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높은 대둔산의 기운을 가슴 깊이 담고 내려오는 길, 굽이굽이 펼쳐진 산길은 마치 강원도의 어느 깊은 골짜기를 닮아 있었다. 목적지는 논산의 온빛자연휴양림. 그 사이, 허기진 배를 채워줄 식당을 찾아 나섰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벌곡면 근처에 유독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근처에 에딘버러CC가 자리하고 있었다. 역시, 맛집은 골프장 주변에 숨어있는 법이지.
식당 앞에 다다르니 넓찍한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족히 스무 대는 넘게 주차할 수 있을 듯했다. 주차 안내를 도와주시는 분의 친절한 미소에 기분 좋게 차를 맡기고, 식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의 첫인상은 정겨운 시골집에 온 듯한 푸근함이었다. 통나무와 황토로 지어진 외관은 물론, 고가구로 멋을 낸 내부 인테리어는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다. 밖에서 보기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 놀랐다. 안쪽에는 몇 개의 룸이 마련되어 있었고, 복층 구조로 된 공간도 눈에 띄었다.
메뉴는 청국장, 두부, 쌈 등 토속적인 음식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오히려 결정하기 쉬웠다. 돌솥밥 정식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곧바로 따뜻한 숭늉이 나왔다. 쌀쌀한 날씨에 몸을 녹여주는 숭늉 한 잔은 정말 꿀맛이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따끈한 두부, 야들야들한 수육, 겉절이 김치, 고등어조림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들이었다. 특히 겉절이 김치는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내 입맛에는 딱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돌솥밥과 청국장이 등장했다. 뜨겁게 달궈진 돌솥 안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이 가득 담겨 있었고, 뚝배기 안에서는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런데, 반찬으로 나온 고등어조림이 식어있는 것을 발견한 직원분이 따뜻한 고등어조림으로 바로 바꿔주시는 센스를 발휘했다. 작은 배려였지만,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해볼까. 먼저 따끈한 쌀밥 한 숟갈을 떠서 입안에 넣으니, 갓 지은 밥 특유의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다음은 오늘의 주인공, 청국장을 맛볼 차례. 콩알이 살아있는 청국장은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시판 청국장처럼 쿰쿰한 냄새가 강하지 않아, 청국장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밥에 쓱쓱 비벼 김치 한 조각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함께 나온 수육은 잡내 없이 부드러웠고, 고소한 두부는 묵은 김치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쌈 채소에 밥과 청국장, 수육, 김치를 넣고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입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듯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맛있는 음식들을 하나씩 해치워 나갔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다. 하지만 돌솥에 남은 누룽지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처럼 즐기니, 구수하고 따뜻한 맛이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듯했다. 정말이지, 남김없이 싹싹 비워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하는 길, 눈길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정원과 인테리어는 식당의 매력을 한층 더 높여주는 듯했다. 식당 한켠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식사 후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주변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식당 바로 옆에는 작은 화단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알록달록한 꽃들이 만개해 있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시골의 정취를 만끽하며 잠시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 식당 이름이 왜 ‘황토집사람들’인지 알 것 같았다. 황토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정겨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대전 근교 드라이브 코스를 찾는다면, 혹은 대둔산 등산 후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면, 논산 벌곡의 ‘황토집사람들’을 강력 추천한다. 토속적인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청국장과 푸짐한 한정식을 즐길 수 있는 곳.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주말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논산의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그때는 수육 정식도 함께 시켜서 푸짐하게 즐겨봐야지.
총평: 맛, 분위기, 서비스 모두 만족스러운 곳. 특히 청국장은 꼭 먹어봐야 할 메뉴다. 대전 근교 나들이나 대둔산 등산 후 식사 장소로 강력 추천한다. 재방문 의사 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