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네 어귀에 하나쯤은 있었을 법한, 따스한 추억이 깃든 경양식 돈까스. 그 향수를 자극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부산 북구 만덕으로 향했다. 이름부터 정겨운 “박용채의 대박터진돈까스”. 쨍한 햇살 아래, 검은색 간판에 노란 글씨로 쓰인 상호가 눈에 확 들어왔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가게 안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소문난 만덕 맛집 답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벽면에는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달래줄, 이 곳을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들이 가득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백종원의 사진이었다. 역시 지역 맛집은 믿고 보는 백종원 효과인가. 예전에는 시장 안에 작게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하는데, 백종원이 다녀간 후 유명해져서 확장 이전했다고 한다. 가게 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차들을 보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주차는 가게 앞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2층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미리 정했다. 돈까스는 기본으로 시키고, 이곳의 또 다른 인기 메뉴인 쫄면도 함께 주문하기로 했다. 돈까스는 부먹과 찍먹 중 선택이 가능하다고 해서, 나는 찍먹으로 선택했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조금은 비좁게 느껴졌지만,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작은 그릇에 담긴 수제비가 나왔다. 멸치 육수의 시원한 국물에 쫄깃한 수제비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후추를 톡톡 뿌려 먹으니, 칼칼한 맛이 더해져 더욱 좋았다. 이 수제비는 돈까스를 주문하면 서비스로 제공되는 것이라고 한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돈까스가 나왔다. 넓적한 접시를 가득 채운 돈까스의 양에 입이 떡 벌어졌다. 큼지막한 돈까스 세 덩이와 함께 양배추 샐러드, 밥이 함께 나왔다. 돈까스는 얇게 펴서 튀겨낸 스타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칼로 조심스럽게 썰어 한 입 맛보니,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고기의 조화가 훌륭했다. 하지만 튀김옷이 얇아서인지, 조금 느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따로 제공되는 돈까스 소스는, 딱 어릴 적 먹던 경양식 돈까스 소스 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살짝 새콤한 맛이 돈까스와 잘 어울렸다. 돈까스를 소스에 듬뿍 찍어 먹으니, 느끼함도 어느 정도 잡아주는 듯했다.
돈까스와 함께 주문한 쫄면도 곧이어 나왔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푸짐하게 담긴 쫄면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쫄면 위에는 양배추, 상추, 오이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쫄면을 비빌 수 있도록 일회용 비닐장갑도 함께 제공되었다.

비닐장갑을 끼고 쫄면을 골고루 비볐다. 새콤달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쫄면을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에 넣으니, 쫄깃한 면발과 아삭한 채소의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양념은 너무 맵지도, 너무 달지도 않아 딱 좋았다. 특히 쫄면의 면이 질기지 않아서 먹기 편했다. 쫄면을 먹으니, 돈까스의 느끼함도 싹 가시는 듯했다. 돈까스와 쫄면의 조합은 정말 훌륭했다.

돈까스와 쫄면을 번갈아 가며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돈까스의 양이 워낙 많아서, 조금 남기고 말았다. 남은 돈까스는 포장도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선불이었다. 계산대 옆에는 스파이민트 껌이 놓여 있었다. 사장님의 센스 있는 배려에 미소가 지어졌다.
“박용채의 대박터진돈까스”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푸짐한 양과 맛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돈까스와 쫄면의 조합은 꼭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옛날 경양식 돈까스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부산 만덕의 “박용채의 대박터진돈까스”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웨이팅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입안에 맴도는 달콤한 돈까스 소스와 새콤한 쫄면 양념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부산 돈까스 맛집 탐방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