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내음 가득한 삼척, 묵은 김치와 곰치의 만남! 해장 맛집 기행

새벽녘, 귓가를 스치는 파도 소리에 잠에서 깼다. 간밤의 과음 탓인지 속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삼척항의 풍경은 평화로웠고,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오직 한 곳, 현지인들 사이에서 해장 맛집으로 소문난 ‘만남의 식당’이었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 낡은 건물들 사이로 묘하게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드디어 ‘만남의 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으로 큼지막하게 쓰여진 글씨는 한눈에 들어왔고, 오래된 맛집의 포스를 풍겼다. 파란색과 노란색의 조화가 촌스러우면서도 정감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외관은 나의 기대를 더욱 부풀게 했다.

만남의 식당 간판
정겨운 느낌의 ‘만남의 식당’ 간판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면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흔적인 듯, 빼곡하게 사인이 붙어 있었다. 왠지 모르게 나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어봤다. 곰치해장국과 대구해장국, 단 두 가지 메뉴만이 존재했다. 곰치국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기에 망설임 없이 곰치해장국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멸치조림, 낙지젓갈, 열무김치 등 소박하지만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대구 아가미로 담근 깍두기는 독특한 식감과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쫀득한 식감과 짭짤한 맛이 묘하게 중독적이었다.

만남의 식당 메뉴
단촐하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메뉴

드디어 곰치해장국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곰치와 묵은 김치가 가득 들어 있었다. 뽀얀 국물 위로 떠오른 곰치의 모습은 다소 낯설었지만, 얼큰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곰치는 지역에 따라 물메기, 물텀벙, 물고미 등으로 불리는 생선인데, 예전에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시원한 국물 맛 때문에 해장국 재료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곰치 해장국
보기만 해도 속이 풀리는 듯한 곰치 해장국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진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묵은 김치의 칼칼함과 곰치의 담백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맛이었다. 마치 김치국에 생선을 넣어 끓인 듯한 느낌이었지만, 전혀 비린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깊고 풍부한 맛이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듯했다. 전날의 숙취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곰치 살은 매우 부드러웠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흐물흐물하게 부서졌다. 마치 순두부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식감이었다. 곰치 특유의 흐물거리는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 식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몽글몽글한 곰치 살은 씹을 필요도 없이 술술 넘어갔다. 가시가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먹는 동안 가시 때문에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국에 말아 후루룩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으니, 온몸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밑반찬으로 나온 낙지젓갈을 얹어 먹으니, 짭짤한 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곰치해장국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니, 속이 든든해지고 몸에 활력이 넘치는 듯했다.

곰치 해장국 확대
몽글몽글한 곰치 살이 일품

옆 테이블에서는 대구해장국을 시켜 먹는 손님들도 있었다. 곰치국을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대구탕도 준비되어 있는 듯했다. 대구탕은 맑은 지리 스타일로 끓여져 나왔는데,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다음에는 대구탕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은 곰치 지리를 시켜 먹는 모습도 보였다. 곰치로 맑은 탕을 끓여 먹는 것은 처음 봤는데,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면에 ‘얍삽하게 살지 말자’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사장님의 호탕한 성격이 느껴지는 문구였다. 계산을 하는 동안 사장님과 짧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역시나 친절하고 유쾌한 분이셨다. 새벽부터 손님들을 위해 곰치를 손질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곰치가 안 잡히는 날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하니, 곰치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신 듯했다.

만남의 식당은 오래된 노포였지만,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오래된 식당 특유의 분위기는 살아있으면서도,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것마저도 정겹게 느껴졌다. 주차는 식당 근처 골목에 알아서 해야 한다.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라고 하니, 조금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식당 내부
정겨운 분위기의 식당 내부

만남의 식당에서 곰치해장국을 먹고 나오니, 속이 든든하고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마치 보약을 먹은 듯한 느낌이었다. 삼척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남의 식당은 삼척 필수 코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삼척항은 우리나라에서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새천년도로와 연결되어 있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다. 만남의 식당에서 맛있는 곰치해장국으로 속을 채우고, 삼척항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구 해장국
시원한 대구 해장국

만남의 식당은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영업한다. 하지만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을 수도 있으니, 방문 전에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곰치해장국 가격은 1인분에 15,000원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푸짐한 양과 맛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바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나는 만남의 식당에서 맛본 곰치해장국의 여운을 느끼며, 다음 삼척 방문을 기약했다. 그때는 꼭 곰치지리에 도전해봐야지. 그리고 사장님께 “얍삽하게 살지 말자”는 문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여쭤봐야겠다. 삼척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만남의 식당에서 잊지 못할 맛집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곰치
싱싱한 곰치의 모습
식당 입구
만남의 식당 입구
식당 간판
만남의 식당 간판
곰치 해장국과 반찬
푸짐한 곰치 해장국 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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