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증평 분식 맛집, 일미분식에서 만나는 추억의 쫄면

어릴 적 학교 앞에서 먹던 떡볶이와 쫄면, 만두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이다. 세월이 흘러 그 시절의 맛을 그대로 간직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충북 증평에서 4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켜온 일미분식에서는 그 향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낡은 간판과 빛바랜 메뉴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증평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분식 맛집, 일미분식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옛 추억을 따라, 나는 충북 증평으로 향했다. 일미분식은 소박한 외관만큼이나 정겨운 분위기를 풍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가득했다.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겨운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냄새가 어우러져,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쫄면, 만두, 라면 등 추억의 분식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메뉴는 그리 다양하지 않았지만, 1983년부터 이어져 온 내공이 느껴졌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곳의 대표 메뉴인 쫄면과 만두를 주문했다. 특히 만두는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두 종류가 있었는데, 나는 둘 다 맛보고 싶어 반반으로 주문했다.

주문 방식은 특이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테이블 패드나 키오스크 대신, 종이 주문서에 직접 메뉴를 체크하여 음식 나오는 곳에 전달해야 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런 아날로그 방식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테이블 번호를 적어 주문서를 전달하고 나니, 마치 학창 시절 매점에서 떡볶이를 주문하던 때가 떠올랐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쫄면과 만두가 나왔다. 쫄면은 커다란 그릇에 푸짐하게 담겨 나왔고, 만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채로 접시에 담겨 나왔다. 쫄면의 붉은 양념과 만두의 윤기 흐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찜기에 담긴 만두
촉촉하게 쪄낸 만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먼저 만두를 맛보았다. 이곳 만두는 찐만두와 군만두 두 종류가 있는데, 겉모습부터 확연히 달랐다. 촉촉한 윤기가 감도는 찐만두는 얇은 만두피 너머로 속이 살짝 비쳐 보였다. 한 입 베어 무니, 부드러운 만두피와 촉촉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고기만두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김치만두는 매콤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돋보였다.

군만두는 찐만두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군만두는, 씹을 때마다 고소한 기름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겉은 마치 과자처럼 바삭했지만, 속은 육즙을 가득 머금고 있어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특히 만두피의 두께가 어느 정도 있어서, 쉽게 부서지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접시에 담긴 군만두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는 군만두

다음으로 쫄면을 맛보았다. 일미분식의 쫄면은 다른 곳과는 조금 달랐다. 보통 쫄면에는 콩나물, 오이, 양배추 등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는데, 이곳 쫄면에는 오직 양배추만 들어가 있었다. 또한, 일반적인 쫄면 양념은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지만, 이곳 쫄면 양념은 고추장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먹을수록 묘하게 끌리는 맛이었다.

쫄깃한 면발은 양념과 잘 어우러져,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신선한 양배추의 아삭한 식감은 쫄면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매콤한 맛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쫄면을 먹고 난 후 입안에 남는 깔끔함이 인상적이었다.

찜기에 담겨 있는 촉촉한 만두
윤기가 흐르는 찐만두의 자태

일미분식에서는 라면도 빼놓을 수 없다. 꼬들꼬들하게 잘 익은 면발은 매콤한 국물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사장님께서는 아이들이 먹을 것을 고려하여, 주문할 때 미리 맵기를 조절해 주시는 세심한 배려를 보여주셨다. 덕분에 아이들도 맛있게 라면을 즐길 수 있었다.

일미분식은 맛뿐만 아니라 가격도 착하다. 성인 5명이 푸짐하게 먹었는데도 35,000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학생들은 물론,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라면 위에 떡이 올려져 있는 모습
매콤한 국물과 꼬들한 면발이 조화로운 라면

일미분식은 사장님의 따뜻한 인심과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주문할 때 아이들을 먼저 챙겨주시는 모습,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모습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분식집을 나서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일미분식은 단순한 분식집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1983년부터 한 자리를 지켜온 일미분식은, 증평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일 것이다. 나에게도 일미분식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다음에 증평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들러 추억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

테이블 위에 놓인 붉은 접시 위의 군만두와 라면 그릇
만두와 라면의 환상적인 조합

일미분식에서 맛본 쫄면과 만두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였다. 4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켜온 일미분식은,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인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증평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일미분식에 들러 추억의 맛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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