함께 크게 한 입 맛봤다.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는 육수는 조미료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들깨의 고소함이 더해져 깊은 풍미를 자아냈다. 쫄깃한 메밀면은 육수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더위를 싹 잊게 해주는 맛이었다. 처럼 정신없이 면을 흡입했다.
물막국수를 몇 젓가락 먹으니, 곧이어 녹두오코노미야끼가 나왔다. 큼지막한 접시 위에 놓인 녹두오코노미야끼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과 8에서 볼 수 있듯이, 가쓰오부시가 듬뿍 올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움을 더했다. 마요네즈와 데리야끼 소스가 촘촘하게 뿌려져 있어 시각적인 즐거움도 컸다.
녹두오코노미야끼 한 조각을 잘라 입에 넣으니,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녹두의 고소함과 가쓰오부시의 짭짤함, 그리고 소스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만들어냈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담백하면서도 풍성한 맛이 일품이었다.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정신없이 물막국수와 녹두오코노미야끼를 먹어 치웠다. 더운 날씨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맛이었다. 깔끔하게 비워진 놋그릇과 접시가 맛에 대한 만족감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는데, 쇼케이스 안에 있는 육회가 눈에 들어왔다. 신선해 보이는 육회의 붉은 빛깔과 중앙에 놓인 노른자의 황금빛 조화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왠지 안 먹고 가면 후회할 것 같아 육회도 주문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육회는 놋 접시에 담겨 나왔다. 얇게 채 썬 배와 함께 먹으니,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신선한 육회의 고소함과 배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특히, 톡 터지는 노른자를 육회에 비벼 먹으니,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처럼 황홀한 비주얼이었다.
정선회관에서는 곤드레밥도 인기 메뉴라고 한다. 곤드레밥은 곤드레 나물이 듬뿍 들어간 밥에 양념 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 음식인데, 곤드레의 향긋한 향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라고 한다. 특히, 곤드레가 많이 들어가 있어 더욱 맛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곤드레밥을 먹어봐야겠다.
이곳에서는 특이하게 녹두전을 3가지 종류로 판매하고 있었다. 일반 녹두전 외에 치즈 녹두전과 야끼 녹두전이 있었는데, 특히 야끼 녹두전은 오코노미야끼처럼 가쓰오부시를 올려 먹는 퓨전 음식이라고 한다. 녹두전과 오코노미야끼의 조합이라니,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정선회관은 6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이지만,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고 있어서인지, 음식의 맛과 분위기 모두 젊은 감각이 느껴졌다. 친절한 서비스는 물론이고, 깔끔한 식당 분위기,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다만,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다소 시끄러울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정선 5일장에 간다면, 시장 안의 식당에서 호객 행위에 시달리지 말고, 조금만 발길을 돌려 정선회관에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정선회관. 나는 이미 다음 방문을 기약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