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을지로 노포 감성 산청숯불가든에서 맛보는 숯불 돼지구이의 향연 (feat. 서울 맛집)

어느 일요일 저녁,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숯불 돼지구이의 유혹에 이끌려 을지로로 향했다. 을지로3가역에서 내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멀리서부터 풍겨오는 숯불 향이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바로 그 유명한 “산청숯불가든”이었다. 본점은 워낙 웨이팅이 살벌하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그나마 비교적 수월하다는 2호점을 공략하기로 작전을 세웠다.

산청숯불가든 2호점은 본점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낡은 건물 사이로 새롭게 빛나는 간판이 어딘가 모르게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노포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외관이었다. 웨이팅은 각오했지만, 역시나 내 앞에 30팀이나 대기 중이었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기다림도 낭만이라며, 캐치테이블에 웨이팅을 걸어두고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3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는 알림이 울렸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테이블이 넓어서 마음에 들었다. 6인석은 족히 되어 보이는 넉넉한 테이블은,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해도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정독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재래식 소금구이와 고추장 양념구이였다. 고민 끝에 모듬 소금구이(500g)와 고추장 양념구이(160g)를 하나씩 주문했다. 잠시 후, 숯불이 들어오고 밑반찬이 세팅되기 시작했다. 밑반찬은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있어 보였다. 특히 어릴 적 참기름 맛이 흠뻑 젖은 파절이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소금구이와 쪽파, 버섯이 담긴 접시
윤기가 흐르는 돼지고기와 신선한 쪽파, 버섯의 조화가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한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 소금구이가 나왔다. 산청 흑돼지의 오겹살, 목살, 어깨살 3가지 부위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고기 위에 뿌려진 굵은 소금 입자가 신선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직원분께서 직접 고기를 구워주셨는데, 능숙한 솜씨로 육즙을 가득 가두어 구워주시는 모습에 감탄했다.

잘 달궈진 불판 위에 고기가 올려지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숯불 향이 코를 자극했다.

숯불 위에서 구워지고 있는 돼지고기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돼지고기와 쪽파, 버섯의 향연.

고기와 함께 쪽파와 버섯도 함께 구워주셨는데, 특히 쪽파를 구워 먹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라고 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자, 직원분께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앞접시에 놓아주셨다.

첫 입은 소금만 살짝 찍어 맛보았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특히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더욱 맛있었다. 왜 이곳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이번에는 파절이와 함께 먹어봤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참기름 향이 고소하게 풍기는 파절이는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쌈 채소에 고기와 파절이를 듬뿍 올려 쌈장과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풍미가 폭발하는 듯했다.

소금구이를 어느 정도 먹고 있을 때, 고추장 양념구이가 나왔다. 직원분께서 즉석에서 양념을 발라 숯불에 구워주셨는데, 매콤달콤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고추장 양념구이는 맵찔이에게는 조금 매울 수 있다고 했지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맞는 맵기였다.

숯불 위에서 구워지고 있는 양념구이
강렬한 붉은 색의 양념이 침샘을 자극하는 고추장 양념구이.

잘 익은 고추장 양념구이를 한 입 먹으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숯불 향과 어우러진 양념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술안주로 제격일 것 같았다.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하며, 맥주 한 병을 순식간에 비워냈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식사 메뉴를 주문했다. 이곳의 된장찌개가 그렇게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검은콩 한우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된장찌개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숯불과 밑반찬, 된장찌개가 차려진 테이블
잘 구워진 고기와 푸짐한 밑반찬, 얼큰한 된장찌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된장찌개 안에는 두부와 고기가 듬뿍 들어있었고, 국물은 정말 진하고 깊은 맛이 났다. 흰 쌀밥에 된장찌개를 슥슥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볶음밥도 빼놓을 수 없었다. 볶음밥은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했는데, 남은 고기와 함께 볶아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특히 계란 후라이를 올려 함께 비벼 먹으니, 고소함이 두 배가 되었다. 불판이 뜨거워서 볶음밥이 누룽지처럼 살짝 눌어붙었는데, 그 또한 별미였다.

마지막으로 후식 아이스크림까지 완벽하게 클리어했다. 이곳에서는 1등급 원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직접 내려 먹을 수 있는데, 퀄리티가 정말 훌륭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못지않게 맛있었다. 기대 없이 한 입 먹었다가, 너무 맛있어서 한 컵 더 가져다 먹었다.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돼지고기의 모습
숯불의 화력에 맛있게 익어가는 돼지고기는, 그 자체로 예술이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했는데, 계산대에는 머리끈과 치실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세심한 배려에 감동받았다. 직원분들도 모두 친절하시고, 서비스도 좋아서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산청숯불가든 2호점은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완벽한 곳이었다. 특히 숯불 향 가득한 돼지구이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을지로에서 맛있는 고깃집을 찾는다면, 산청숯불가든을 강력 추천한다. 다만 웨이팅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돼지고기와 쪽파
돼지고기와 쪽파의 조합은, 산청숯불가든만의 특별함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은은하게 풍겨오는 숯불 향이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했다. 오늘 맛본 돼지구이의 여운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그땐 웨이팅을 피하기 위해, 오픈 시간에 맞춰 서둘러야겠다.

숯불 위에 구워지는 돼지고기
숯불 위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돼지고기,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메뉴판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산청숯불가든,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산청숯불가든 외부
산청숯불가든, 을지로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