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안흥, 소박한 추억을 되짚는 심순녀 할머니 찐빵집 맛집 기행

어릴 적 겨울이면 따끈한 김을 뿜어내던 찐빵, 그 소박한 달콤함이 유난히 그리워지는 날들이 있다. 문득, 강원도 안흥에 자리한 심순녀 할머니의 찐빵집이 떠올랐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곳에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따스한 기억을 되찾고 싶다는 강렬한 이끌림에 망설임 없이 차에 몸을 실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1시간 남짓 달렸을까. 드디어 저 멀리,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심순녀 안흥찐빵. 기대감에 부푼 가슴을 안고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넓은 주차장은 한결같았지만, 가게는 예전보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심순녀 안흥찐빵 가게 전경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심순녀 안흥찐빵 가게 전경.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뽀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찜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은은하게 풍기는 달콤한 팥 냄새는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향긋한 냄새와 묘하게 겹쳐졌다. 투명한 유리 진열장 너머로는 갓 쪄낸 찐빵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찐빵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군침이 삼켜졌다.

“어서 오세요.”

나를 맞이한 건, 푸근한 인상의 외국인 아주머니였다. 능숙한 한국어로 건네는 인사에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주머니는 따뜻한 찐빵 두 개를 건네며 “드시고 가세요”라고 덧붙였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환대에, 잊고 지냈던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심순녀 안흥찐빵 가게 내부 모습
깔끔하게 정돈된 가게 내부. 갓 쪄낸 찐빵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나는 따뜻한 찐빵 한 박스를 주문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낱개로는 판매하지 않고, 오직 20개들이 박스 단위로만 판매한다. 적은 양을 사서 맛만 보고 싶었던 나로서는 조금 아쉬웠지만, 냉동 보관이 가능하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한 박스를 선택했다. 찐빵 가격은 12,000원. 부담 없는 가격 또한 마음에 들었다.

갓 쪄낸 찐빵을 받아 들고, 곧바로 하나를 맛보았다. 뽀얀 빵 속에는 달콤한 팥 앙금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따뜻함과 달콤함! 빵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팥 앙금은 지나치게 달지 않아 팥 본연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찐빵과 똑같은 맛이었다.

심순녀 안흥찐빵 가게 내부 모습
가게 유리창에 붙어있는 블루리본 스티커가 눈에 띈다.

심순녀 안흥찐빵의 팥 앙금은 다른 찐빵집과는 차별화된 매력이 있다. 대부분의 찐빵집에서는 팥 앙금에 설탕을 많이 넣어 단맛을 강조하지만, 이곳은 팥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단맛을 최대한 절제한다. 팥 알갱이가 살아있는 듯한 거친 식감 또한 인상적이다. 덕분에 찐빵을 먹고 나서도 입안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다.

사실 찐빵을 그리 즐겨 먹는 편은 아니다. 너무 달거나, 빵이 퍽퍽하거나, 혹은 둘 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순녀 안흥찐빵은 달랐다. 은은한 단맛과 쫄깃한 빵의 조화는, 찐빵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심순녀 안흥찐빵 포장 박스
심순녀 안흥찐빵 포장 박스. 선물용으로도 좋다.

따뜻한 찐빵을 맛보며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벽면에는 심순녀 할머니의 사진과 함께, 다양한 방송 출연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빛바랜 사진들은,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강원도 맛집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한쪽 벽면에는 대통령상과 도지사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상패들이 걸려 있었다. 2011년 지식서비스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다는 문구도 눈에 띈다.

가게 한켠에는 쉴 새 없이 찐빵을 쪄내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커다란 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직원들은 분주하게 찐빵을 만들고 포장하고 있었다. 위생모와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의 모습에서, 청결을 중요시하는 가게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가게 내부에 걸린 심순녀 할머니 사진
가게 내부에 걸린 심순녀 할머니 사진. 역사가 느껴진다.

아쉽게도 이번 방문에서는 심순녀 할머니를 직접 뵐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가게 곳곳에 남아있는 할머니의 흔적들을 보며,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꼈다.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찐빵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따뜻한 추억과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와 같았다.

심순녀 안흥찐빵은 화려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다. 하지만 소박하면서도 정직한 맛, 그리고 변함없는 모습으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빵은 쫀득하고, 팥 앙금은 달지 않고, 가격은 저렴하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심순녀 안흥찐빵만의 특별한 맛을 만들어낸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따뜻한 찐빵 냄새가 가득했다. 찐빵 한 개를 꺼내어 다시 맛보았다. 역시나, 변함없이 맛있었다. 덜 숙성된 밀가루 냄새가 난다거나, 팥소가 적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내겐 그저 완벽한 맛이었다.

가게 내부에 걸린 상패
2011년 지식서비스 우수기업 선정 상패.

문득, 찐빵을 싫어한다는 어느 방문객의 후기가 떠올랐다. 그는 이곳 찐빵에서 술 냄새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술 냄새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은은하게 퍼지는 효모의 향긋함이, 찐빵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심순녀 안흥찐빵은 최고의 찐빵이었다.

안흥찐빵 원조 논쟁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안흥에서 처음으로 찐빵을 팔았던 할머니가 바로 심순녀 할머니라고 한다. 많은 찐빵집들이 저마다 원조를 주장하지만, 진짜 원조는 오직 이 집뿐이라는 것이다. 찐빵 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어 외지인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심순녀 할머니는 지금도 신메뉴 개발에 힘쓰고 계신다고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려는 할머니의 열정에, 존경심을 금할 수 없었다. 백년가게로 지정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이지만, 결코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곳 찐빵이 특별한 맛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평범한 찐빵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평범함 속에 숨겨진 특별함, 그것이 바로 심순녀 안흥찐빵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화려한 기교 없이, 기본에 충실한 맛이야말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비결일 것이다.

심순녀 안흥찐빵 가게 전경
푸른 하늘 아래 자리 잡은 심순녀 안흥찐빵 가게.

심순녀 안흥찐빵은 단순히 찐빵을 파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추억을 파는 곳이자, 그리움을 달래주는 곳이다. 팍팍한 현실에 지쳐 잠시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찐빵 한 입을 통해 다시금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전에 비해 인간미가 덜 느껴진다는 점이다. 외국인 직원이 계산을 해주고, 딱딱하게 정해진 시스템대로만 운영되는 모습은, 예전의 정겹고 푸근했던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순녀 안흥찐빵은 여전히 나에게 최고의 찐빵집이다.

다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방문해야겠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분명 이곳 찐빵을 좋아하실 것이다. 아버지께 효도하고 싶다면, 찐빵과 함께 바로 옆에 있는 산야초 카페에서 장뇌삼주 한 병을 사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물론 4만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아버지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아깝지 않은 선물일 것이다.

강원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안흥 지역에 들러 심순녀 안흥찐빵을 꼭 맛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다만 늦게 방문하면 재료가 소진되어 헛걸음할 수도 있으니,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더욱 서둘러야 한다.

심순녀 안흥찐빵은 내게 단순한 찐빵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곳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자,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이며,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들을 되살려주는 마법과 같은 공간이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주길, 그리고 오랫동안 맛있는 찐빵을 만들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돌아오는 길, 나는 냉동실에 넣어둔 찐빵을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찐빵을 보며, 다시 한번 미소 지었다. 그래, 이 맛이야. 바로 이 맛! 심순녀 안흥찐빵은 언제나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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