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로 향하는 아침, 짙은 안개가 걷히자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목적지는 단 하나, 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만 문을 여는 나주의 숨겨진 맛집, 왕곡가든이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곳의 생고기비빔밥을 맛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액셀을 밟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표를 손에 쥐고 있었다. 11시 20분, 오픈 시간에서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마지막 테이블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었으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 식당 안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놋그릇에는 윤기가 흐르는 생고기비빔밥이 담겨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나 역시 서둘러 생고기비빔밥을 주문했다. 메뉴판에는 생고기비빔밥 외에도 곰탕, 돌솥비빔밥, 육사시미 등이 있었지만, 이곳에 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생고기비빔밥을 선택하는 듯했다. 다음에는 곰탕도 한번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며, 비빔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생고기비빔밥. 놋그릇 가득 담긴 밥 위에 붉은 빛깔의 생고기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그 위에는 김 가루와 깨가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했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푸짐한 양에 감탄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우선, 양념장을 넣지 않고 참기름의 고소한 향을 먼저 느껴보기로 했다. 젓가락으로 살짝 비벼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참기름의 풍미가 일품이었다. 신선한 생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했고,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느껴졌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훌륭했다. 특히 묵은지와 깻잎 장아찌는 비빔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슴슴한 된장국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밑반찬은 간이 조금 센 편이라는 평도 있지만,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특히 꼬들꼬들한 꼬들빼기 김치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어느 정도 참기름의 고소함을 즐긴 후, 고추장을 조금씩 넣어가며 비빔밥을 완성해갔다. 고추장은 시판되는 초고추장과는 다른, 깊은 맛이 느껴지는 양념이었다. 적당량을 넣고 비비니, 붉은 색감이 더해져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다시 한 입 맛보니, 고추장의 매콤함과 생고기의 고소함, 참기름의 풍미가 어우러져 완벽한 맛을 만들어냈다. 숟가락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사실 생고기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다. 특유의 비릿함 때문에 선호하지 않았지만, 왕곡가든의 생고기는 달랐다. 신선함은 물론이고, 씹을수록 느껴지는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생고기에 양념이 살짝 되어있는 듯했는데, 이 점이 비린 맛을 잡아주는 비결인 것 같았다. 덕분에 생고기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깰 수 있었다.
왕곡가든의 생고기비빔밥은 곱빼기로 주문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양이 푸짐했다. 일반 성인 남성도 특 사이즈는 다소 많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맛이 좋아서,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워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한 것은 물론이고, 입안 가득 퍼지는 행복감에 기분이 좋아졌다.
식당 내부는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였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고,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남자 사장님의 친절함이 돋보였다는 평이 많다. 화려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맛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듯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웨이팅이었다. 평일에도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주말에는 훨씬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11시 오픈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맛보는 생고기비빔밥은 그 모든 수고를 잊게 할 만큼 훌륭했다.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기 때문에, 늦게 방문하면 헛걸음할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무이므로 방문 시 참고해야 한다.
주차는 식당 건너편 공터에 마련된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피크 시간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조금 서둘러 도착하는 것이 좋다. 왕곡면사무소 앞 공용 주차장이나, 인근 시골 마을 빈터에 주차하는 것도 방법이다.

왕곡가든 근처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맛있는 식사 후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인근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왕곡가든 영수증을 지참하면 옆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500원 할인받을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식당 앞에서 수수부꾸미와 참외를 팔고 있었다. 수수부꾸미는 맛있다는 평이 많았지만, 참외는 품질이 좋지 않다는 후기가 있어 구매하지 않았다.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좋지만, 품질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왕곡가든은 SBS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생고기비빔밥 맛집이다. 간판에는 “생고기 비빔밥 달인 김남모”라고 적혀 있었다. 허름한 외관과, 대기시간, 그리고 주변에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왕곡가든은 나주를 넘어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최고의 맛 때문이다.

나주에서 맛본 생고기비빔밥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맛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곰탕도 함께 맛봐야지. 왕곡가든, 나주에 간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하는 맛집이다. 단, 웨이팅은 각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