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에 취하는 부산 용호동, 마음까지 따스해지는 유동커피 맛집 순례기

집사람이 쉬는 날, 덩달아 분주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상이다. 가족 보건 의원에서 보건증 재발급 검사를 마치고, ‘버르장머리 샵’에서 머리 손질까지 마치니 어느덧 오후가 깊어 있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기엔 뭔가 아쉬워, 집사람을 졸라 ‘유동 커피’에 들러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디카페인 뜨거운 아메리카노 두 잔과 올리브 치아바타 두 개. 소소하지만 더없이 만족스러운 오후의 보상이다. 괜히 다른 빵을 탐내거나 새로운 메뉴에 도전했다가 퉁이라도 맞으면 낭패다. 주는 대로 순순히 먹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비결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아늑한 공간 안은 커피 향과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로 가득했다.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나 역시 그 풍경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랬다.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치아바타를 커피에 살짝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또 새롭게 다가왔다. 느긋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그저 한 잔의 커피와 빵을 음미하며 평온을 만끽했다.

부산에 오면 꼭 들르게 되는 곳, 유동커피. 이곳의 커피는 유독 향이 좋다. 쌉싸름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커피와 책
향긋한 커피와 함께하는 독서.

최근 유동커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메뉴는 단연 ‘두쫀쿠’다. 겉은 얇고 속은 카다이프로 가득 채워진 이 디저트는,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과 고소함은 잊을 수 없는 맛의 향연을 선사한다. 특히 얇은 피 덕분에 속 재료의 풍미가 더욱 도드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마감이 임박한 한살림 용호 매장에서 쥐눈이콩 청국장환을 사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유동 커피로 향했던 날도 기억에 남는다. 청국장환이 똑 떨어져 며칠 동안 애타게 기다렸던 터라, 한살림으로 향할 때의 발걸음은 마치 쏜살같았다. 하지만 유동 커피에 도착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을 되찾았다. 창가 자리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운데 자리에는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쌍둥이 형제 바리스타는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내리고, 테이블을 정리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은 마치 아늑하고 정겨운 풍경화 같았다. 이미 커피를 마신 후라, 이번에는 레몬 한 조각을 넣은 탄산수를 주문했다. 톡 쏘는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지니, 마치 유럽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영하 8도, 체감 온도 영하 15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유동 커피를 향하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이곳의 커피는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수필가 김 선생을 만나러 가는 길, 향긋한 커피 향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유동 커피로 발길을 옮겼다. 이 대표 부부는 언제나 환한 미소로 나를 맞아준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방문한 듯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필터로 내리는 월간 커피는 매달 원두가 바뀌지만, 어떤 원두든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그윽한 향과 부드러운 맛은 언제나 기대를 뛰어넘는다. “월간 커피!” 주문을 외치면, 마치 “열려라 참깨!” 주문에 보물 동굴이 열리듯 향긋한 커피가 테이블 위에 놓인다. 아직 점심시간 전인데도, 커피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 역시 그들처럼 커피 한 잔으로 속을 푼 뒤, 김 선생과 함께 점심을 먹을 생각에 설레었다.

유동커피 내부
앤티크한 가구와 은은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엄마와 함께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나 방문했던 날, 카라멜 마끼아또와 생강 라떼를 주문했다. 엄마는 특히 생강 라떼를 맛보시더니, 아주 만족스러워하셨다. 알싸한 생강 맛과 부드러운 우유의 조화가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사장님의 친절한 미소 또한 기분 좋게 느껴졌다.

유동 커피에서는 특별한 메뉴도 맛볼 수 있다. 바로 ‘아보카도 커피’다. 아포가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메뉴다. 부드러운 아보카도와 에스프레소의 절묘한 조화는, 상상 이상의 맛을 선사한다.

아내와 함께 ‘보말 진 칼국수’에서 점심을 먹고, 자연스럽게 유동 커피로 향했다. 까다로운 아내의 입맛을 사로잡은 몇 안 되는 카페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다. 넓고 우아한 분위기, 이 대표 부부와 쌍둥이 형의 따뜻한 환대, 훌륭한 디저트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겨울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인지, 카페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겨우 빵 진열대 앞쪽에 자리를 잡아 앉아,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마녀Solian 님처럼, 라떼 한 잔으로 겨울 추위를 녹이며 친구와 따뜻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유동 커피는 그만큼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이다.

베이커리 호떡파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바삭바삭한 식감과 많이 달지 않은 고소함은, 커피와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두쫀쿠
겉바속쫀의 매력, 두쫀쿠.

용호만을 어슬렁거리다가 유동 커피에서 잠시 쉬어갔던 어느 날 저녁,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했다. 실타래처럼 엉킨 인간사는 내 마음대로 풀 수 없는 것이기에, 때로는 한 발 물러서서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강물을 거스르기보다는 순리대로 흘러가면서 나만의 흐름을 타는 것이, 세상만사를 평온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조급함을 버리고 느림의 미학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향긋한 커피 향에 취해 욕심과 아집을 버리고, 속물근성에 젖어 사는 어리석음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이 대표 부처와 직원들의 손길은 더욱 분주해지고, 카페 안은 활기가 넘쳐흘렀다.

힐탑에서 저녁을 먹은 후, 유동 커피를 방문하면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맛있는 식사와 향긋한 커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현재 제휴업체는 스시미르네, 태화반점, 풍원장이라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오랜만에 정 선생님을 만나 유동 커피에서 다과를 나눴던 날, 선생님의 다정하고 환한 얼굴은 여전했다. 남구문화원에서 열강하던 세계사 강좌는 언제 다시 시작하느냐, 이 시인과는 자주 연락하느냐,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글은 잘 읽고 있다, 관절 건강은 좀 나아졌느냐 등등, 그동안 밀린 궁금증을 쏟아내셨다. 선생님과 나누는 소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들은, 형이상학적인 거대 담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비루한 세속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에게는 우주보다 더 중요하고 장엄한 주제였다.

그무레한 하늘 덕분에 꽤나 선선했던 어느 오후, 용호만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W 아파트를 돌아 유동 커피로 들어서는 순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산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이 대표 부부에게 월간 커피를 주문해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들었다. 매달 바뀌는 월간 커피는 엷은 신맛을 머금은 부드러운 필터 커피여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마신다. 서귀포 커피 귀신 조 대표가 알아서 좋은 원두를 골랐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지인들과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러 유동 커피에 방문했던 날, 분위기도 좋고 사장님도 친절하셔서 기분 좋게 커피 타임을 즐겼다. 점심시간이 지나니 금세 만석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아보카도 커피
유동커피의 특별한 메뉴, 아보카도 커피.

언제나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 친절한 서비스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유동 커피. 이곳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사람들의 이야기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소통의 공간이다. 오늘도 나는 유동 커피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간다.

빵과 커피
따뜻한 커피와 빵 한 조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행복.
포장된 두쫀쿠
선물용으로도 좋은 두쫀쿠.
두쫀쿠 단면
카다이프가 가득 들어찬 두쫀쿠의 단면.
잘린 두쫀쿠
한 입 크기로 잘라 먹기 좋은 두쫀쿠.
다양한 디저트
유동커피의 다양한 디저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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