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곱게 물든 소백산을 뒤로하고, 풍기온천의 따스함에 몸을 녹였던 가을날, 단양으로 향하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목적지는 구인사. 그 웅장한 사찰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좋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단양의 숨겨진 맛집을 찾아 나서는 미식 탐험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여행 전부터 꼼꼼히 검색한 결과, 내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해성한식’이었다.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니, 하나같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밥집이었다. “음식이 맛있다”는 기본을 넘어, “재료가 신선하다”, “사장님이 친절하시다”, “가성비가 좋다”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꼬리를 물었다. 특히 곤드레 나물밥과 생선구이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곤드레 밥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메뉴였기 때문이다.
구인사로 향하는 길목, 해성한식은 소박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샛노란 외벽에 정감 가는 붓글씨로 쓰인 상호가 인상적이었다. 식당 앞에 놓인 작은 물레방아와 화분들이 시골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을 더했다.

주차는 식당 앞이 혼잡하여 근처 농협 앞이나 대형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정보를 입수, 미리 대비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다행히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곤드레 밥을 기본으로 생선구이, 더덕구이 등이 포함된 정식 메뉴가 눈에 띄었다. 곤드레 생선정식(1인 14,000원)을 주문했다. 1,000원을 추가하면 일반 생선구이 정식에 곤드레 솥밥이 나오는 구성이었다.
잠시 후,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한 상차림이 눈 앞에 펼쳐졌다. 곤드레 솥밥을 중심으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생선구이, 매콤한 더덕구이, 그리고 정갈하게 담긴 다양한 밑반찬들이 빈틈없이 테이블을 채웠다.

소담스러운 그릇에 담긴 반찬들은 플라스틱이 아닌 사기그릇이라 더욱 정갈하게 느껴졌다.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병은 아쉽게도 플라스틱이었지만, 다른 모든 요소들이 만족스러웠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가장 먼저 곤드레 솥밥의 뚜껑을 열었다. 은은한 곤드레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솥 안에는 갓 지은 밥과 함께 넉넉한 양의 곤드레 나물이 담겨 있었다. 밥을 덜어 양념장에 슥슥 비벼 한 입 맛보니, 곤드레 특유의 향긋함과 짭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 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굳이 양념을 섞지 않아도 곤드레 자체에 은은하게 간이 배어 있어 좋았다. 솥밥에서 밥을 퍼낸 후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었다.
생선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특히 고등어구이는 비린 맛없이 고소하고 담백하여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더덕구이는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어 풍미를 더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멸치볶음, 김치, 나물 등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은 모두 직접 만든 듯, 시판되는 조미료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된장찌개는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두부와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어 밥과 함께 먹으니 든든했다. 아이와 함께 온 손님에게는 찌개에 들어간 고추를 빼주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식사를 하는 동안, 사장님의 유쾌한 입담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홀을 담당하는 사장님은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며, 마치 오랜 acquaintance를 만난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농담도 잘하시고,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셨다. 반찬 놓는 위치까지 정해주는 세심함도 엿보였다.
해성한식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가성비’다. 14,000원이라는 가격에 곤드레 솥밥, 생선구이, 더덕구이, 그리고 푸짐한 밑반찬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놀라웠다. 단양의 다른 한정식집들과 비교해도 퀄리티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배는 물론 마음까지 든든해졌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따뜻한 정과 맛있는 음식으로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마치 고향 할머니 댁에서 푸짐한 밥상을 받은 듯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해성한식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정과 맛이 어우러진 따뜻한 공간이었다. 단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맛집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는 것이다. 오후 2시부터 4시 50분까지는 식사가 불가능하니, 방문 전에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11시 10분에 오픈한다는 정보를 네이버에서 확인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예약된 단체 손님들로 붐비고,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도 꽤 길었다.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거나,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단양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구인사 방문과 함께 해성한식에서의 식사를 코스에 넣어보길 바란다. 정갈한 밥상과 유쾌한 사장님의 입담은 여행의 즐거움을 한층 더해줄 것이다. 분명 잊지 못할 단양의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소백산의 정기를 담은 곤드레 밥 한 상, 그 따뜻함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다음번 단양 방문 때도 꼭 다시 들러, 사장님의 유쾌한 농담과 함께 맛있는 밥을 즐겨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