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훌쩍 커버린 캠퍼스, 풋풋한 설렘 대신 익숙함이 묻어나는 부산대 앞. 졸업 후에도 종종 이 거리를 찾게 되는 건, 왠지 모를 청춘의 향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일까. 오늘은 문득 대학 시절, 큰맘 먹고 처음 오마카세를 접했던 ‘스시심’이 떠올랐다. 지갑은 얇았지만 미식에 대한 열정만은 뜨거웠던 그때, 이곳은 나에게 작은 사치이자 행복이었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아담한 가게 안은 은은한 조명 아래 정갈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바 테이블에 앉으니, 셰프님의 분주한 손길과 칼질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예전과 같은 따뜻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잠시 후, 따뜻한 차완무시가 나왔다. 부드러운 계란찜 속에는 새우와 은행이 숨어있어,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식욕을 돋우었다.

본격적인 오마카세 코스가 시작되기 전, 곁들임 음식들이 먼저 나왔다. 짭짤한 해초와 향긋한 실파가 올라간 광어 고노와다, 슴슴한 미역 줄기 볶음, 따뜻한 장국이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톳과 참깨가 곁들여진 맑은 생선 껍질 맑은 국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시가 나오기 시작했다. 첫 점은 불 맛을 입힌 황새치 뱃살.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름진 식감과 은은한 불향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샤리(밥)의 양도 적당했고, 혀에 닿는 온도 또한 완벽했다. 셰프님의 숙련된 솜씨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는 광어, 담백한 참돔, 감칠맛 넘치는 아카미(붉은살 참치)가 차례대로 나왔다. 셰프님은 스시를 낼 때마다 재료에 대한 설명과 함께 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특히, 참돔에는 유자 제스트를 살짝 뿌려 향긋함을 더했고, 아카미는 간장에 살짝 절여 감칠맛을 극대화했다고 한다.
스시를 맛보는 중간중간, 셰프님의 재치 있는 입담 덕분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손님의 취향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밥 양을 줄여달라는 요청에는 흔쾌히 응해주셨고, 왼손잡이 손님에게는 스시의 방향을 맞춰주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다음으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인 가지 튀김이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가지 튀김에 달콤 짭짤한 소스를 곁들여 먹으니, 입 안에서 황홀한 맛이 폭발했다. 튀김옷은 어찌나 얇은지, 마치 레이스를 입은 듯 섬세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스시 퍼레이드. 녹진한 풍미의 아귀 간, 달콤한 단새우와 성게소의 조합, 고소한 참깨 소스가 뿌려진 도미, 짭짤한 시메사바(고등어 초절임)까지, 다채로운 맛의 향연에 넋을 잃었다. 특히, 셰프님이 직접 개발했다는 갈치 스시는 비린 맛은 전혀 없고,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뜨거운 요리로는 바삭한 새우튀김과 꽈리고추 튀김이 나왔다. 갓 튀겨낸 튀김은 고소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아,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튀김옷 또한 얼마나 얇은지, 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식사 메뉴로는 따뜻한 소바가 준비되었다. 멸치 육수의 깊은 맛과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함께 제공된 유부와 김가루를 곁들여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달콤한 마무리를 위해, 셰프님이 직접 만든 팥 양갱이 디저트로 나왔다. 팥의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마지막 한 입까지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고의 가성비로 훌륭한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문을 나서며, 셰프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덕분에 옛 추억도 떠올리고, 맛있는 음식도 즐길 수 있었어요.”
스시심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 내세우는 곳이 아니다. 신선한 재료, 셰프의 숙련된 솜씨, 그리고 손님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부산대 앞에서 청춘을 함께했던 추억, 그리고 변함없는 맛과 정성이 그리울 때면 언제든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 분명, 부모님도 만족하실 것이다.

돌아오는 길, 스시심의 따뜻한 분위기와 맛있는 스시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가격은 착하지만, 맛과 서비스는 절대 저렴하지 않은 곳. 부산대 앞을 지날 때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당신의 미식 경험에 잊지 못할 한 페이지를 장식해줄 것이다. 특히, 가성비 좋은 오마카세를 찾는다면, 스시심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스시심 방문 팁:
* 예약은 필수! 특히 주말 저녁 시간대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수 있다.
* 주차는 NC백화점에 하고,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
* 오마카세 A코스(35,000원)와 B코스(55,000원) 두 종류가 있으며, B코스는 A코스보다 몇 가지 메뉴가 더 추가된다.
*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마지막 타임을 예약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