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잊을 수 없는 여름의 맛! 기사식당에서 만난 특별한 밀면 이야기

부산,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도시. 푸른 바다와 활기찬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맛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단 하나, 부산의 숨겨진 맛집을 찾아 미식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맛집 중에서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중구에 위치한 허름한 기사식당이었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중구기사식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에서 왠지 모를 깊은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낡은 간판과 빛바랜 외벽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사실 부산은 밀면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 밀면집이 많다. 하지만 나는 남들이 다 가는 뻔한 곳보다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을 찾아내고 싶었다. 택시 기사님들이 추천하는 진짜 부산 현지인 맛집, 바로 이곳 ‘중구기사식당’이 그런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 있지 않았지만,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꽤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나는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메뉴는 단 두 가지, 밀면과 비빔면. 역시, 진정한 맛집은 메뉴가 단출하다는 불변의 법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물밀면 하나를 주문했다. 가격은 8,000원. 최근 물가 인상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주문이 끝나자 따뜻한 육수가 담긴 종이컵이 나왔다. 멸치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육수는 차가운 밀면을 먹기 전 속을 따뜻하게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컵에 쓰여진 “since 1983″이라는 문구가 이 집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밀면이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밀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뽀얀 밀면 위에 빨간 양념장, 슬라이스 된 오이, 삶은 계란, 그리고 돼지고기 수육 몇 점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물밀면의 아름다운 자태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물밀면의 비주얼. 살얼음이 살짝 낀 육수가 더위를 잊게 해준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붉은 양념장이었다. 여느 밀면집과는 다른, 다진 양파가 듬뿍 들어간 특제 양념장이라고 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양념장의 색깔은 쨍한 붉은색이라기보다는 약간 톤 다운된, 숙성된 듯한 깊은 색깔이었다. 얇게 슬라이스된 오이는 시원함을 더해주었고, 반으로 잘린 삶은 계란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돼지고기 수육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 보였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양념장과 잘 섞은 후, 드디어 첫 입을 맛보았다. 차갑고 쫄깃한 면발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첫 맛은 달콤했다. 마치 양념치킨 소스처럼 달달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단순한 단맛이 아니었다. 곧이어 한약재 향이 은은하게 퍼져나가면서 깊은 풍미를 더했다.

육수는 겉보기와는 달리 꽤나 묵직했다. 맑고 투명한 느낌보다는 고기 육수를 사용한 듯 진하고 깊은 맛이 났다. 은은하게 풍기는 한약재 향은 밀면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아마도 계피를 비롯한 여러 한약재를 넣어 우려낸 육수 같았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육수는 정말 일품이었다.

면은 일반적인 밀면보다 살짝 굵은 편이었다. 쫄면과 밀면의 중간 정도 굵기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면발이 더욱 쫄깃하게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힘껏 들어 올려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 탄력이 느껴졌다.

테이블 위에 놓인 식초와 겨자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식초와 겨자는 취향에 따라 밀면에 넣어 먹으면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테이블에는 식초와 겨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밀면에 식초를 살짝 뿌리고 겨자를 조금 넣어 맛을 보았다. 새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더해지니 밀면의 풍미가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특히 겨자의 알싸한 맛은 달콤한 양념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밀면을 먹는 동안,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밀면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집 밀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쫄깃한 면발, 매콤달콤한 양념장, 시원한 육수, 이 삼박자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밀면은 정말 꿀맛이었다.

클로즈업한 물밀면
양념장, 오이, 계란, 수육 고명이 면 위에 예쁘게 올려져 있다.

어느새 밀면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면, 육수, 양념, 고명,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밀면이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양념장의 단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먹다 보니 그 단맛이 오히려 중독성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하게 퍼지는 한약재 향이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면서, 나는 이곳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부산 밀면 맛집인지 알 수 있었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맛은 아니었지만, 정직하고 깊은 맛, 그리고 푸근한 인심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하고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중구기사식당’은 4월부터 10월까지만 영업한다고 한다. 그것도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라고 하니, 방문하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꼭 한번 방문해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중구기사식당 외부 전경
허름한 외관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 이것이 바로 맛집의 포스!

부산을 떠나기 전, 나는 다시 한번 ‘중구기사식당’을 찾았다. 이번에는 비빔면을 먹어보기 위해서였다. 비빔면 역시 물밀면 못지않게 훌륭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장이 쫄깃한 면발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다진 마늘이 듬뿍 들어간 양념장은 알싸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을 선사했다.

‘중구기사식당’에서의 두 번의 식사는 내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부산에 다시 가게 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곳을 찾을 것이다. 변함없는 맛과 푸근한 인심으로 나를 맞아줄 ‘중구기사식당’, 진정한 부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중구기사식당 간판
큼지막하게 쓰여진 ‘중구기사식당’ 간판. 레트로한 감성이 느껴진다.

참고로, ‘중구기사식당’은 영주터널 회차 부근에 위치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며,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에는 주변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동절기에는 영업을 하지 않으니, 꼭 4월에서 10월 사이에 방문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 나는 ‘중구기사식당’에서 맛본 밀면의 여운을 잊지 못해 계속해서 그 맛을 떠올렸다. 단순한 밀면 한 그릇이 아닌, 부산의 정과 추억이 담긴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음 부산 여행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맛집을 발견하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밀면과 함께 나오는 무김치
아삭한 무김치는 밀면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완벽한 한 상차림
시원한 밀면 한 그릇으로 더위를 날려보세요!
살얼음 동동 육수
살얼음이 살짝 언 육수는 더위를 잊게 해주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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