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월 중순, 묵직했던 겨울의 기세도 한풀 꺾이고 어렴풋이 봄기운이 느껴지는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눈에 아른거리던, 낡은 정미소를 개조했다는 예산의 한 카페를 향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차에 올랐다. 굽이굽이 시골길을 따라, 마치 오래된 기억을 더듬듯 찾아간 그곳은, 단순한 카페 그 이상의 특별한 공간이었다.
카페에 가까워질수록, 드넓은 주차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차 공간이 넉넉하다는 점은, 특히 아이와 함께 오는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 큰 장점이 될 것 같았다. 차에서 내리니, 가장 먼저 코를 간지럽히는 것은 갓 구운 빵 냄새와 은은한 커피 향이었다.
카페의 첫인상은 압도적이었다. 낡은 정미소의 외형을 그대로 살린 모습은, 세월의 흔적과 현대적인 감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카페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힌 간판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오래된 듯한 글씨체에서 느껴지는 정겨움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외부의 낡은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세련되고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높은 천장과 탁 트인 공간감은 시원한 느낌을 주었고, 곳곳에 놓인 앤티크한 가구와 소품들은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과거 정미소에서 사용했을 법한 기계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된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낡은 기계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오브제가 되어, 카페의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자리 잡기 전에, 빵 구경은 필수 코스였다. 쇼케이스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코코넛 도넛, 쌀 카스테라 등 정미소 콘셉트에 맞는 특별한 빵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달콤한 향기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쟁반을 들고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시나몬 크로넛과 모카 소금빵, 그리고 쌀 카스테라를 골랐다. 음료는 시그니처 메뉴인 오곡라떼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진동벨이 울리기를 기다리며, 카페 내부를 좀 더 둘러보았다. 1층에는 푹신한 소파 자리와 좌식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고, 2층에도 테이블이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좌석은 손님들에게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진동벨이 울리고, 주문한 메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먼저 오곡라떼를 한 모금 마셔보았다. 부드러운 우유와 고소한 오곡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과하지 않은 은은한 단맛은, 쌀쌀한 날씨에 언 몸을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아메리카노는 너무 뜨겁지 않아서 좋았다. 커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적절한 온도로 제공하는 세심함이 느껴졌다.

빵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시나몬 크로넛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으며, 시나몬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입안을 즐겁게 했다. 모카 소금빵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을 자랑했다. 쌀 카스테라는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돋보였다. 특히 쌀로 만들었다는 점이, 정미소라는 카페의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듯했다.
빵과 커피를 즐기면서,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카페 주변은 드넓은 잔디밭과 정원으로 꾸며져 있었다. 핑크뮬리와 팜파스그라스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날씨가 따뜻했다면 야외 좌석에 앉아 여유를 즐겼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카페 곳곳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정미소 기계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이곳에서만 담을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나도 카메라를 들고 카페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다. 낡은 기계와 세련된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모습은, 그 자체로 훌륭한 피사체가 되어주었다.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은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연인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추억을 만들고, 친구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카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카페 한쪽에는 팝업 스토어가 운영되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액세서리, 의류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팝업 스토어는 카페에 활기를 더해주고, 손님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직원들의 친절함이었다. 주문을 받는 직원부터 빵을 포장해주는 직원까지, 모든 직원이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했다. 손님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는, 카페의 분위기를 더욱 훈훈하게 만들어주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문득 ‘업사이클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버려지거나 쓸모없어진 것을 새로운 가치를 더해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처럼, 낡은 정미소는 카페로 변신하여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었다. 단순히 낡은 건물을 개조한 것이 아니라, 공간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카페를 나서는 길, 아쉬움이 밀려왔다. 좀 더 오래 머물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카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스쳤다. 하지만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예산 “이리정미소”는 단순한 카페가 아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맛집이었다. 낡은 정미소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독특한 인테리어, 맛있는 빵과 커피, 친절한 직원, 그리고 평화로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음에 예산을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그땐 따뜻한 날씨에 야외 좌석에 앉아, 핑크뮬리와 팜파스그라스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감상하며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리정미소”에서 얻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오늘, 나는 특별한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추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