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반차를 냈다. 쨍한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왠지 모르게 몸이 허한 기분이 들었다. 이럴 땐 기름진 음식이 당기는 법. 문득, 지인이 극찬했던 인천의 숨겨진 맛집, ‘삼거리장어’가 떠올랐다. 후쿠오카에서 먹었던 장어덮밥보다 더 맛있다는 그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핸들을 잡았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출발했지만, 점점 좁아지는 골목길에 ‘정말 이런 곳에 맛집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도착한 삼거리장어.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 마치 숨겨진 보물창고 같았다. 에서 보듯, 간판 글씨체에서조차 느껴지는 연륜이, 이곳이 얼마나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왔는지 짐작하게 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왔기에, 근처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왔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이미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역시, 맛집은 예약이 필수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메뉴판이 나왔다. 메뉴는 단 하나, 양념 장어구이. 소금구이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오히려 단일 메뉴라는 점이 장어 맛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1인분에 29,000원이라는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오늘만큼은 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기로 했다. 곧이어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뽀얀 생강채, 쌈장, 깻잎 장아찌, 마늘, 고추, 쌈 채소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깻잎 장아찌는 짜지 않고 향긋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주문하신 장어구이 나왔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어구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에서 볼 수 있듯,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장어들이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잘려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데리야끼 소스처럼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주문과 동시에 조리가 시작된다더니, 정말 20분 정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장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장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입안에 넣는 순간, 달콤한 양념과 장어 특유의 기름진 풍미가 어우러져 황홀한 맛을 선사했다.
함께 나온 생강채를 곁들여 먹으니 장어의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쌈 채소에 싸서 마늘, 고추와 함께 먹으니 매콤한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하며 장어구이를 음미했다. 후쿠오카에서 먹었던 장어덮밥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양념, 그리고 신선한 재료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왜 지인이 이곳을 극찬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장어구이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장어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에 부추가 송송 썰어져 올려진 장어탕은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국물 한 숟갈을 떠서 입에 넣으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장어 특유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국물이었다. 밥 한 공기를 말아서 김치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마치 보약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장어탕은 리필이 가능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미 장어구이와 밥 한 공기로 배가 너무 불러, 아쉽지만 리필은 포기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여사장님은 친절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몸보신 제대로 했네요.”라고 답했다. 여사장님은 “다음에 또 오세요.”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셨다. 가게를 나서는 순간, 왠지 모르게 몸에 원기가 꽉 찬 기분이 들었다.
삼거리장어는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한 번 방문하면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찾게 되는 곳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만한 가치를 충분히 하는 맛이다. 잡내 없이 깔끔한 장어구이와 진한 장어탕은, 먹는 순간 몸과 마음을 힐링시켜준다. 특히,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하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인천에서 장어 맛집을 찾는다면, 삼거리장어를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삼거리장어에서 맛본 장어의 풍미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쁨, 이것이 바로 인천 지역명의 숨은 맛집이 주는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